올린시간 2005-01-09 09:37:03 조회319추천0
제목우리 어머니께서! 글쓴이 순이(suni55)
지난 연말즈음
고아원에서 아기 한명 대려다 키우면 어떨까 하고
어머니께서 저에게 의견을 물어 오셨습니다.
어머니께선 이미 복안이 서신듯 요즘 버려지는 불쌍한 아기들이 많은가 본데
한명 대려다 잘 키워서 준이 동생으로 만들어 주고 싶다시는군요.
저는 어머니의 심각함과 달리 웃음이 났습니다.
어머니께서 자녀를 적게 키워서 아기를 또 기르고 싶냐고 여쭈었더니
아직 힘이 좀 남아 있을때(!) 아기 한명 정도는 더 기르면 좋겠다고 하십니다.
사람 자라는 것을 보는 기쁨이 화초 기르는 기쁨에 비교 할 수 있겠느냐구요.
울어머니 연세가 80을 바라보고 계신데
아직 건강하다고 하시지만 노인건강을 믿을 수가 없고
좀 편안히 사시지 뭣때문에 사서 고생을 하시겠냐고 다들 말리고 있는 형편입니다.
어머니 생각은
준이가 올해 여섯살이 되어 정식으로 유치원에 입학하고 나면
여가 시간이 많이 남으니까 아기 한명 정도는 키울 자신이 있으신가 봅니다.
또한 춤바람동생 훈이엄마는 아들만 둘이라 딸이 없어서
노년에 고생하지 않을까 그런 걱정까지 하시나 봅니다.
그래서 딸하나 예쁘게 키워서 훈이엄마 앞으로 입적시켜서 살게 하고 싶으시다고 하시는군요.
울어머니 연세에는
걱정을 하시려면 아들없는 저를 걱정하셔야지
딸없는 훈이엄마를 걱정하시는가 물었더니
아들은 든든한 맛이고 딸은 엄마를 친구처럼 대해주고 살가운 정이 더 있기 때문에
딸은 있어야 한다고 하십니다.
우리어머니께서도 그시대의 여성답게 아들 선호사상이 대단한 분이라
어릴때 부터 어머니가 오라버니나 남동생을 훨씬 더 챙기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지금도 큰아들이라면 쳐다보기도 아까워하실 정도로 대단히 여기시는 아들을 두고도
딸이 꼭 필요하다고 하시는 것을 보면
살아 오면서 속으로 느끼시는 것이 많으신것 같습니다.
더하여 훈이엄마 소원은 꼭 저닮은 딸 하나 낳아서
춤꾼으로 키워보고 싶어 했는데 아들만 둘이다 보니 재미없어 합니다.
준이를 춤꾼으로 키워 볼까도 생각중이라는데 그다지 마땅하지 않은가 봅니다.
형편이 좋은 오라버니댁에 가시면
여기보다 훨씬 대접이 융숭한데도 편하지는 않으신것 같습니다.
살림잘하는 새언니는 집안에 먼지하나 없이 깨끗하고
물한컵 드실려고 주방쪽으로 가면 며느리가 쪼르르 먼저가서 물한컵 따라서
컵밭침까지 해서 가져다 드리고 따뜻한 진지에 뭣하나 부족함이 없이 살펴 드리지만
우리집은 살림을 도와주는 이모님이 계신다고 해도
드나드는 식구가 워낙 많기 때문에 번답하고 일거리가 많습니다.
막내딸 춤꾼 뒷바라지로 훈이 준이 보살피는것은 가장 중요한 일이시고
그외에도 손자 손녀가 수시로 오고 가는것 챙겨봐 주십니다
어쨋든 주부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저를 대신해서 살림살이 지휘를 하셔야 하기 때문에
힘드신 일이 많은데도 저의 집에 계시는것을 원칙으로 삼고 계십니다.
우리 딸들은 어머니의 조금 남은 노동력 마져도 착취하고 사는 것이구요.
그래도 당신을 필요로하는 이곳을 좋아하시니 !!!
그런데도
아기를 한명 더 기르시겠다고 하니 우리 어머니도 참 대단하십니다.
아직 결론을 내지는 않았는데 딸을 원하는 훈이엄마와
어머니 그리고 가족간에 좀 더 의견을 조율해 보려고 합니다.
버려진 불쌍한 아기한명을 잘 길러 보겠다는 어머니 생각도 존중을 해야 하니까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자신이 없는 일입니다.
폴님께서 어느날 제글 코멘트에서
"새해에도 건강하셔서 큰딸 야단 많이 치시길 기원합니다." 이러셨는데
이 말씀이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울어머니께서 큰딸 야단칠 힘이 계속 있으시면 더 바랄게 없습니다.
아기 한명 더 키우시려면 앞으로 십년은 더 힘있게 사실수 있을것도 같구요.
고민중입니다.
순이
포사
2009-05-02 at 03:36
어머님이 정말 훌륭하시고 앞날을 가늠하시는 혜안을 갖으신 분이십니다. 노모의뜻에 따르시는것이 옳아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