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주부들이 바쁜 명절에
저는 오히려 한가한 시간이 주어지다 보니
점빵에서 여러가지 일을 합니다.

약장에 먼지를 닦아내고 약병을 키 순서대로 나란히 세워놓고 들여다 봅니다.
ㄱㄴㄷㄹ 순으로 구별해 놓은 약병이 엄지 손가락만 한 것 부터
커다란 깡통에 이르기까지 종류가 많기도 합니다.
작은것은 눈높이보다 아래쪽 선반 앞에다 놓고
큰병은 뒷쪽이나 윗쪽으로 가지런히 놓습니다.
어제는 ㄱ에서 ㅅ 까지 만 청소하고 오늘은 ㅇ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바쁘지 않으면 시간도 천천히 흐르는 것 같습니다.

신문을 뒤적이다 책을 보다가 사랑방을 보다가 커피를 한잔 마시다가
이렇게 보내고 있습니다.
나도 공방장님 처럼 슬프다고 했는데 딱 한분 공방장님만 전화를 하셨더군요.
그러니 사랑방에선 아무리 슬프다고 해도 동정으로 전화하는 일은 없다고 보면 맞습니다. ^^
하긴 나도 슬프다고 해도 전화한번 드린적이 없는데
공방장님께서 전화 주신것을 보면 확실히 인간성이 좋은분입니다.

심심해서
신문에 끼워져 들어오는 광고지를 모아 놓았던 것을 한번씩 들쳐보고
종이상자에 모아서 버리는 작업을 하다가
우편으로 보내온 백화점 상품안내 책자도 뒤적여 봤습니다.
거래처에서 선물을 받기는 하지만 배 한상자 치약,비누등이 든 선물세트
커피세트 평범한 와인한병 양말세트 이런것 들이라
가격대가 만원에서 비싸야 오만원선에서 주고 받습니다.
그런데 책자에 나와있는 선물가격이 너무 비싼데 놀랐습니다.

우선 제가 좋아하는 곶감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L백화점 책자엔 곶감이 한상장에 300.000 으로 적혀 있습니다.
혹 내가 잘 못 읽었나 하고 일십백천만십만…이렇게 숫자에 붙은 공을 세어 보았습니다.
분명 삼십만원입니다.
한 술 더 떠서 H백화점에선 명품곶감세트가 500,000으로 붙어 있군요
곶감 대표산지에서 품질과 크기 맛에서 최상품 만을 엄선하여 구성한 고품격
선물세트로 한정 생산하였답니다.
곶감은 71개 호두 150g 잣 180g 이 내용물입니다.
그러면 곶감 한개의 가격이 5000원이 넘게 됩니다.
곶감 한개의 가격이 보통 서민들의 한끼 식사 값이라면 심사가 좀 나빠지지 않습니까?
난 아무리 벌어도 곶감 선물세트는 못 사서 먹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금주님을 들볶는 수 밖에 없습니다.^^)

계리아우님이 말씀하시는
국내산 자연송이는 1kg이 30만원 이상으로 만 나와있고 시세기준이라고 써 놨습니다.
계리아우님이 말씀하시듯 송이채집하기가 어려운것을 감안하면 비싼것도 아니지만
먹어 보기는 요원한 일입니다.
언제 계리아우님댁에 가면 푸스러기라도 볼 수 있으려나요?

알배기 굴비는 10마리에 65만원 하는 것도 있네요.
한마리 65000원씩 치이는데 한끼에 한마리를 먹는다고 하면
65000원을 소모해야 하니….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맛있는 조기라고 해도 그 비싼 조기를 속편히 먹을수 있다면
대단한 사람일꺼란 생각이 듭니다.
저는 워낙 비탈사람이라서 그런지 간이 작아서 누가 줘도 못 먹을 것 같거든요.
사실 비싼걸 먹어야 맛인가요?
덕이샘 처럼 명절에 가족이 모여앉아 삼겹살을 구어먹는 행복에 비교될까요?

우리어머니는
선물 들어온 배를 손도 못대게 두박스를 챙겨놓으시더니
오늘 치매어른들이 계시는 요양원을 방문하시겠다고 합니다.
사탕이랑 과자도 준비하시고. 양말도 챙겨 놓으시는군요.
어머니에게 밥맛이 없다고 했더니 밥 맛 없으면 조금 덜 먹고
물을 마시라고 하면서 "적게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단다." 라며
응석을 받아주지 않으시는군요.
자녀없이 요양원에 계시는 어른들이 불쌍하지 젊은넘이 뭐 불쌍하냐는 말씀입니다.
어머니 말씀에 수긍을 합니다.
어머니가 요양원에 가실려고 챙긴 선물은 다 합해봐야 조기 세마리값에도 못 미치는 것이지만
비교 할 일이 아니겠지요?

연휴도 이제 오후 밖에 안남았네요.
추석명절 알차게 마무리 하시길 바랍니다.

(2005년 추석)

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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