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음악
2004-01-11 18:34:30
토요일 저녁 일곱시
일을 마치고 집에 올라가 밀린 잠농사나 지을까 하다가
돌체에서 풀룻 연주가 있다는 생각을 해 내곤
마음이 바빠집니다.
잠이 중요한건 아니지…음악 들으러 가야지!

능마마를 불러내서 함께 듣고 싶지만
안오빠가 뭐락 하실지 …
피아노나 바이올린 연주는 자주 들을 수 있지만
풀룻을 들을 기회는 자주 없는데…
(안오빠가 나 미워해도 할 수 없다)
전화를 겁니다

능마마
돌체에 음악들으러 가자
풀룻연주횐데 생상의 로망스도 있네
어머!! 쇼팡의 녹턴도 있어 포레의 타이스명상곡, 카르멘 환타지도 있구…
"언니는 프로그램을 어떻게 아세요?"
‘돌체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으니까."
이정도 했는데 유혹을 안 받으면 능마마가 아니지…^^
"8시까지 갈께요."
"오케이!"

그 풀룻티스트 아가씨 정말 이쁘더군요
꼭 자기가 연주하는 풀룻을 닮았습니다.
풀룻이 주인을 닮았는지?
큰키에 군살하나 없이 가늘고 긴 몸매에
회색에 가까운 옥색의 실크 드레스가 얇게 한겹 몸매를 감쌌는데
점잖은 붱님뿐 아니라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고 하는 오클로스님이 보셔도
후욱 숨을 내 쉴 걸요?
조그맣고 티끌하나 없는 얼굴이 음악에 따라 표정이 변하고
다리를 굽혔다 폈다 하고 풀룻을 둥근원으로 크게 돌리며 연주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여신 같은 모습입니다.

능마마
풀룻티스트 아버지가 멋있다고 하셨지요?
정말 그렇더군요.
그아버지가 풀룻티스트 딸을 길러 내느라 무수한 공을 들였을….
그아버지 모습에서 저는 도치아빠 모습이 보였습니다.
큰도치가 중학교 들어가던 해
도치의 새교복을 찾아다 아이에게 입혀 놓고 흐믓해 하던…
"침묵은 금이다"라는 글귀를 교실칠판에 적어 놓고 살 정도로
과묵함을 미덕으로 교육받은 세대 답게 도치아빠 말을 아끼는 사람인데
딸 앞에서는 여지없이 무너집니다.
"우리딸 교복입은 모습이 학생 모델 해도 되겠네!!"
교복을 입고 방긋이 웃는 딸아이를
아주 만족스러워 하던 도치아빠와 너무 흡사했습니다.
죠반님이 파마라 바라보는 눈빛이고
해군님이 가출소녀 바라보는 눈빛이 그럴것 같습니다.
담사님이 보미양 바라보는 눈빛도 그러하겠지요.

풀룻으로 듣는 타이스의 명상곡은
감동이란 말이 부족해서 뭐라고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우리 수다가 길어지고
풀룻티스트 일행이 먼저 일어 서는데
풀룻티스트보다 피아니스트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풀룻연주도 훌륭했지만
풀룻소리에 화답하는 피아노 연주가 아주 일품이였습니다.
"한주형선생님!"
"네??"
"피아노 반주가 아주 훌륭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소리를 놓치지 않고 풋룻티스트 아버지 덩달아 피아니스트 칭찬을 합니다.
"피아노 반주는 한선생님 따를 분이 없습니다!"

울이쁜 담사갑장 따님 보미양이 풀룻티스트라고 하시는군요.
나는 진심으로 울갑장에게 로또 대박이 안기길 빌어봅니다.
보미양에게 풀룻을 골드로 바꿔 줄 수 있게요.
보미양 풀룻 연주도 보고 싶구요.
울이쁜 갑장의 끼를 물러 받아서 대성 할것을 믿습니다.

살롱식 음악감상실 돌체!
우리나라 어디에도 관객 30여명을 모아 놓고 하는 연주회는 없을것 같습니다.
돌체를 드나드는 음악 메니아들은
지정석 비슷하게 자기 자리에 늘 앉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나는 한달에 두번 많아야 세번 정도 가는 뜨네기라
자리 차지도 잘 못합니다.
어디 구석진 뒷자석이 제 자립니다.
어제는 그래도 앞자리에 앉을 수 있었는데
예쁜 풀룻티스트 들숨 소리 까지 들려서
많이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에 애처러웠습니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커튼콜을 하는데
좀 무리겠구나 싶었는데
두곡이나 더 연주해 주어서 관객을 흐믓하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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