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 음악회에서

2005-12-26

돌체에서 가진 송년 음악회에
일본 소프라노 가수의 공연이 있었습니다.
사까다 야스꼬라고 하는 50대 후반의 여인입니다.
요즘엔 노래방에서도 일본가요를 흔히 부르는 것 같습니다만
우리는 일본문화와 단절하고 살던 세대라서 그런가 조금은 거리감이 있었습니다.
요즘은 일본노래 일본영화가 금기시 되지 않는것 같습니다.

노련한 여가수는 노래 사이사이에 맨트를 직접 하는데
한국인 남편과 살고 20년 넘게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어선지 한국말이 유창합니다.
그러면서도 아무리 20년 넘게 살아온 한국이라도 역시 조국은 아니라서인지
독도문제를 살짝 언급하는데 조금 다른 시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분은 한국말로 꿈을 꾸고 한국말을 하는것이 목이 편하다고 하면서도
일본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보이더군요.
독도 문제에 있어서는 일본인이 자세를 낮추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얘기하는데
자세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발을 빼야 하는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속으로만 "에구~~ 노래나 하시지 무슨 독도 문제를 여기서 언급을 하실까?"
라며 혼자 눈살을 찌프렸습니다.

그분이 한국 남편과 살면서 자녀를 낳고 20년 넘게 살아온 한국이지만
조국은 일본이고 일본인 피가 흐르고 있기에 국가간의 문제에 있어서는
언제라도 자기 고국의 편이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겠지요.

일본에 강점 당하여 우리의 부모님들이 얼마나 비참하게 사셨습니까?
그렇게 되지 않도록 나라를 지키고 살려내려는 마음이 애국심이라면
우리는 국익에 반하는 일에 적어도 신나해서는 안되는 일이라는 생각입니다.
과학하는 사람들은 과학에 전념하게 두어야지 뭐한다고 숨겨진것 까지 들춰내서
콩이야 팥이야 떠들어 부끄러움을 스스로 자처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의 좁은 소견으로는 모두가 잠잠히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도치가 외국에 살면서 황우석박사의 쾌거로 동료들 간에 한국사람으로서
굉장히 proud 했었다며 지금 이사태를 아주 우려하는 말을 합니다.
그분이 연구비를 못받아 연구를 못할 지경에 이르면 국가적으로 너무 손해라는 거지요.
해서 제가 우리도치에게
"걱정하지마 모든 사람들이 다 황우석박사에게 등을 돌리더라도 엄마는 끝끼지 황우석박사를
믿고 지지 할거야. 안돼면 엄마 혼자라도 돕지뭐." 이랬군요.
도치에겐 허풍스럽게 들렸을지 모르지만 저의 심정은 그렇습니다.

줄기세포에 모든 사람들이 메달려 소모적인 논쟁에 끌려 다니기 보다
믿고 지지하고 마음의 성원을 보내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일것 같습니다.
모두가 줄기세포나 DNA에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는 일이잖아요.

나라를 사랑한다는 것이 아주 작은 실천에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낙엽이 떨어질 때 쯤이나 머리결 첫사랑 황성의 달…이런 일본가곡을 들었는데
"해변의 노래"가 그중 듣기 좋더군요.
한국가곡으로는 동심초 가고파 아리랑 등을 들었는데
일본 소프라노 가수의 목소리로 금강산을 듣는 감회는 좀 색달랐습니다.
그분이 자기가 일본인이라고 말하니 그렇지 선입견 없이 그분을 보면
그냥 내친구 같고 언니같은 한국여인의 모습이였습니다.
그러나 눈을 반짝이며 독도이야기를 할 때 그분은 내 동포가 아니였습니다.

송년음악회에서
연주자가 한국사람 이였으면 느끼지 못했을 감정,
아니 독도이야기만 안했어도 몰랐을 것을
일본인의 입으로 독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보니
나는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일본에 대한 뿌리깊은 감정이 내게 있음을 알았습니다.

순이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