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위한 춤곡
2005-02-16 14:02:43
비오는 날
바하의 무반주 첼로곡을 듣자니
바하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어느 궁정에 앉아 있는 착각이 듭니다.
고뿔과 눈다래끼 치통 소화불량….
꼬질꼬질한 일상의 트러블과 함께 있으면서 이런 소리를 하는
제가 조금은 웃기지요?

그러나
유리창 넘어에는 검은 어둠이 출렁거리고
창문엔 물기 머금은 빗금이 몇줄 그어져 있고
비교적 조용한 밤으로 가는 시간에
첼로혼자 저음의 현을 흔드는 소리에 빠지다 보니 그런 기분이 드는겁니다.
첼로는 바이올린이랑은 틀려서 낮은 음을 가지고
우리의 깊숙한 내면으로 침잠하는 것이
겨우내 언땅으로 스미는 봄비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바하의 무반주첼로 모음곡 6곡이
첼리스트 홍성은씨에 의해서 전곡이 녹음되었다고 해서 사게 된
시디가 아주 만족함을 줍니다.

사람은 길어야 100년을 사는데
세계적인 명기 스트라디바리나 콰르네리 보다 더 오래된
1707년산 "아마티"의 연주를 직접 들을 수 있어서 행운이였습니다.
400년 전 악기라고 하니 눈으로 보면서도 "정말일까?" 하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바하의 무반주첼로 모음곡을
"정적의 빛 속에서 고독한 넋이 열락에 겨워 그지없는 춤을 펼처가는 넋의 무곡이다."라고 말하더군요.
육신을 위한 무곡이 아니라 넋의 무곡….대단 하지 않습니까?
어느땐 생각이 춤을 출 때도 있잖아요.
비오는 저녁이거나
바람이 몹시 부는날
아니면 내속에 우울이 넘쳐 나는날
나는 한동안 바하의 무반주첼로곡을 들으리라 예감합니다.

아래는 돌체에서 퍼온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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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하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많은 첼리스트가 평생의 화두로 삼을 만큼 첼로가 지니고 있는
표현력을 최대한으로 활용한 바로크 음악의 정수로 평가받고 있다.
파블로 카잘스가 1889년 바르셀로나의 한 악기점에서 200년동안
잠자고 있던 악보를 발견해 첼리스트로는 최초로 전곡을 녹음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것도 평생 단 한번, 47년간 연구를 거듭한 끝에 60대에 이르러서야 전곡을 녹음했고
로스트로포비치도 칠순이 넘긴 후에야 전곡 음반을 내놓았다.
이 곡이 가지는 상징성이 그만큼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바흐가 1717년부터 6년에 걸쳐 완성한 이 작품은 작곡 당시에는 연습곡 정도로 평가절하됐다.
당시의 첼로 악기는 음색이 투박해 독주악기로는 충분한 뿌리를 내리지 못한 시기이기도 했다.
바흐 사후 200년만에 파블로 카잘스에 의해 재발견되면서 바흐 ‘건축물’ 가운데 최고의 명작이 되었다.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단 하나의 첼로로 연주하는 6곡의 춤곡으로 구성돼 있다.
1번부터 6 번까지 각곡은 ‘프렐류드-알르망드- 쿠랑트-사라방드-미뉴에트-지그’ 등
춤곡의 형식이지만 춤곡의 느낌은 좀처럼 나지 않는다.
윌프리드 멜러즈는 “무곡은 무곡이되 육체를 위한 무곡이 아니라 영혼의 무곡이다”라는 해석을 내렸다.
흐트러진 영혼을 위로해줄 수 있는 작품이라는 뜻이다. 월간 <객석>, 등
음악매체에서 뽑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클래식’ 1위에 오르기도 했다.

1889년의 어느날,
카탈로니아의 수도 바르셀로나 (스페인)의 한 악기점 으슥한 구석에서
먼지를 흠뻑 뒤집어쓴 채 200년 동안이나 잠자고 있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의 악보가 발견되었다.
이 놀라운 ‘신대륙 발견자’는 당시 13세의 소년- 파블로 카잘스였다.
카잘스는 그 후 12년 동안 집념어린 연구와 피나는 각고 끝에 비로소 첫 공개연주를 할 수 있었다.
당시의 일을 카잘스 자신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 발견은 내 생애에 베풀어진 하늘의 커다란 계시였다.
연구를 해가면서 위대함과 아름다움으로 가득 찬 미지의 세계가 눈앞에 활짝 열리기 시작했다.
이 오랜 연구 과정을 거쳐 경험한 감동은 예술가로서 내 생애 가장 순수하고 강렬한 것이었다.
’ 카잘스는 96세로 죽는 날까지 평생 매일같이 일과처럼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연습했다고 한다.
47년동안 연구를 계속해 연주 불가능한 부분을 수정 보완하고 나서야 녹음을 시작할 정도로 신중했다.
오늘날 모든 ‘무반주 첼로 모음곡’ 연주의 정점에 높이 솟아 있는 카잘스의 이 연주는 그 생명력과 기술적 완벽성, 내부적인 통일의 높이와 깊이, 논리성과 즉흥성의 혼연일치 등에서 비길 자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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