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주 연주회

나는 전생에
서양 어느나라의 귀부인 아니였으면 하녀 였을 것 같습니다.

왜 이런 생각이 드는가 하면 유난히 중세이후의 고전음악에 마음이 끌리고
언젠가 들었던 듯도 하고 들으면 마음이 평온해 지고
아득한 어느 지점에 내가 있는 것 같은 영혼의 위무가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성주가
좋은날을 골라서 음악가를 초청해서 음악회를 열 때
나는 그성의 하녀라 일하다 말고 음악에 끌려 젖은 앞치마를 입고 커텐뒤에 숨어서 음악을 들었을까?
아니면 연주자 앞에 좋은 자리에 앉아서 공작새털 부채로 살랑살랑 바람을 만들며 우아하게 감상을 했을까?
어찌 되었든 만약에 전생이 있다면
그생에서 난 음악에 몹시 굼주렸든지 아니면 음악속에 젖어 살았던지 그랬을 것 같습니다.

올가을 들어 유명한 음악가의 연주가 몇개 있었습니다.
그중에 백건우 피아노 연주도 듣고 싶었고 장한나의 첼로연주
정경화와 장영주의 바이올린 연주였습니다.
지난달 정경화의 연주을 다녀온 터라 올해는 그것으로 마감을 하려고 했는데
장영주의 연주가 있었던 어제 오후가 되자 견딜수 없이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후 4시에 세종문화회관에 전화를 걸어 봤더니 거의 매진 되었고
몇장이 남아 있는데 손님이 도착할때 까지 표가 있을지는 장담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표가 몇장 남지 않았다고 하니 더욱 가고 싶어집니다.
우리가 살면서 여러가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될때
기준이 되는 것은 기호(taste) 선호(preference) 희소성(scarcity)을 따지게 됩니다.
포기를 하고 무리없이 점빵을 지킬것인가 나의 선호와 기호와 희소성을 충족시키는
장영주 음악회를 갈 것인가?

갈등을 하면서 일을 하다가 기어이 6시에 점빵을 나와서 버스를 탓습니다.
우리집에서 광화문까지 가장 빠르게 가는 길은 버스전용차선으로 달리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세종문화회관 안내 데스크에 티켓을 문의하니 R석이 딱 세개 남아 있답니다.
그중에 하나를 골라서 사가지고 여유있게 입장을 했습니다.
로비에 많은 분들이 복잡하게 서성이고 있어서 커피를 마실 맘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런던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대해서는 기회 있을때 말씀드리기로 하고
장영주는 제가 오래 관심해 오는 연주잡니다.
며칠전 송혜령갑장님이 자료실에 소개한것 처럼 한국인이 제일 선호하는 연주자이기도합니다.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난 장영주는 4살 때 바이올린을 켜기 시작하였으며
8살 때 주빈 메타, 리카르도 무티와 공연 계약을 맺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EMI 클래식과 독점 계약으로 9살 때 1/4 사이즈 바이올린을 가지고
사라사테, 파가니니, 엘가, 프로코피에프 등의 작품을 연주한 첫 번째 앨범 <데뷔>를 출시했습니다.
1992년 9월에 출시 된 <데뷔>는 예외적인 환호를 받으며 즉각 빌보드 차트의
클래식 베스트셀러의 자리에 올라가기도 하였습니다.
장영주의 그런 기사가 신문에 나면 주의 깊게 읽고 스크렙 하기도 하면서 관심을 가졌었는데
그런기사를 작은도치에게 보여주면 비교 당하는 듯 해서 기분나빠 하더군요.
"엄마는 제가 이렇게 천재성을 발휘해 주길 바라는 거지요?"
"그런맘이야 아주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난 엄마딸이 자신의 일을
즐거워하며 살 수 있으면 족하지 능력에 벗어난 일을 하라고 요구하지는 않아."
라고 얘기해 주었습니다.
장영주는 도치하고 나이가 같고, 이름도 우리 도치들과 자매같습니다.

장영주는
쇼스타코비치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영국 런던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하였습니다.
하얀 롱드레스에 검정색을 두른 흑백의 조화를 느끼게 하는 연주복을 입었는데
그녀는 축구선수가 볼을 차듯 드레스 앞자락을 뻥뻥 걷어차며서 연주를 하더군요.
젊어서 에너지가 느껴지고 활기차고 기교도 뛰어났습니다.
돌체의 작은 무대에 익숙해서 큰 연주홀에 가면 아늑하고 친근한 맛은 없습니다.

음악으로
흡족하게 마음의 에너지를 흡수하고 광화문 거리를 나섰는데도
가을 바람이 소슬하게 옷깃을 파고 듭니다.
혹시나 해서 들고간 담요같은 숄을 펴서 어깨에 걸쳤습니다.
그래도 어깨가 시려운듯 했습니다.
옆구리는 아니고 분명 어깨가 시렸습니다.^^

가을탓인가?

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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