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
오랜만에 한번씩 귀국해 집에오는
도치들을 만나는 친척들은 도치들에게 얼마간의 용돈을 쥐어 줍니다.
"가서 입맛 없을때 라면이라도 사 먹어라" 이러면서요.
작은도치가 에미를 닮았는지 라면을 좋아합니다.
도치들이 20대 초반엔 별 꺼리낌없이 용돈을 받더니 이번엔 생각이 좀 달라졌나 봅니다.
20대 중반에 들고 보니 고모 이모등 친척에게 받는 용돈이 부담 스럽다고 합니다
맨날 아이가 아니고 이젠 성인이 되어서 한가정을 책임질 나이가 되었는데
미성년처럼 용돈을 받는 일이 미안하고 마음 쓰였나 봅니다.
"엄마 이젠 누가 용돈쓰라고 돈을 주면 창피해…"그러더군요.

작은도치가 출국하고 난 후에 할머니 방에서 봉투 하나가 발견되었습니다.
작은도치가 용돈 받은것을 고스란히 봉투에 담아
편지와 함께 할머니 방에 두고 간 것입니다.

할머니!
이편지 받고 당황하셨지요?
놀라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젠 나이가 적지 않은데
맨날 어린아이처럼 친척들에게 용돈이나 얻어쓰는 일이 부끄럽게 느껴집니다.
직접 벌어서 학교를 다녀야 하고 독립할 나이가 지났슴에도
부모님께 학비를 의존하는 것도 죄송한데 용돈까지 받으니 걱정입니다.

할머니께서
먼저가신 삼촌이름으로 신학생 한명 후원하기를 원하시니
할머니 뜻대로 가난한 학생의 등록금에 보태 쓰시기 바랍니다.

찬이는 제가 책임지고 돌보겠습니다.
삼촌이 안계시니 찬이가 고등학교와 대학을 마칠때 까지
힘 닫는데 까지 도와줄 계획을 가지고 있으니
찬이와 영이 때문에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할머니 너무 속 태우지 마시고 건강하시길 간절히 원합니다.
먼저가신 삼촌도 할머니가 가장 염려되실겁니다.
저도 열심히 공부해서 할머니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안녕히계세요.

손녀올림

어머니께서

먼저간 동생이름으로 신학생 등록금을 지원하시겠다며
자녀들이 준 용돈 모은것을 내 놓으셨습니다.
그것을 안 작은도치가 저도 돕겠다며 친척들에게 받은 용돈을 두고 간 것입니다.
어머니께서 "어린것이 객지에 나가 고생하면서도 할머니 생각을 먼저한다"고
기특해 하시며 기운을 얻으십니다.

빨랫줄에 어머니의 속옷이 널린것을 보면 눈물이 날때가 있습니다.
하얀색 넌닝셔츠가 하늘하늘 하게 낡다 못해 구멍이 여러게 숭숭 뚤려있습니다.
아마 5년은 넘게 입으셨을겁니다.

그럼 넌닝셔츠를 좀 사드리지 그려냐고 하시겠지만
자녀가 여렷인데 누구라도 어머니의 그런옷이 널린것을 보면 슬그머니
속옷을 사다 놓고 가기도 하는데
그런것을 포장도 뜯지않고 모았다가 혼자사시는 불쌍한 할머니들께 가져다 드립니다.
교회 갈 때만 곱게 단장하고 가시지 그외의 시간에는
동생이 입던 헌바지와 몸빼 그리고 10년은 훨씬 넘게 입으셨을 허름한남방 차림입니다.
전에는 그러시는 것이 못마땅해서 화도 내고 어머니께 뭐라고 하기도 했지만
요즘엔 아무말 못합니다.
"내가 쓸 것을 아껴야 남 도울것이 있지 내가 쓰고 싶은 것을 다 쓰고
남는 것으로 남을 도우려고하면 안된다" 고 말씀하시기 때문입니다.
남을 돕기위해서 내 쓸것을 아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당신을 위해서는 속옷하나도 새것으로 입는 것을 아끼는 분이
남을 흔쾌히 돕는 할머니를 보고 자연스럽게 도치가 배운것입니다.

어머니의 생각과 삶은 나에게 늘 힘이되고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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