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그녀
2005-05-17 14:09:35
주말이면 돌체에서 만나는 주여사라는 분이 있습니다.

그분의 특징을 한마디로 말하면 옷차림이 야합니다.
사랑방 식구들도 돌체에 와 보신분들은 야한 옷차림의 여인이 생각나실 겁니다.
나보다 나이가 두어살 아래인 분인데 야한 외모에 비해 성품도 좋고 아주 매력적인 여인입니다.
한겨울에 오버속에 반소매 원피스를 입고와서
오버를 벗고 하얀 팔을 들어내고 음악을 듣기도하고
잠자리 날개같이 하늘거리는 쉬폰 스커트를 입거나
굴곡이 보일락 말락하게 가슴깊이 파진 셔츠를 입어서 앞에 앉은 사람을
아슬아슬 하게 하기도 합니다.
꽃분홍색이나 보라색 스카프를 맵시있게 목에 두르는데 멋지게 어울립니다.

겨울이면 내복에 의지해 사는 내복파 아줌마인 나는 반소매 원피스를 입은
그녀의 패션감각에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스카프도 그렇습니다.
선물받은 스카프가 장롱속에서 울고 있는데도 그걸 한번 매 보려면
스스로 도저히 어울리지가 않아서 몇번 매어 보다가 말곤 합니다.
쑥스럽기도 하고 안하던 일이라 하기 어려운것도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미적감각이나 패션감각은 타고 나는것 같습니다.

그녀는 아름다운것이나 예쁜것을 보면 지나치지를 못한답니다.
남의집 정원에 눈길을 끄는 한무더기 꽃이 보이면 차에서 내려 들여다 보고 오고
마침 정원손질을 하고있는 주인을 만나기라도 하면 이야기를 건네곤 하나봅니다.
가족으로는 남편과 두 아들이 있는데 일찍 결혼한 관계로 자녀들이 이미 장성하였더군요.
스케치여행을 하고, 유화를 그리고 , 음악을 듣고, 꽃꽃이를 하고
글을 쓰고 , 무척 바쁘게 생활하면서도 들꽃의 아름다움을 아는 아주 섬세한 여인입니다.
붙임성도 좋고 인사성도 밝아서 누구에게나 인사도 잘하고 말도 잘 건넵니다.

어느날은 저녁을 못 먹고 왔다고 올앤뉴에서 저녁을 먹자고 청하기에
마침 저녁을 굶고 돌체에 간 날이라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은 친밀함의 척도 인 것이 맞습니다.
전에는 그냥 인사만 하고 지나치던 관계였는데 한끼 밥을 같이 먹고 나니
훨씬 가깝다는 느낌이 드나 봅니다.
밥을 먹으면서 가족 이야기도 하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소녀같은 감성을 이야기하고
건강이 충분치 못해서 입원했던 이야기
어려웠던 시절을 살아낸 이야기를 소박소박합니다.

자신의 생활에서 그림 그리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음악이 얼마나 좋은지, 꽃과 자연에 심취해 있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 하더군요.
그 나이까지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사는것을 보면 모든것이 유복해서 그런가 하지만
살면서 어려움도 만나고 남편의 교통사고와 사업의 부도등
남들이 겪는 어려움 만큼 그녀도 지난한 세월을 살아왔슴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아름다움과 예쁜것에 대한 감성을 잃지 않고 지켜 나온것이 존경스럽습니다.
"제가 옷차림은 좀 야하지만 속은 구닥다리예요…ㅎㅎㅎ"
이렇게 말하는 여인이 있어서 돌체가는 재미를 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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