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곡

모짤트 피아노소나타는
어린이들이 피아노를 배울때
연습곡으로 많이 사용되어 비교적 귀에 익숙합니다.
우리도치들이 피아노를 배울때 집안에서 늘 듣던 음악이거든요.
리듬이 반복되고 간결하고 단순하면서 물방울처럼 가볍고
듣기에 좋다고만 생각했었습니다.

큰도치가 5살때 우리집에 피아노가 들어왔습니다.
큰도치는 그때 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고
3살이던 작은도치는 2년을 더 기다려 언니와 함께 레슨을 받았습니다.
큰도치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해에 우리집에 레슨을 오던
피아노선생님은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던 대학생인데
보통 야무진 분이 아니였습니다.
한 일년을 가르치더니 "동아콩쿨"에 도치들을 내 보내 보자고 합니다.
큰아이가 8살 작은아이가 6살 때 입니다.
그러나 도치아빠나 나는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전공시킬 생각이 없었기에
취미로 그냥 조금만 배우게 할 작정이였습니다.
그래도 피아노 선생님이 강력하게
"경험도 얻고 실력 테스트도 할 겸 한번 나가 보자"고 하여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큰아이 지정곡이 모짤트 piano sonata in C major, K545 였습니다.

주3회 출장을 오던 피아노 선생님께서
콩쿨을 앞두고 주말에도 오셔서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데
연습중에 손가락 모양이 틀리거나, 박자가 늦거나 미스가 나면
선생님이 잣대로 아이 손등을 톡톡 때리고
"여기서 또 틀렸잖아?" 이러며 날카롭게 나무랍니다.
거실에 있다가 피아노선생님의 날카로운 음성을 들은 도치아빠가 질색을 합니다.
아이들에게 전공 시킬것도 아니고 취미로 조금 가르친다고 해 놓고는
저렇게 사납게 소리치는 선생에게 어린아이들을 맞기면 어떻하냐구요.
콩쿨이고 뭐고 내보내지 말라고 합니다.
평소엔 몰랐는데 주말에 집에 있다가 선생님 소리치는 것을 들은것입니다.
자로 아이들 손등을 톡톡 때리고 소리치는 것을 나는 알았지만
선생님이 학생에게 그러는 것은 엄하게 가르치기 위한 것이고
콩쿨을 앞두고 주말에도 연습을 하면서 생각만큼 잘 되질 않으니까 그러지 않겠느냐고
그래도 시작한건데 포기하기는 좀 그렇지 않냐고 도치아빠에게 사정을 해서
겨우 콩쿨에 나갔습니다.

결과를 기대 하지는 않았지만 거의 꼴찌로 입상을 했습니다.
그냥 음악콩쿨에 한번 나가 본 것으로 위안을 삼고
콩쿨을 마치고 집에 오다가 피아노 선생님을 모시고 우리식구와 함께
식사를 하는데 도치아빠가 피아노 선생님께
"아이들에게 그렇게 날카롭게 야단치는 것은 좋지 않다"고 기어이 한마디 해서
내가 몹시 곤란했었습니다.
나이어린 선생님인데 그런말이 수용이 될까 걱정했지만
그래도 그선생님이 몇년을 더 아이들을 가르쳐 주셨고
피아노선생님을 내가 중매해서 결혼에 골인 하여 잘 살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중매를 여러건 했습니다.^^)
초등학교때 배운 피아노솜씨로
교회성가대 반주를 할 정도가 되었으니 본전은 뽑은 셈인가요? ^^

손등을 자로 맞아 가며 모짤트 피아노 소나타를 배우던 아이가
이젠 20대 중반의 숙녀가 되어 함께 연주회에 가게 되어
도치도 그 음악을 들으며 감격했고
나또한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모짤트 피아노 소나타를 연습곡인줄만 알고 있었는데
정말 아름답고 대단한 곡이였습니다.

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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