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 바르기

얼마전
이성이 감정을 제어하지 못해서 끙끙 대었습니다.
이성으론 합당치 않다는 것을 아는데
감정으론 도저히 받아 들이지 못하는 겁니다.
내 안에서 삭히지 못한 애를 끓이다가 보니
온몸에 땀띠 같은 열꽃이 피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쯤 지나고 도저히 견디지 못한 이성이 감정에 항복을 하고나자
열꽃이 갈아 앉았습니다. (아직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더군요.)

그런데 다른 부분은 다 나았는데
살이 많은 엉덩이 부분은 열꽃이 뭉쳐서 나을줄을 모릅니다.
이럴때 저는 할머니가 된 어머니께 엉덩이를 보여주며 응석을 부립니다.
"어머니 엉덩이에 뭐가 났는데 안 없어지고 아파요."
"어디보자~~~ 엄살 많은 우리딸~~~"
"진짠데…."
"어디보자….침 바르면 낫겠네, 침 발라라…"
"여기다가도 침 발라요?"
"그래 별거 아니다 침 발라라"

우리 어머니 처방 80%는 침을 바르라고 하십니다.
그래도 저는 그 처방을 받으려고 어머니께 응석을 부릴때가 많습니다.
모기에게 물려서 가려워도 침을 바르라고 하고
멍울이 생겨도 침 바르라고 합니다.
같은 자세로 오래 앉아 있어서 발이 저릴때도 콧등에 침을 바르라고 하구요.

내가 7~8세쯤 감기를 몹시 앓고 난 후에 우연히 귀 뒤쪽 목 줄기에서 멍울이 만져 졌습니다.
그 멍울이 콩알만 했는데 얼마후 보니 작은 대추알만 해 졌습니다.
어머니께 말씀드렸더니
"자꾸 만지면 덧나니까 절대 만지지 말고 별거 아니니까 생각날 때 마다 침을 발라라…"
그러셔서 손이 갈 때마다 침을 발랐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작아지지 않고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커졌습니다.
그렇지만 어머니께서 별 것 아니라고 말씀 하셨기에
별 것 아닌가 보다 생각하고 그냥 지냈습니다.
가끔 자다가 보면 어머니께서 근심스럽게 나를 내려다 보고 계신것을 느낄때가 있었습니다.
늦은 밤이나 새벽에 어머니께서 멍울진 목에다 침을 발라 주시는 감촉 때문에

설핏 잠이 깨어 어머니의 손길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임파선염이나 임파선 종양으로
큰 병원에 가서 조직검사를 해야할 정도 였을텐데
별거 아닌병으로 치부하여 침을 발라서 나았습니다.
그 효험을 보고 난 후 부터 우리집에서 침은
피부질환이나 원인을 알 수 없는 멍울에 유용한 연고로 늘 쓰임 받았습니다.
우리 도치들을 키우면서 저도 도치들에게 침을 발라 줄때가 많았습니다.

어머니의 처방은 침 바르는것 뿐 아니라
여러가지 유용한 민간요법이 많습니다.
좀 고단하면 목이 붓고 아푼데 어머니께 "목이 아파요."라고 말씀 드리면
타올을 목에 감고 자라고 합니다.
실크스카프는 안되고 꼭 면 타올을 따뜻하게 목에 감고 자고 나면 목이 신기하게 편해 집니다.
"소화가 안되고 체했다"고 하면 바늘을 가지고 손가락을 따 주십니다.
조카들이 홍역이나 수두같은 중한 질병을 앓을 때도
어머니가 하라는 대로 하면 불안감 없이 병의 진행과 치료 과정을 지켜볼 수 있습니다.

벌레 물렸을 때나 피부 질환이 생겼을 때
침을 발라보세요.
신기하게 잘 낫는 답니다.

그런데 이런말 하는 사람이 약장사래요. ^^

순이

1 Comment

  1. 홍복희

    2006-02-22 at 07:20

    이런말 하는 사람이 약장사래요…
    순이님 어찌 어찌 하다 님의 방을 보았습니다.
    어머니와의 일상이 내 엄마를 기억하게 하시고 내 엄마도 침을 우리에게 많이 발라주셨어요. 나도 내 아이에게 지금도 침을 발라주고 있지요.
    침의효능 있는거지요. 약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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