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마크

고등학교를 같이 다닌 오랜친구가
대학생인 두자녀와 함께 우리집을 왔습니다.
친구와는 동창모임에서 늘 보는 터이지만
그자녀들은 오래 보질 못했습니다.
중학교때쯤 보고 지금 대학교 4학년 3학년이 되었으니
오랜만에 만나 반갑기도 하고 예쁘기도 하고 이야기도 듣고 싶고 해서
저녁을 한적한 일식집에서 먹다가 보니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일식이라는 것이 후다닥 먹고 나올 수 있는 곳이 아니잖아요.
거기다 수다까지 푸짐하게 떨다 보니 돌체에 8시 전에 도착이 되어야 하는데
8시가 넘어 버렸습니다.
그래도 놓치기 아까운 프로그램이라 계단을 내려 가는데
돌체사장님이 계단 아래 서 계시다가
"오시느라 수고 하셨습니다." 이러고 인사를 하십니다.
어떨결에 "늦었습니다."인사를 하고 들어가 자리에 앉아서 생각하니
인사말이 조금 이상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도 늦었지만 연주자도 트레픽에 걸려서
우리뒤에 들어와 바로 연주가 시작되었습니다.

현악사중주곡이 우리돌체에서 듣기엔 아주 적당하고 좋았습니다.

연주가 끝나고 친구와 그녀의 두딸과 함께 자리를 옮겨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돌체사장님이 오시더니
내친구와 1st바이올린 연주자인 김현미교수님이 너무 닮아서
우리가 들어올때 착각을 일으키셨다고 합니다
아하! 어쩐지 인사말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돌체사장님은
착각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증명이라도 하시듯
김현미교수님을 우리자리로 부르셔서 대조를(?) 하시는군요.
김현미교수님은 충분히 미인이시고 우리보다 젊으신데도 내친구를 위해
"이렇게 미인을 저하고 비교하시면 실례가 될 것 같은데요? ㅎㅎㅎ"
라고 말씀하시는데
유머도 있고 겸손하고 명랑한 성품이 단번에 호감이 갔습니다.

어린숙녀들이 3명이나 있으니까
교수님께서 특별히 관심이 가시는지 우리자리에 합석을 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현악사중주단이 오래 함께 연주하기가 어려운데
콰르텟 21은 13년째 해 오고 있다고 하십니다.
한음악을 가지고 네명이 곡 해석이 다 틀릴 수도 있고
관점이 다를수도 있고 예민한 부분에서 첨예하게 대립할 때가 많아서
서로 마음을 상할때가 많을 수 있다는겁니다.

우리는
현악사중주단의 같은 단원이면 눈만뜨면 모여앉아 연습하고
함께 연주여행하고 그럴것 같지만
유럽의 유명한 어느 현악사중주단은 모여서 연습하는 시간과
연주하는 시간을 빼고는 네명이 여행도 함께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비행스케줄도 다 따로 잡고
아주 조그만 시골을 가게 되어 묵을 곳이 없어도
기어이 각자 흩어저 잠을 자고 연주중에 만 만난답니다.
일리가 있는 말씀이였습니다.
우리도 부부가 여행을 해 보면 여행중에 다툴일이 자꾸 생기더군요.
그러니 늘 함께 하는것 만이 좋은 것은 아니라는 얘깁니다.

김현미교수님은
지력이 없는 요즘 청소년에게 클래식이 다가 가려고
금난세선생님 같은분이 10분 연주를 위해 그배의 시간을 들여
재미난 해설을 곁들여야 하는 노력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 걱정을 하시더군요.
그러고 보면 우리는 시커먼 굴속같은 르네상스음악실에서
연주되는 음악의 제목과 작곡자만 칠판에 분필로 써 있는 것만 보여도
음악이 연주되는 30~40분동안 숨소리도 크게 내지 못하고 몰입했었습니다.
클래식 보급을 위해 노력한다는 열린 음악회가 결국은
청소년에게 지력을 키우지는 못할 거라는 걱정과
휴대폰이 잠깐이라도 꺼지면 세상과 단절한 듯
휴대폰에 목숨거는 요즘 청소년들 이야기도 곁들여 하였습니다.

지난밤 연주중에
튜닝이 악장마다 유난히 많이 이루어져서
음악이 끊기는 기분이들고 연속성이 없어져서
좀 곤란하더란 말씀을 드렸더니 현이 연주중에 자꾸 틀려지기에
튜닝을 꼭 해야 한다고 하시네요.
그렇지만 악장과 악장이 넘어 갈 때 박수를 치지 않는것은
곡의 연속성 때문인데 조금 아쉬운 감이 들었습니다.
보너스를 좋아하는 우리돌체식구들에게
아이네크라이네 나하트뮤직같은
악보없이도 연주가 가능한 것 한악장 이라도 앙콜을 받아 주었으면 하고 바랐는데
그런것이 없어서 아쉬웠다는 말씀도 드렸습니다.
신화백님께서 우스개로 말씀하신 무식한 백작부인 같은 사람이
돌체에도 한아줌마가 있구나 하실것 같습니다. ^^

아참!
제목을 선정적으로 키스마크라고 해 놓고는
키스마크 이야기를 안했군요.
바이올린 연주자라면 누구나 영광스런 상처로 지니고 있는
왼쪽목에 선명한 피멍!
어쩌면 키스마크로 오해 받지는 않으신가 물어서 우리 많이 웃었지요?
바이올린과의 열정적인 시간이 많으실수록
키스마크는 더욱 선명해 지겠군요.

가끔은
무식한 아줌마와 전문가와의 대화도 필요하지요?^^
많이 피곤하신 중에도 어린숙녀들을 위해
무식한 아줌마와의 대화에 응해주신 김현미교수님과
마음좋은 돌체사장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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