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터너

페이지 터너?

티나 터너인가? 아니면 패티 페이지인가? ^^

피아노 연주회때 보시면
피아니스트 왼쪽에 보조의자를 놓고 앉아서
악보를 넘겨 주는 사람을 페이지터너라고 합니다.

지난번 음악회때 페이지 터너는
아주 어린 고등학교 여학생이 했습니다.
피아니스트는 러시아사람 이였는데
여학생에게 뭐라고 영어로 말하니까 여학생이 잘 못 알아 듣습니다.
그때친구가 영어는 내가 되는데
"내가 할까?" 그러더군요. ^^
영어를 잘하면 페이지터너를 잘 할수 있을까요?

페이지터너를 맡은 여학생은
함께 연주하는 바이올린 연주자의 제자인것 같았습니다.
학생이 음악을 공부하는 학생이였지만 (악보를 기본적으로 볼 수는 있었지만)
실수 연발이였습니다.
우리는 연주자와의 거리가 일미터가 조금 넘을까 그런 거리에 앉아 있기 때문에
다 볼 수 있었습니다.
페이지를 넘겨 달라고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서 신호를 보내기도 하고
몸을 흔들어 제스쳐를 쓰기도 했습니다.
어느땐 너무 앞서 페이지를 넘긴 탓에 피아니스트가 직접 페이지를 되돌리기도 했구요.
우리는 그럴때 마다 눈을 맞추며 의미있게 웃었습니다.
친구는"내가 했었어야 하는데.."이런 회심의 미소를 짓더군요.
영어가 확실이 되는 사람에게 페이지 터너를 시키면 잘했겠지요?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다 말고 말로 "페이지 넘겨 주세요." 그러나요? ㅎㅎㅎ

피아니스트 참 멋쟁이더군요.
시작하기전 함께 연주할 바이올린주자에게 양 볼에 쪽 소리가 나도록 키스를 하더니
연주하는 내내 바이올린의 비위를 맞추는 듯 했습니다.
때로는 달래고 때로는 화답하고….
곱고 부드럽게 응대하는 피아노 선율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건반 터치가 얼마나 부드러운지 …
건반 위에서 그의 손은 물방울 처럼 뛰어 놀았습니다.
부드럽고 고요하면서도 정열적인 그의 연주 솜씨는 놀라웠습니다.
피아노트리오에선 피아노가 주가 되는거라 그런지
피아노의 리드가 돋보이는 연주였습니다.

바이올린주자는 우리나라 사람인데
등이 거의 파진 주홍색드레스를 입었습니다.
그녀 역시 가늘고 여려 보였습니다
바이올린은 몸의 턱밑에 끼우고 쇄골위에 얹어서 하는 악기라
드러난 목 부위에 상처가 선명히 보이더군요.
몸에 상처를 입기까지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을 그녀가 애처롭기 까지 합니다.

그에 반해서
첼리스트는 연습에 의해서 라기보다 자신의 타고난 적성을 살려
음악을 즐기기 위해 연주 하는 모습으로 보였습니다.
구불구불한 긴 외이브가 지는 금발머리에 잘생긴 얼굴 군살없는 긴체형
그런것들이 첼로와 어우러져 한껏 멋있게 보였습니다.
첼로가 격렬한 톤을 연주할 때 현위를 부비는 활에서
먼지같은 하얀 파편들이 떨어지는 것이 보입니다.
(활에 먹인 왁스에서 떨어지는 것이겠지요)
그런것들도 음악과 함께 버무려 져서 환상처럼 아름답습니다.

작은 음악회에 다녀오면

일주일이 즐겁습니다.

페이지터너를 생각해도 재미있고

바이올린과 첼로와 피아노의 화합하는 음이 머리속에서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냅니다.

2 Comments

  1. 오드리

    2006-03-15 at 16:11

    제 딸은 넘순이라고 하더군요. 아마 페이지를 넘겨준다고 그렇게 부르나봅니다.ㅎㅎ
    딸이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에서 피아노를 전공합니다. 올해 졸업반이군요.
    다른 사람 연주를 들으면 편한데 딸이 연주하는 것은 듣기가 참 힘들어요.
    심장이 오그라들고 간이 졸아붙고 피가 마릅니다. 엄마이기 때문일까요? ㅎㅎ
       

  2. 윤 환

    2006-05-16 at 06:43

    오늘은 짝수날이라선지,
    많이 배웁니다.
    <페이지 터너>,
    그것 하나도
    <이거이 왠 횡재?>
    – 왜냐하면, 그 이름을 몰라서, <악보 넘겨 주는 사람>이라고 명사가 아니라, 아예, 문장을 이용해서 지칭하곤 했었거든요.-
    하고 감사의 말씀을 드리러 왔다가,
    두 번 째 횡재.
    아,
    <넘순이>,
    – 가끔 <넘돌이>도 있드만요? –
    순 우리말로도 배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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