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0-14 08:27:34
집에 들어 오려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더니
현관 입구에 예쁜 국화 화분이 두개 놓여 있고 거실에도 활짝핀 국화꽃이 있습니다.
어머니가 예뻐서 사오셨겠지 하고 아침에 일어나
"국화 이쁘네요 어디서 사오셨어요?’ 라고 어머니께여쭈었더니
"혼자 보기 아까워서 옥상에서 내려 왔다" 그러십니다
그러니까 어머니께서 키우신 국화입니다.
여름내 물 주고 가꾼 국화가 이쁘게 꽃을 피웠는데
아무도 올라가 봐 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혼자 보기 아깝다고 들고 내려 오신겁니다.
미안해진 제가 "저보고 올라가 보라고 하시던지, 절 시키시지…..
어머니가 이 무거운 것을 들어 내리셨단 말이예요?"했더니
"아직은 내가 너 보단 기운이 좋다….꽃이나 많이 봐 줘라…"그러시며 웃습니다.
우리 어머닌 아직도 당신이 딸보다 기운이 좋다고 생각하시나 봅니다.
주일날 교회에 가면
어머니 친구 한분이 아드님께 업혀서 오는 분이 계십니다.
우리 어머니와 똑 같은 연세이시고 무릎 퇴행성 관절을 앓으시는데
그분은 걸음을 못 걸을 정도로 불편하셔서 누가 업어서 옮겨 드려야 이동이 가능하십니다.
이분이 어느날 우리 어머니께
"친구는 좋겠네! 당신발로 걸어서 교회에 오니까…난 누가 업어다 주지 않으면
주일날 교회도 못오니 어쩌면 좋은가? 친구가 부럽네…" 그러시더랍니다.
우리 어머니께서도 퇴행성 무릎 관절염 때문에 오래 고생을 해 오셔서
무릎이 밖으로 0형 모양으로 굽는 변형이 와서 걸음이 편치 않으시고
많이 아픈날은 관절에 주사를 맞아야하고
파스로 다리를 도배 할 정도로 많이 불편 하신데도
그렇게라도 걸어 다니는 것을 부러워 하는 친구가 있다고 하시면서
내가 "관절 수술 하면 훨씬 좋다던데, 수술하십시다 "라고 말씀 드리면
"뭘 더 바래냐?..이렇게 걸어 다닐수 있으면 되지 ..수술은 무슨 수술…
그냥 더 나빠지지 않고 몸을 달래면서 살다가 하나님 부르시면 가면 된다…."그러십니다.
어머니께서 "뭘 더 바래냐?"이렇게 말씀 하실땐
단호함이 있기 때문에 더 말씀을 드릴 수 없습니다.
그래….뭘 더 바랄까?
연세드신 어머니께서
이직 기운이 그만 하셔서 교회도 가시고
옥상도 잘 오르 내리시며 농사도 지으시고
큰 화분을 들어 내리실 정도로 힘도 쓰시고
바쁜 동생을 대신하여 훈이 준이도 돌봐 주시고
식사도 잘 하시니까
그만 하면 만족 해야지!
아직도 어머니께 가끔 야단을 맞는 형편이지만
그래도 야단치는 어머니 계셔서 이만큼이라도 살아 가는 것 같습니다.
뭘 더 바라겠습니까?
봉천댁
2006-03-23 at 05:00
흑..
고운정
2006-03-23 at 13:36
돌아가신 엄마생각이 나는 군요,
마음 편히 해드리는 것이 젤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