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만 젊었으면…..

어느날 보니
조카아이들이 드나들다 벗어 놓고 간 털모자(일명 빵떡모자?)를
어머니께서 쓰고 계셨습니다.
노인이 노란 털모자를 쓰고 계신것이 어색해서
"모자는 왜 쓰셨어요?" 라고 여쭈었더니
"머리가 시릅다. 이거 쓰니 참 뜨뜻하다야,
네 할머니께서 계실때 맨날 수건을 쓰고 계셔서 뭣하러 수건을 쓰실까 했었는데 이래서 쓰는가 보다."
그러시는겁니다.
("시릅다"는 시럽다의 강원도 사투립니다.)

그래서 동생보고 어머니께서 쓸 모자를 하나 사오라고 했습니다.
동생이 사온 모자는 인도네시아 스카르노 대통령이 썻던 그런형태의 모자 였습니다.
어머니께 쓰고 다니시라고 드렸더니
"남사스러워서" 못 쓰시겠답니다.
뭐가 남사스럽냐고 남들 다 쓰고 다니는데…라며
동생이 모친께 모자쓰기를 강요 해도
모친은 집에서만 쓰시겠다고 하십니다.

머리가 시러울 정도로 연세 드신 모친께서
오늘 홀트회관에 다녀 오셨습니다.
낮에 느닷없이 점빵에 내려 오시더니
"고아원에 좀 다녀 올란다"그러십니다.
"뭔 고아원은요?" 했더니
"홀트회관에 친구랑 금방 다녀 올께"라시며 바삐나가셨습니다.

그곳에 가셔서 아이들 손잡고 이야기 하고 보살펴주고 놀다 오셨습니다.
집에서 멀지는 않지만 다녀오셔서 힘드신지
저녁 먹으러 집에 올라가 보니 누워계셨습니다.
힘드셔서 그러신가여쭈었더니
"다리가 아프다."고 하십니다.
"에고 불쌍한 것,그 어린것들이 눈에 밟혀서 담주에 또 가봐야 하겠다."라시는군요.

저의 모친은 하신다면 하시는분이라
말리고, 못하게하고, 이런것이 통하지 않습니다.
당신 용돈을 털어서 사무실에 기부하고
영수증을 받으셨는데….금액을 말씀드리기는 그렇고
적은돈이 아니였습니다.

남의 도움을 받아야할 연세에도
남을 도울 생각만 하시는 모친이 존경스럽기는 하지만…..
몸살이 나서 누워 계시는 모습을 보는 자녀의 입장이 편치는 않습니다.

저의 모친이 십년만 더 젊으셔도 좋겠습니다.
내가 나이 먹는 것은 슬프지 않지만
모친이 나이 드시는 것은 정말 마음이 아픔니다.

젊어지는 약은 없을까요?

3 Comments

  1. 보리

    2006-03-28 at 10:40

    참 따사로운 마음을 가지신 할머니시군요!
    이웃 사랑을 실천하시면서 점점 더 젊으지실거에요.
    마음이 기쁜 일을 하면 나이를 잊게 되니까요.

       

  2. brightmoon

    2006-03-28 at 17:48

    엄마라 안하고 어머니라 부르는것 밉디고 했었죠
    취소 합니다
    그래도 모친은 어쩐지.. ^^   

  3. 선 재

    2006-04-26 at 11:38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것은 땅을 딛고 사는 사람으로써는 당연한것인데
    이글을 읽는 저는 멀리 도망가고 싶을정도로 낯이 뜨겁습니다.

    다리 위의 저 거지도

    아들을 위해

    반딧불을 잡으려 하네

    _()_ 날마다 좋은날 되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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