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오후
병원 진료가 오후 세시에 끝나고
나에게 서너시간 여가가 주어졌습니다.
원래는 다른 일을 할까하고 비워둔 시간인데
좀 어긋나는 일이 있어서 예상치 못하게 얻어진 시간이였습니다.
뭘할까 생각하다가
어머니를 모시고 백화점에 갔습니다.
한가한 시간을 얻지 못해서 어머니랑 쇼핑할 시간이 잘 없습니다.
대신 춤바람 동생이 어머니를 모시고 쇼핑하기를 즐깁니다.
어머니랑 마담사이즈 옷이 있는 백하점 3층으로 올라갔는데
에스컬레이터에 내리자 마자 어떤 점원이 반갑게 인사를 합니다.
우리집에 오는 이웃에 사는 아주머니셨습니다.
인사만 받고 지나칠수 없는 상황입니다.
둘러보니 어머니들이 입는 티셔츠, 골프옷 등을 팔고 있었습니다.
"어머니 여기서 어머니 티셔츠 하나 삽시다. 마침 우리 동내분인데요."
했더니 어머니도 싫지 않은 눈칩니다.
그분은 이것 저것 자꾸 어머니께 권합니다.
너무 화려해서 싫다고 하시는데
"연세 드실수록 화려한것을 입으셔야 한다"며 강권합니다.
꽃무늬가 화려하게 프린트된 티셔츠를 하나 골랐습니다.
반짝이가 많이 달려 있어서 카라주변과 가슴부분이 유난히 예쁘게 반짝이는 것이 보기 좋았습니다.
어머니는 "노인이 너무 주책 맞지 않겠냐?"라고 하십니다.
괜찮다고 말씀드리니 "교회갈때 입어야지…"하십니다.
이웃에 사는 점원 아주머니는 "어머니 바지도 하나 사셔야지요? 그옷에 맞춰입으시게요."합니다.
그러면서 맞은편 바지집 점원에게 "잘 아는분인데 좋은것으로 골라드려요."합니다
꼼짝없이 바지도 하나 샀습니다.
꽃무늬 프린트 티셔츠에 어울리는 검정색 바지를요.
어머니는 너무 비싸다고 자꾸 사양을 하시는데
어버이날 선물로 미리 사드린거니까 그냥 입으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구두도 하나 사고 봄 스카프도 사고
어머니랑 둘이서 갈비탕으로 저녁을 먹고 들어왔습니다.
시간이 나는대로 어머니와 자주 이런 시간을 갖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집에 돌아와
옷을 입어 보시던 어머니가 한숨을 쉬시며
"네 아버지는 이런거 한번도 못입어 보셨는데…"하십니다.
좋은 음식이 있거나 좋은일이 있을때 어머니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 올리십니다.
네아버지는 비행기도 못 타보셨는데…
네아버지는 이런데 못 와보셨는데…
네아버지는 이런거 못 드셨는데….이러시면서요.
그러고 보니 아버지는 좋은옷을 한번도 못입어 보시고 돌아 가신것 같습니다.
"아버지 대신 어머니가 100살까지 사시면서 아버지 몫까지 호강하시면 되잖아요?" 했더니
"백살까진 싫다 언제라도 하나님 부르시면 가야지…내가 언제까지 살겠냐?"하십니다.
어머니가 백살까지 사시면 나도 70살이 넘는데…
"어머니 부탁이 있는데 새옷 사드리면 아끼지 말고 입으세요.
새옷은 아껴 두시고 왜 맨날 헌옷만 입으세요?’ 라고 했더니
"집에 있는 사람이편한게 좋지 새옷입고 있으랴? "이러십니다.
교회에 가실때나 새옷을 꺼내 입으시고
집에서는 막내 남동생이 입던 바지를 도치아빠 헌 낵타이로 허리를 묶어 입으시고
티셔츠는 몇년째 입어서 낡은 것 만 입고 계십니다.
그게 편하시다면서요.
어머니가 편하시다는데 할말이 뭐 있겠습니까만
옷을 좀 덜 아끼고 입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어머니께서 나이가 드시긴 드시나 봅니다.
전에 같으면 안 입으시겠다고 하실 화려한 무늬의 티셔츠를 사시는것을 보면요.
나이드시면서 빨간색, 분홍색 , 꽃무늬, 이런것을 좋아하시더라구요.
우리아버지도 살아 계셨으면 멋진 티셔츠를 입으시고
어머니랑 함께 꽃구경 보내 드렸으면 얼마나 좋았겠어요…
꽃구경 가셔서도 어머니는
"네아버지랑 함께 왔으면 좋았으련만…" 이러셨을겁니다.
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