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도 성품을 따라가나 봅니다.

연주도 성품을 따라가나 봅니다.

당국의 협조가 아슬아슬하게 있어 주어서 연주 시작 직전 신화백님이 해설을 시작하려고 할때
겨우 자리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어느땐 혼자 듣기 참 아까울 때가 있습니다.

숱이 많은 긴머리를 시골처녀 처럼 길게 땋아서 늘어 뜨리고
(난 어제 그녀의 등을 보고 앉아 있었습니다.)
검정색 바지 그리고 검정색 쉬폰브라우스…검소하기 짝이 없는 옷차림이였습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드레스코드가 갖춰지지 않은 연주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분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과 옷차림은 담백하였지만 그녀의 열정어린 연주는 아주 대단했습니다.
화려한 기교를 요구하는 곡을 완벽하게 연주하는데 영혼의 깊은 곳을 위무하는 그런 느낌이 오더군요.
호흡이 맞는 부군이 피아노를 담당해 주어서 더 안정된 연주를 할 수 있었다고도 보여집니다.
비탈리의 샤콘느, 베에토벤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3번
그리고 그리크의 곡도 얼마나 좋았는지 모릅니다.
앵콜곡으로 들려준 슈만의 트로이메라이도 좋았습니다.

돌체에서 지난 7월쯤 연주회를 가진 바이올리니스트
박민정님과 이태정님을 혼자서 비교하며 듣게 되었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박민정님은 화려한 테크닉, 부드러운 소리 ,자연스러운 곡해석, 강한 자기 표현을 하고
연주자가 직접 멘트를 하면서 청중을 이끌어 가는 무대메너와 다양한 매력을 발산시키는 세련된분이셨지요
자유롭고 대담한 표현으로 클래식의 한계를 뛰어넘은 유진박 같은 연주자였습니다.
그녀의 부군은 일본분이셨던것으로 아는데
무대 매너가 싹싹하고 아주 명랑했습니다.

같은 곡을 연주 해도
음악가에 따라서 곡해석이 달라지는것을 확연히 알 수 있고
연주자의 성품에 따라서도 다른것을 느낍니다.
이태정님의 묵직하면서도 화려한 테크닉과 (독일적인?…남편이 독일분이셨습니다.)
박민정님의 경쾌하고 명랑하고 밝은 분위기의 음악을 (일본적인?…남편이 일본사람이구요.)
비교하면서 듣는 맛도 좋았습니다.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개인의 성품이 운명을 좌우하겠지요?
결혼할 시기가 되었을 때 만나게되는 이성은
독일에 살아서 독일분을 만나는 것이 아니고
묵직한 성품이 독일출신의 남편을 선택하게 했고
명랑하고 싹싹한 성품의 여인은 미국에서도 일본출신의 남자가
자신의 코드에 맞아서 결혼하지 않았을까?
이런생각도 해 봤습니다.
공들여 키운 아까운 재원들을 이국신랑감에게 빼앗기다니…
아까운 생각도 들고
성품이 팔자를 만들어 가지 않을까? 엉뚱한 생각도 하고
그렇게 돌체에서 두어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음악 듣는 것을 좋아는 하지만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음악애호가의 이야깁니다.
그러므로 검증된것이 아니고 저의 편견일 수도 있습니다.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2 Comments

  1. 스크래퍼

    2006-07-05 at 06:24

    곁에서 조근조근 말씀하시듯 적어 놓으시니…..
    함께 듣지 못한 아쉬움이 더 큽니다.
    전문적인 지식의 장황함보다 더 정겹고 좋네요.
    음악은 그저 듣는 사람의 느낌이 중요한 것 같아요.

    성품이 팔자를 만들어 가지 않을까?
    제 마음에 새길 말씀입니다.   

  2. 파이

    2006-07-05 at 09:07

    [공들여 키운 아까운 재원들을 이국 신랑감에게 빼앗기다니]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ㅎㅎㅎ
    웃고 있어요^^

    스크래퍼님~ 안녕하세요?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