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하던 해에
병원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함께 입사한 동료들과 어울리면서 클래식음악에 매료 되었습니다.
인턴으로 입사한 닥터리라는분이 의대오케스트라단에서 퍼스트바이올린을 하던분이고
그분 친구가(고교 동창이라던가) 바이올린을 하는 강동석씨라고 하면서 음악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대화중에 많은 부분이 음악중에서도 주로 클래식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두분 중 한분은 음악을 조용히 즐기는 분이고
한분은 음악을 연주하고 분석하고 적극적으로 파고드는 분이였구요.
나는 두분 사이에서 음악을 즐기기도하고 음악을 분석하는 것을 배우기도 하고
그들의 음악에 관한 지식을 질투도하고 탐도 내면서 음악에 빠져 들어 갔습니다.
그러다 도치아빠와 결혼하여 사우디에 가서 살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음악을 듣는 일이 전부 였습니다.
신혼때 젤 처음 장만한 살림이 전축이였으니까요.
듀얼 턴테이블, 마란쯔 데크, 산요 튜너에다가 장미목으로 만든 BOSS스피커
국내에서 살았다면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전축을 마련해 놓고는
도이치그라마폰 테입이나 디스크를 사서 음악을 들었습니다.
그땐 신혼초라 아이도 없고 남는건 시간뿐이라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이웃에 사는 한국부인들과 수다모임을 하거나 음악 듣는 것이 고작이였습니다.
음악을 듣는데
하루는 베에토벤 심포니 1번부터 9번까지를 차례로 다 듣고
다음날은 심포니 9번만 하루종일 듣고
어느날은 파가니니 바이올린곡만 듣다가
우울한 날은 멘델스존의 바이올린곡을 틀어 놓고 울기도 하고
한날은 바하곡만 듣기도 했습니다.
또 같은 작곡가의 같은 곡이라도 지휘자와 오케스트라를 바꿔서 들어 보기도 했고
그러다 변덕이 나면 클래식은 듣지 않고
나나무스꾸리나 존바에즈 페티페이지 노래를 듣기도 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같은 컴파운드에 사는클래식 메니아를 만납니다.
지금은 건설회사 사장이 되었고 그때는 과장이였던분이 클래식에 조예가 깊어서 도움을 받기도 했었습니다.
또 다른 건설회사의 박차장이란 분이 노래도 잘 부르고
음악을 좋아해서 함께 음악을 듣는 모임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사우디 생활이라는 것이 술이나 위락시설이 없었던 때라
남자들이 일과 시간이 끝나면 할 일이 없었기 때문에 집집마다 돌아가며 알콜이 없는 맥주를 마시며
음악에 몰두할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 한 부인은 "시끄럽게 뭐하러 그딴거 듣냐"고 화를 내면서 고스톱을 하겠다고 하여
음악 감상파와 고스돕파가 갈려서 놀기도 했습니다.
단골로 자주 다니다 보니
테이프 파는 상점 식구들과는 자연 친하게 되어서
그 점방 주인이 남편과 내가 가면 친절을 보이며 신경을 더 써 주었습니다.
어느날은 카운터 뒤로 나를 부르더니 헨델의 메시아 전곡이 수록된 테이프 한권을 나에게 보여주며
다른 사람이 보면 자기는 잡혀 간다며 양손을 엑스자로 수갑찬 모습을 해 보입니다.
사우디 종교법상 메시아나 십자가 그림이 있는 표지는 수입이 금지 되어있는데
어쩌다 한권이 따라 왔다며 특별히 나에게 주겠다고 호의를 배풀어
음악모임에 다른분들이 가지지 못한 테입을 내가 가지게 되어 자랑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렇게 좋아하고 사랑한 음악인데
지금은 심오한 음악에 빠질 시간도 없고
라디오만 틀면 들려오는 가요에 마음이 끌립니다.
나훈아의 ‘내삶을 눈물로 채워도"라는 노래가 좋아지기도 하고
김범수의 "보고싶다" 아니면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겨울아이" 이런 노래가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농담이 아니라 베에토벤의 운명보다 나훈아의 영영이나, 내삶을 눈물로 채워도가 훨씬명곡같이 느껴집니다.
나훈아의"영영"도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우리가요속에 삶의 애환이 묻어나는 가사와 사랑타령이 좋아진다"고 했더니
어떤분이 "이제 인생의 맛을 알기 때문이다"라고 해서 웃었습니다.
가요도 좋아지는 나이가 있나봅니다.
순이
손풍금
2006-08-13 at 11:48
<나사모> 나훈아의 노래를 사랑하는 모임.
한들가든님이 회장님이세요.^^
일요일은 쉬시지요?
음악을 들으며 하루를 보내실 것 같습니다.
저도 음악회를 좋아하는데 기회가 없습니다.
그래도 자주 가보려고 노력은 합니다.^^
좋은 밤 되시길요.
스크래퍼
2006-08-13 at 12:30
고교시절..
음악을 무지 사랑하시는 담임 선생님 덕분에
세계인의 애창곡집 한권을 몽땅 불러본 경험이 있답니다.
장르가 다양하니 모르는 노랜 배워서 부르고..
좋은 노랜 몇번씩 더 부르고..
매일 조례 전과 종례 전 선생님과 함께 부르는데..
그 선생님도 그땐 그러셨어요.
유행가 가사가 다 내 얘기 같구 내 맘 같을 때면
인생의 맛을 알게 된 거라구요.
그 땐 정말 그럴까? 하며 친구들 모두 한 목소리로
에이~ 하며 야유 했었답니다.ㅎㅎ
참나무.
2006-08-13 at 14:54
영영은 클래식에 넣어야됩니다^^
남편 친구가 그 노래를 하 기차게 잘불러서 따라부르다… 저두 쫌 됩니다^^
어제 올리신 글 좋아서 흔적남기려다 그냥 나갔어요
손풍금님 리뷰도 좋았구요
순이 님… 이름이 정겨워서 더 좋습니다
봉천댁
2006-08-14 at 01:46
갑자기 나도 트로트를 듣고 싶어 집니다..
‘영영’ 꼭 들어 볼겁니다.. ^^
부산갈매기
2006-08-14 at 12:31
가요가 마음에 속 들어오는 때는 삶의 의미를 알아가는 나이라고들 하고
또는 사랑을 아는 때라고도 하더군요…
라훈아도 나이가 더니 더 멋있어지더군요.
중후한 멋…여유라고나 할까요….
Lisa♡
2006-08-14 at 15:26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에 힌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