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산골에 살 던 어릴땐 서산으로 넘어가는 해만 봤습니다.
그러나 자라서 비탈을 떠나오고나니
해는 지평선으로도지고 수평선으로 지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이번엔 호수 넘어로 지는 해를 처음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톤레삽 호수의 위에서의 일몰을 잊지 못합니다.
동양 최대의 호수 톤레삽 호수위의 수상가옥입니다.
이분들이
너른 들판을 놔두고 왜 물위에서 생활을 하는가 궁금해 졌습니다.
당연히 경제적인 이유가 첫째 였습니다.
눈뜨면 일어나 고기를 잡아서 새벽 시장이 열리는 곳에 가서 파는데
어장위에서 살면 생활터전도 가깝고생활도 해결하고고기도 잡고
잡은 고기를 집 옆에물에 담아 놓기도하구요.
이곳에도 번짓수가 있고 집을 통채로 훔쳐가는 집 도둑도 있답니다.
어느때 심한 비바람으로 집의 위치가 움직이면 다시 자기 구역으로 집을 끌고 와야한다는군요.
우리나라는 도둑이 집에 들어와 값나가는 것을 훔쳐갈 수는 있어도
집은 못 들고 가지만 이곳엔 특이하게 집을 훔쳐가기도 한다네요.
배위에서 젊은 아낙이 곤로에 심지를 올려 찌개를 끓이고 있는 냄새가 구수했습니다.
그 옆에서는 누렁 강아지가 배위에서 어슬렁거리고
남편인 듯한 젊은 남자는 양치를 치고 호수물을 손으로 움켜 입안을 행굽니다.
그리고 머리에 비누를 칠하다가 우리가 지나 가는 배를 발견하자
멎적은 웃음을 지으면서 손을 흔듭니다.
조금도 어색하거나 기분나쁘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어떻게 호수물을 떠서 양치질을 하고 그물에 머리를 감을까?
그건 우리 방식의 생각일 뿐이지 그분들은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이럴때 소낙비가 내리면 더 장관이랍니다.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면 집안에서 머리에 비누칠을 하면서 나와서 천연 빗물 샤워를 하는 거지요.
호수물 보다는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이 깨끗하기 때문이랍니다.
물은 심한 황토색이였는데
용변을 그 호수에다 바로 하고 그런 물에 세탁도하고 아이들은 수영도하는군요.
호수 끝으로 지는 낙조를 잊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일몰을 배경으로 다가왔던 작은 아이들을 잊지 못하겠습니다.
처음 멀리서 점 처럼 떠있을때는 무슨 물체인지 구별이 가지않아서 무심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그 아슬아슬함이 서커스를 보고 있는 듯 합니다.
지름이 90 센티를 넘지 못하는 양동이나 고무다라이를 타고 낙엽처럼 가볍게 물위를 날아(?) 옵니다.
한손으로 노를 젓고 한손으론 물을 퍼 내고 양동이를 타고 움직이는데 쏜살 처럼 빠릅니다.
팔이 한쪽 없는 아이는 특이하게도 한손으로 노를 젓기도 하고 물을 퍼내기도 하는데
한 손으로 움직여도 두팔이 다 있는 친구들에게조금도 뒤쳐지지 않고 빠르게 다가옵니다.
물속에 있는 악어에게 팔을 물렸다고 하네요.
악어도 살고 있는 저 깊은 호수위에 점하나 같이 떠있는 양동이에 위태하게 목숨을 걸고 관광객이 탄
큰 배를 쫒아오게 하는 것은 무었 때문일까?
원달러!
그어린 생명을 걸고 목숨 조차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뱃전으로 위험하게 다가와 아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원달러 " 였습니다.
아이 세명이 까만 손을 내밀고 위태하게 흔들리며 "원달러" "원달러"를 합창합니다.
그것은 너무 슬픈 노래였습니다.
눈을 감으면 원달러의 노래가 들리는 듯 합니다.
톤레삽!
이 호수가 그분들의 생계의 수단이고 삶의 터전이였습니다.
퀴즈에 대한 답입니다.
가이드가 뭐하는 곳 같냐고 물으니까
우리 일행중 한분이 뭐 당연한걸 가지고 묻냐는 투로 아주 큰 소리로 "러브호텔" 이라고 하는군요.
가이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표정 없이 잠시 가만히 있으니까
차안에 탄 사람들의 웃음이 터지긴 했지만 러브호텔이 맞는 가보다 라는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가이드가 우리 일행을 놀릴려고 파 놓은 함정이였습니다.
"선생님들이 존경받는 직업에 종사하고 계시지만 한국적인 사고 방식에 젖어 있는 것을 여기서 알 수 있습니다.
이곳 청춘남녀들이 사랑을 나눌 공간이 필요하면 큰 보자기만 하나 들고 너른 초원으로 가면 될 일입니다.
여기엔 러브호텔이 없습니다. 지나 오시면서 보셨겠지만 주거 형태가 빗물이나 겨우 피할 정도인데
특별히 사랑을 나눌러브호텔이 왜 필요하겠습니까? "
우리는 갑자기 숙연한 기분이 되었습니다.
멋 모르고 웃자고 한마디 한 것이 아주 창피하게 된 것입니다.
가이드가 우리 일행에게 관광지에서 들떠있는 감정으로 현실을 보지 못하는 것에 일침을 놓는 것이였습니다.
상품이 걸리지 않아서 그런지
퀴즈에 응모한 분이 없습니다.
이제 톤레삽 호수면 언제 앙코르왓까지 가냐고 하시겠지요?
다음이 기다리던 앙코르왓입니다.
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