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내시경은
랜즈가 달린 손가락 굵기의 튜브를 식도를 통해 위까지 집어 넣어서 위 속을 보는 일이라
거북하고 고통이 있기 때문에요즘엔 수면내시경을 많이 합니다.
잠을 자고 있는 동안 내시경을 집어 넣어서 촬영을 하면
전혀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환자는 한숨 잘 자고 일어나면 내 속이 촬영되어 있어서
화면을 통해 점검해 보면 됩니다.
위벽이 헐었거나 폴립이 생긴것등 개복하지 않고도 위속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들이 속이 쓰리거나 통증을 호소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요즘엔 병원에서 위내시경을 많이 보는 편입니다.
재미있는 일은 수면내시경을 위해 수면상태를 유지하다가
검사가 끝나고 깨어날 때 아니면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이상한(?)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많답니다.
가수면 상태라고 말하는 몽롱한 때에 무의식적인 발언을 하게 되는가 봅니다.
어떤 아주머니는
"이따가 호수공원에나 갈까?" 이러며 친구에게 말을 걸듯이 혼자 이야기하는 분도 있고
여자분이 손을 내밀면서 "담배 한대만 줘." 이러는 분도 있구요.
남자분은 당신집 거실로 착각을 하고 "밥 좀 줘 배고픈데 왜 밥을 빨리 안차려?’이러며
아내에게 이야기하듯 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진짜 웃기는 일은 "나랑 딱 한번만 자자 응.."이러는 분도 있다는군요. ^^
욕을 하는 분도 있고 분노의 말을 쏟아 내는 사람도 있다니 내 의지로 제어가 안되는 상태에서
나는 어떤 말을 할까 궁금하지 않으세요?
저는 아마 . "이약은 하루에 세번 식사하시고 드세요." 이럴꺼 같습니다.
하루종일 이런 말을 하니까요. ㅎ
대게는 잠에서 조용히 깨어나지만 가수면 상태에서 신기한 소리를 하는 분도 많아서
재미있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우리 어머니는
전신 마취를 하지 않으셨지만 몽롱한 상태에서 무슨 말씀을 하셨을까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의사샘께 물었습니다.
의사샘이 웃으면서 "어머니는 ‘옆에 환자가 너무 아프지 않겠냐?’고 하시더군요." 그러시네요.
무슨 말씀인가 하면 하반신 마취가 되어있어서 어머니는 통증을 못 느끼시는데
망치소리가 펑펑나는 것이 귀에 들리니 같은 수술실에 다른 환자도 함께 수술을 받고 있는것으로 아셨다네요.
그러니 옆에 다른 환자가 얼마나 아플까 그걱정을 하신겁니다.
수술실로 모시고 갈 때 카를 밀면서 나는 겁나고 무서워서 몸이 떨리는데 어머니는 담대한 모습이셔서
"어머니 괜찮으세요?"라고 여쭈었더니 "생명은 하나님이 주관하시는 일인데 죽고 사는 일이 뭐 겁나냐?
걱정하지 말고 가서 일해라." 이러시며 수술방을 아무 근심없이 들어가시더니
수술대에 누워서도 "아픈김에 아프게 두다리를한꺼번에 해달라" 고 하셔서
수술방 직원들이 놀랬다고 하는군요.
마음을 독하게 먹고 수술에 임해도 수술방에 들어오면 다들 겁을 먹는데
하는 김에 두다리 한꺼번에 해 달라고 하는 환자는 처음이였다구요.
아침에 회진을 오신 선생님이
방에 들어오시더니 "멀쩡하시네요?"라고 인사를 하셔서 춤바람 동생이 막 웃으니까
"아고 말이 잘 못 되었습니다. 얼굴에 고통이 없고 환하셔서 큰 수술을 받은 어른 같지 않아서 한 말입니다."
이러시는 군요.
어머니께서 입이 마르다고 해서 오랜지를 드렸더니 드시고 계시던 중이였거든요.
춤바람 동생이 지난밤에는 어머니 옆에서 잠을 자고 아침부터 어머니 기분을 좋게 하느라고
별별 얘기를 다하면서 어머니를 재미있게 해 드렸나봐요.
장난끼 많은 춤바람 동생이 "그래도! 환자가 멀쩡 못 하시면 선생님이 괴로우실텐데, 멀쩡하다고 인사를 하시면
어쩝니까?" 이러고 따지니,미안해서 쩔쩔 매시는군요.
제가 옆에서 "저사람이 선생님 너무 매력있다고 좋아서 그러는 겁니다. 혹시 결혼 하셨나요?" 라고 물었더니
"10 살된 아들이 멀쩡하게 잘 생겼습니다." 이래서 또 웃었습니다.
멀쩡하다는 말을 좋아하는 분인가 봅니다.
주치선생님이 어제 퇴근하시면서 휴대폰 번호를 알려주시면서 전화하면 10 분안에 올 수 있으니
문제가 있으면 언제라도 전화하라고 하시는 등 어찌나 어머니께 자상하게 잘 하시는지
정말 너무 고맙고 마음에 쏙 드는 의사선생님입니다.
이제 한쪽은 무사히 수술이 잘 되었고
아직 한쪽을 더 해야 하는데 수술중 잃은 혈액이 많아서 빈혈이 생겼다고 해서
조금 걱정이 되지만 비교적 잘 회복이 되고 있습니다.
여러분께서 걱정해 주시고 기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순이
momojaang
2006-09-30 at 10:11
어머니가 빨리 완쾌하시길 빕니다..오랫만에 들어오니 이런 일이 있었군요.
많이 걱정 되시겠네..
Beacon
2006-09-30 at 11:38
꼭 술취한 기분 비슷했던 것 같아요..
전 마취하고서 아주 잠들기 전에 의사샘과 수술에 대해서 아주 열띤 토론을 했더랬어요..ㅎㅎ
일부 기억이 나기도 하고 필름이 끊겼기도 하고,,^^
수술이 무사히 잘 끝났다니 다행입니다..
파이
2006-10-03 at 08:16
수술이 ‘멀쩡하게’ 끝나서 다행스럽고 감사합니다. ^^
글 ‘멀쩡하게’ 잘 읽었습니다~ㅎ
윤 환
2006-10-22 at 13:50
수술이 잘 되셨다니, 마음 놓이시겠습니다.
한 숨 돌리시고 간병하시는 분들께서도 좀 쉬셔야 할 것 같습니다.
쾌차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