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제 (母 입원일지 5)

어머니께서

입원 15 일 수술한지 5 일이 되는 날입니다.

계단에서 굴러서 다친 곳은 이제 통증이 거의 사라지고 멍도 많이 가라앉은 모습이지만

수술한 오른쪽 다리는 많이 아파하십니다.

어제는 통증 때문에 밤에 잠을 잘 못 주무시기에 밤 11 시쯤 간호사실에 말씀드려서

수면제 한알을 드시게 했습니다.

약을 드시고 나자 편안하게 잠이 드시기에

소파옆에 보호자용 간이 침대에서 누워서 안심하고 자다가 쿵하는 소리에 놀라 번쩍 일어났습니다.

불을 켜고 보니 침대에서 굴러 떨어져 계셨습니다.

침대 높이가 제법 높은데 그곳에서 떨어졌으니 수술한 부위가 먼저 걱정이 되었는데 어머니는 딴 말씀만 하십니다.

비상벨을 눌렀더니 직원들이 달려왔습니다.

꼼짝못하고 계시는 분을 직원들이랑 안아서 침대위로 들어 올렸는데 어떤상황인지 구별이 안되시나봅니다.

왜 내려오시려고 했냐고 여쭈니

"비가 오는 소리가 나서 비설거지를 하러 옥상을 가려고’"그러신다는군요.

여기는 병원이고 어머니는 수술을 받으셨고 이렇게 내려오시면 안된다고 말씀드려도

"난 침대가 싫은데 왜 나를 침대에 뉘였냐?’

"넌 니방에 안가고 왜 여기와 있냐?"

"비오는 소리가 나는데 옥상에 가 봐야된다."

이러시며 계속 이상한 소리를 하시는겁니다.

시계를 보니 새벽 두시

나어린 간호사 한분이 "혹시 어머니께서 치매 있으세요?"이러며 조심 스럽게 묻습니다.

"치매는 없으신데 아마 주무시기 전에 드셨던 수면제 때문에 이러시는것 같다."고 얘기했더니

다른간호사가 오셔서 혈압을 재고 열을 재고 상처부위를 살펴보고 합니다.

침대 옆에는 안전장치가올려저 있어서 굴러 떨어지기도 어려운데 어떻게 내려오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얼굴이 먼저 땅에 다은 듯 오른쪽 눈밑이 벌겋게 부어오릅니다.

수술부위에서 피가 배어나오고있지만 심한것 같지는 않아서 그냥 주무시게 했는데

두 손이 계속 해서 움직이시며 무엇을 만지는 동작을 합니다.

겁이 더럭 납니다. 정말 치매가 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염려로 어머니 손을 꼭 잡고는

"어머니, 여기는 병원 인데요 어머니께서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셔서 입원한일 생각나세요?"

이러며 현재 상황을 설명을 드려도 두눈을 꼭 감으시고는

비오는 소리가 난다고 하시다가 저보고 너방에 가서 얼른 자라, 이러시면서

얘기의 촛점이 맞지 않으시더니 가볍게 코를 고시면서 깊은 잠에 드십니다.

간이 침대를 어머니 침대 옆으로 가져와 바짝 붙이고 어머니 밑에서 안경을 쓴채로 누웠습니다.

어머니가 일어나면 나도 일어나 앉았다가 누우시면 다시 눕고 이러면 긴 밤을 새웠습니다.

아침 일찍 주치의가 와서 수술부위를 풀어 보니

상처를 꿰맨 부위에 실밥이 터져있고 그곳에서 피가 스멀스멀 배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때서야 수면제의 약효가 다 되었는지 어머니도 정신이 드시는 듯 했습니다.

어머니께 지난밤일어난 일을 말씀드리니까. "나는 단숨에 자고 일어난것 같은데…."이러십니다.

다치셨고, 큰 수술 끝이고, 몸이몹시 허~해 있는데 수면제 한알이 환각작용을 일으켜서 그렇게 되었습니다.

무릎 부위를 다시 몇바늘 꿰매면서 의사샘이 미안하다고 하십니다.

미안한 것으로 따지면 환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사고나게 만든 내가 미안한 일인데

의사샘은 환자를 다시 아프게 하면서 재봉합 하는 일이 몹시 미안하신듯

상처를 이쁘게 아물게 하려고 가는 실을 사용했다고 하면서

실밥이 터져서 다시 꿰매는 이런일도 처음이라고 혼잣말을 하면서 다시 잘 꿰매놓고는 드레싱을 합니다.

난 어머니께서 다시 정신이 돌아온 것만이 감사해서 다른것은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다시는 어머니께 수면제를 드리지 말아야겠는 다짐을 하고 한숨을 돌리며

뭐 드시고 싶은 것이 있냐고 했더니 시원한 물김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점심시간에 가져다 드리겠다고 하고 음식점에 특별히 부탁해서 사다 드렸더니 잘 드시는군요.

수면제 한알 때문에큰 변을 만나고 보니

약물 사용에 얼마나 조심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지 새삼 느겼습니다.

왼쪽 무릎 수술을마져 해야 하는데 마음이 조마조마합니다.

또 어떻게 견디실지….

어머니께서 회복 되실 때까지 간을 졸여야 하는데 제가벌써 지치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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