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병에 효자 없다지만 (母 입원일지 8)

환자 침대에 달린 식탁을 펴서

팔을 그 위에 얹어놓고 몸을 기대어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시던 어머니께서

눈물을 추르르 흘리십니다.

많이 아프셔서 그러시는가 여쭈니

"막내가 많이 바쁜가 보다…." 이러십니다.

병실에 꼼짝을 못하고 오래 계시다보니 막내 아들이 보고 싶으셨나 봅니다.

작년에 작은 아들을 먼저 보내고 나서 기력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마음이 약해지셨습니다.

평소에 어머니께서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서 내가 당황이 되었습니다.

"어머니 막내가 목사가 되더니 무지 바쁜가봐요."

"오늘이 월요일 아니냐? 목사들은 월요일 쉬는데?"

그러고보니 주일날 바쁜 대신에 월요일은 쉴텐데 와 보지도 않고 전화 한통 없는

아들이 서운하기도 하고 보고 싶기도 하고 그러신겁니다.

바로 막내동생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어머니 병원에 좀 안올래?"

"예! 누님 가 뵈야 하는데 교구에 초상이 나서 지금 장지에 와 있습니다.

시간을 내서 병원에 가도록 하겠습니다."

말이야 공손하게 하지만 어머니에 대한 안타까움은 없어 보입니다.

나도 서운한 마음이 듭니다.

이걸 그냥~~~ 대북 원조 끊듯이 생활비 보조를 확 끊어 버릴까보다….

큰 수술을 하신 어머니를 찾아뵙는 일에 시간을 못내는 것은 성의가 없다고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어떻하든 수시로 어머니께 달려와야 하는것 아닌가요?

마음만 있으면 서울에서 일산이 무슨 문제가 되겠습니까?

"웅이가 살아있다면 이러진 않을건데….."

먼저 하늘나라로 간 아들이 그리운듯 혼잣말로 중얼중얼 하십니다.

남동생 웅이가 살아있다면 인정이 많은 사람이라 열일을 젖혀놓고 어머니 옆에 붙어서 간호를 했을 것 같습니다.

그러지 않더라도 그동생은 경우 바르고 바른말을 잘 하는 사람이라

규칙을 정해서 형제들에게도 분담을 시키고 감히 거역을 못하게 하는 재주가 있습니다.

그동생만 살아있었어도 이럴때 얼마나 힘이될까….이런 생각이 드는군요.

어머니의 외로움도 느껴지고

동생의 부재도 이럴때 더욱 실감나고

여동생들의 불만도 이해되고….그 사이에서 나의 무능함이 보입니다.

어머니께는 며느리가 셋이나 되는데

누구도 병실에서 하룻밤 자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습니다.

새언니는 대구에 사시니까 길이 멀고

동생댁은 남편이 죽고 없으니까 굳이 그런 수고를 할 생각이 애시당초 없고

막내 동생댁은 어린애가 셋이나 딸렸으니 집을 비울수가 없고

나름대로 확실한 이유와 합법적인 핑계로 어머니 입원하신병실에 하룻밤이라도 잘생각이 없습니다.

입원기간이 길어지니 여동생들도 조금씩 불만이 쌓여갑니다.

춤바람 동생도 억수로 바쁜 가운데 그래도 애를 쓰고 시간을 얻어서 어머니 병실에 들려

주무르기도 하고 어머니께 재미난 얘기도 해주고 싹싹하게 간호를 잘 합니다.

그러다가도 "큰언니! 오빠께 전화해서 새언니 좀 와 있으라고 해! 우리집 며느님들은 너무한거 아니야?"

이러며 짜증을 냅니다.

말이야 바른말이지만 내가 그런 전화를 드리면 오라버니나 새언니나 다 불편할텐데

그분들도 생각이 있겠지, 말해서 될 일이 아니라서 그냥 듣고 맙니다.

그러면 "큰언니가 올케들 길을 잘 못 들여서 그렇다"고 나에게 원망을 쏟아냅니다.

간병인을 두려고 생각해도

아픈 어머니를 타인의 손에 맞기는 것이 내키지 않고 어머니 성품도 남의 도움을 받는 것을

싫어하시기 때문에 딸들이 돌아가며 하려니 힘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다들 나름대로 바쁘고 힘들기 때문에 누구보고 더 하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춤바람 동생이 짜증을 내기에

"어머니는 혼자서 자녀 7명을 키웠는데, 자녀 7명이…아니 한명은 먼저 갔으니 빼고

6명이서 어머니 한분을 못 모시고 불평이 나와서 되겠니?

입원하신지 겨우 한달이다. 이제 길어야 두주 정도만 있으면 퇴원을 하실텐데

불만갖지 말고 지금 하던대로 조금만 더 수고하자…."

"주말에는 대만을 며칠 다녀와야 하는데 언니들끼리 수고하는 것이 안타까워서 하는 얘기지요."

"일 있으면 다녀와 주말에는 어머니께서 혼자 움직이실 정도로 회복이 되실거니까."

"훈이 준이는 어떻해요?"

"또 되는 수가 있겠지 내가 돌보던지…. 그래도 어머니께서 너 딸 없는것 때문에 어제도 걱정하시더라

어려운 일을 당하고 보니 딸이 있어야겠다고, 아들은 그냥 든든한 맛이지 재미는 없다고 하시면서

훈이에미는 아들만 둘이라서 나중에 아프면 물 한모금 줄 사람이 없지 않겠냐고 고아원에 가서 여자아이 한명

대려다 키워서 너 딸로 입양 시켜주고 싶다고 또 말씀하시더라."

" 내가 엄마 때문에 못살아…..엄마가 이제야 딸이 중요한지 아셨나 보네?"

"그러니 이미 시작한 일인데 내일 네일 따져서 시끄럽게 하지말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해 나머지는 내가 할께"

이랬군요.

먼저 수술한 왼쪽 무릎은 수술한 자리 꿰멨던 실밥을 완전히 뽑았고 그다리를 조금씩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른쪽 무릎은 수술후 일주일 정도 지나서 아직 많이 아프시지만 서서히 회복되고 있습니다.

비교적 사이가 좋은 우리 형제들인데도 어머니 입원이 길어지자 조금씩 불평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러니 평소에 사이가 나쁜 형제들이라면 이럴때 크게 갈등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

누가 더 많이 하느니 누가 더 고생하느니 바빠서 못하느니 하면서요.

긴병에 효자 없다지만

긴병도 아니고 어머니가 겨우 한달째 입원해 계시는데 이렇게 삐그덕 거리는군요.

이러니 자녀 키워서 덕볼 생각은 애시당초 말아야 하겠습니다.

이런얘기 집안 흉인데 속도 없이 합니다. ^^

6 Comments

  1. manbal

    2006-10-17 at 09:27

    어머님 병간호하시느라 애 많이 쓰십니다.
    딸하고 있는 시간이 어머님께서는 편안하실거에요.

    간병인 손에 환자를 맡겨놓으니 돈과 물품만 챙기지
    환자 본인한테는 형식적으로 대하더군요.

    조금 힘드시더라도 낮과 밤은 형제분들이
    돌아가면서 지켜드려야 할텐데 다들 사정이
    여의치 않으신가 봅니다.

    저두 친정 엄마 교통사고로 1달을 병원에 입원하셔서
    낮에는 남동생이 지키고 저는 퇴근후 집에 들러서 반찬을
    만들어 가지고 밤에 자면서 직장에 다녔어요.

    형제가 8형제인데 왜 혼자만 밤에 자느냐는 남편때문에
    더욱 더 힘이 들었어요.

    조금만 더 애쓰시면 어머님 퇴원하신다는데
    그때까지 힘 내세요. ^^   

  2. Lisa♡

    2006-10-17 at 11:26

    순이님.

    충분히 이해합니다.
    누구든 겪는 일이니까요.

    간병인도 꽤 괜찮은 사람이 있던데요.
    가까우면 제가 소개해드릴 스도 있을만치
    좋은 사람있어요. 우리엄마 간병인요.

    근데 곧 퇴원하신다니 힘내세요.
    그래도 좋아지셨다니 다행입니다.
    동생분요.
    섭섭해하지 마세요
    분명 속으로는 오고파 할 겁니다.
    말하지않는 동생이 더 속을 끓일지도…   

  3. 오드리

    2006-10-17 at 11:27

    사람사는 맛이 들어있어서 더 좋아요. ㅎㅎ   

  4. 봉천댁

    2006-10-18 at 05:55

    고생 많으십니다..

    그래도 어머님이 곧 퇴원하시니 참 다행이예요.. ^^

       

  5. momojaang

    2006-10-18 at 10:21

    어느집이나 있는 풍경인데요뭐..흉이랄것까지야 있겠습니까..
    순이님이 많이 힘들겠네요..   

  6. 웃슴이

    2006-10-19 at 09:12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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