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아침 산책 (母 입원일지 9)

바리톤 김동규.

눈을 뜨기 힘든 가을보다 높은 저 하늘이 기분 좋아
휴일 아침이면 나를 깨운 전화
오늘은 어디서 무얼 할까

창밖에 앉은 바람 한점에도 사랑은 가득한걸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없어
바램은 죄가 될테니까

가끔 두려워져 지난 밤 꿈처럼 사라질까 기도해
매일 너를 보고 너의 손을 잡고
내 곁에 있는 너를 확인해

창밖에 앉은 바람 한점에도 사랑은 가득한걸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없어
바램은 죄가 될테니까

살아가는 이유 꿈을 꾸는 이유 모두가 너라는걸
네가 있는 세상 살아가는 동안 더 좋은 것은 없을꺼야
10월의 어느 멋진날에


………………………………………………………

9월 중순부터시작한 아침산책을 거의 매일 거르지 않고 합니다.

게으르고 아침 잠이 많은 사람이

갑자기 생활습관을 바꿔서 새삼스럽게 아침산책을 시작한 것은 아니고

아침으로 어머니 병실에 들려 회진오는 의사샘도 만나고 아침식사 수발을 해야하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오전 8시 경에는 병실을 다녀와야합니다.

병실에서 자고 오는 날도 많지만 동생들이 잔 날도 아침에는 꼭 들려야 하는 이유는

여동생들은 밤에 병실에서 자게 되더라도 아침밥을 먹여서 학교를 보내야하는 자녀들이 있으니

잠만 자고 일찍 집으로 가야해서 아침식사를 도와드리지 못하기때문입니다.

집에서 잠을 편히 잤으므로 상쾌한 기분으로 일어나 옷을 갖춰입고 병원으로 가는 길에는

출근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고

병원에서 자고 아침에 걸어서 점방으로 오는 길도 상쾌하고 좋습니다.

오전 7시반

학생들이 책가방을 들고 등교하는 모습과

화장품 향기가 상큼하고 새로감은 머리에서 샴푸냄새를 나풀대며 출근하는

젊은 아줌마들과 많은 숙녀들을 지나칩니다.

마주 오기도 하고 스쳐지나 가기도 하고 승용차들도 활기차게 옆을 지나갑니다.

병원에서 점방까지는 신호등이 있는 건널목을 세개 건너야 하는데 병원앞에 있는 건널목을건너서

빠른걸음으로 걸어야 다음 신호등을 급히 건널수 있고 느리게 걷다보면 대로에서 한참을 신호대기 해야합니다.

나는 거의 신호등이 바뀔때 쯤에야 건널목 앞에 도착이 됩니다.

출근시간이라 다들 바쁜듯 신호등 앞에서 동동 거리는 모습도 보입니다.

오전 8시쯤

의사선생님과 간호사선생님이 오셔서

어머니 무릎을 치료하는 것을 지켜보며 대화를 나눕니다.

지난밤 잘 주무셨어요?

많이 아프셨어요?

화장실 출입은 어떠신지?

주로 이런것을 선생님이 물으시고 어머니께서 대답을 하십니다.

발이 저리고 아파서 못 주무신 얘기

밥맛이 없고 화장실 한번 다녀오기가 큰 산하나 넘기 보다 힘들다는 것

어지럽다고도 하시고 두통이 있다고도 하시는 등 complain이 많으십니다.

착한 의사선생님은 노인의 complain 을 다 듣고 난후에

"그래도 어머니 장사세요. 이게 지금와서 말씀이지만 작은 수술을 하신게 아닙니다.

이렇게 큰 수술을양쪽 다 하셨는데 연세가 있으신 분이 거뜬히 이기셔서 저도 놀랍니다."

어머니는 "장사"라고 치켜주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에 기분이 좋아지십니다.

그러고는 엉뚱하게 오클랜드 다녀온 이야기를 하시며 한참 대화를 나누다 가십니다.

어릴때

넘어지거나 아파서 울 때 어른들이"아고 순이는 장사네 ! 넘어져도 울지도 않고."

이러면 진짜 아픈데도 울지를 못합니다. 장사는 울면 안될 것 같아서지요.

그런데 그말을 어머니께 재치있게 쓰는 의사선생님이 날이 갈 수록 존경심이 생기는군요.

노인이 되면 어린아이나 마찬가지 심리상태라 격려하고 칭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을 아는 의사선생님의 인격이 돋보입니다.

어머니 식사를 차려드리고

나는 어머니 방앞에 휴게실에 있는 커피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와서 마십니다.

100원짜리 동전을 어머니께 맞겨 놯더니 아침시간이 되면 으레 커피값을 주십니다.

종이컵 커피를 마시며 어머니 식사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식사가 끝나면 식판을 복도에 내다 놓고 나의 일터로 오게 됩니다.

점방 문을 열 시간이다급하지 않으면 대게는 천천히 걷습니다

제과점 앞을 지나오면서 코를 벌름 거리며 구수한 빵 냄새를 맡기도 하고

토스트를 구워서 파는 집앞에 사람이 있으면 후라이팬에 계란을 깨서 얹거나 뒤집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군침이 꼴각 넘어갑니다.

나도 토스트를 한번 사먹어 봐야지 ….그래 놓고는 막상 사게는 안됩니다.

애견센타도 들여다 보게 되는데 어제부터 이태리제 수입의류가 도착했다고 써 붙였네요.

강아지가 입을 옷도 수입을 하나본데 얼마나 더 이쁜지는 모르겠습니다.

애견호텔도 있고 놀이터도 그 안에 있습니다.

지난밤에 성시를 이뤘던 식당들이 아침엔 조용합니다.

밤늦게 까지 영업을 했으므로 오전엔 쉬고 낮시간부터 영업을 하나봅니다.

지난밤 보쌈집앞을 지나면서유리창 넘어로 들여다 본 풍경은

가족, 친구 단위로 옹기종기 모여서보쌈안주로 소주잔을 기울이는 모습에서 행복한 느낌이전해집니다.

언제 저집에 들어가 나도 보쌈을 먹어야지 …..계획은 열심히 합니다.

부지런히 걸으면 15분

이것저것 구경하면서 천천히 걸으면 20분이 소요되는 거리를 매일 한번 이상은 왕복을 해야 하는데

울앤이 x 라인 이라고 놀리는 몸무게 감량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데 지나친 기대겠지요? ^^

x 라인이 뭐냐구요?

아마 쏘리라인을 넘어서 라인이 자체가 없다…뭐 이런 뜻인것 같은데 따져보질 않았습니다.ㅎ

창밖에 앉은 바람 한점에도 사랑은 가득한걸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없어
바램은 죄가 될테니까

살아가는 이유 꿈을 꾸는 이유 모두가 너라는걸
네가 있는 세상 살아가는 동안 더 좋은 것은 없을꺼야
10월의 어느 멋진날에


걸으면서 요즘엔 이노래를 흥얼거립니다.

가사를 다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괜히 좋은 노래 있잖아요?

10월엔 이노래를 불러야 할 것도 같구요.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가로수 단풍드는 것도 보고

아파트 담장의 철없이 핀 장미도 보고

편의점 앞 파라솔 밑에서 아침부터 막걸리를 나누는 초로의 남자분들도 만나고

반가운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걷는 아침산책

요즘엔 생활의 큰 활력이 되고 있습니다.

순이

4 Comments

  1. 한들가든

    2006-10-20 at 07:22

    저 왔습니다,~

    그동안 안녕 하셨는지요?
    살아가는 이유는 마음에 가슴에 있는것 아닐까요~
    노래좋습니다,~
       

  2. 웃슴이

    2006-10-20 at 09:28

    햇빛에 부셔지는 잔잔한 일상을 떠올립니다

    늘 그랬던것 같은 ……

    너무 아름답네요~~

    어머님도 화이팅!!!!   

  3. 물처럼

    2006-10-20 at 13:47

    김동규의 노래를 들으면서…
    포슽의
    잔잔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순이님께선
    분명,
    가을하늘처럼 맑은 분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엄니께서도
    빨리 건강을 되찾기를 빕니다.   

  4. Beacon

    2006-10-22 at 23:10

    라인 말씀을 하시니…ㅎㅎ
    울 마눌이 며칠 전 티비를 보다가 한번 까불어 보더군요.. 포즈를 짠~ 취하며

    나도 이만하면 빠지지 않는 S라인 맞지?

    전 그냥 흐흐~ 웃기만 했지요..
    근데 옆에서 보던 아들녀석이 하는 말이..

    엄마는 S라인이 아니구요.

    그럼 뭐?

    ?라인…ㅎㅎ

    ㅎㅎㅎ
    못알아들으셨다구요?,,
    물음표 라인이라네요… 물음표.. 그러고보니 그게 어찌 딱 비슷했던 듯도 했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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