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어머니는 워낙 부지런 하셔서 팔순이 다 되신 연세에도 몸 움직이는 것을 쉬지 않으십니다.
요즘엔 초등학교에 입학한 준이를 따라 매일 등하교를 하시면서
옥상에 고추와 상추등 농사 준비가 한창입니다.
작년 추석 무렵 인공관절 수술까지 하셔서 몸이 성치 않으신데
그걸 전혀 감안하지 않고 몸을 움직이셔서 걱정이 됩니다.
이젠 준이도 학교 다니는 것이 익숙해 져서 데리러 가지 않아도 혼자 다닐 만한데
“준이가 메뚜기 뛰듯 하는 통에 건널목 건널 때 위험해서 안 된다."이러며
비가 오나 바람이부나 꼭 학교 교문 앞에 가서 아이를 데리고 옵니다.
그러고도 시간이 조금만 나면 무슨 일이라도 하시는 통에 말리기도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이제 준이 까지 학교에 입학하고 보니 또 아기를 키우고 싶은 생각이 드시나봅니다.
고아원에 가서 불쌍한 아기 있으면 여아로 한명 데려오라고 자꾸 조르십니다.
잘 키워서 춤바람 동생이 딸이 없으니 그 앞으로 입적시켜 주신다구요.
막내여동생이 아들만 둘이고 딸이 없는 것이 아쉬워서 그러시긴 하지만 입양도 쉬운 것이 아니더군요.
우선 80세가 다 되신 노인은 부양을 받아야할 연세이시지 아기를 양육할 여건이 아니고
춤바람 동생은 워낙에 바빠서 아기를 기를 시간이 없기도 하고
훈이 아빠는 딸이 꼭 필요치 않다는 입장이고
나 또한 아기를 어머니께서 기르시면서 감당해야하는 노동에는 반대합니다.
아이를 적게 키우셔서 아이를 더 키우시겠다는 것인지 …. 대책이 안섭니다.
이럴 땐 우리 큰 도치라도 빨리 결혼해서 아이를 안겨 드리면 딱 인데…..
그것도 마음처럼 되는 일이 아닙니다.
며칠 전엔 준이를 데리고 오시다가 육교에서 발목을 삐걱 하셨다는데
발목이 퉁퉁 부어오르고 절뚝거리셔서 어머니께 싫은 소리를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금은 준이보다 위험한 사람이 어머니 시라고, 왜 육교를 오르내리시냐고 하니
준이 다칠까봐 안된다고 하시면서 지팡이를 짚고도 꼭 데리러 가시는군요.
우리도 어머니의 유난한 사랑을 받고 자랐고 이제껏 받고 있지만
우리어머니의 자녀사랑은 못 말립니다.
이번공연에 어머니께 kbs홀에 구경 가시라고 하니 "난 싫다! 너네나 다녀와라" 그러십니다.
우리 어머니는 딸이 배꼽을 내 놓고 사람 많은 곳에서 공연 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으십니다.
"옛날 같으면 동네에서 쫓겨난다."이러시며 그 춤을 어떻게 보러 가냐고 하시면서 가기를 꺼려하셔서
"어머니 딸이 나오는 것이 아니니까 보려 가셔도 됩니다."라고 거듭 권했더니
"지팡이를 짚고 가면 남 보기 창피하다." 이러시며 기어코 안 가시려고 합니다.
제가 어머니께 다시 말씀드리기를 "어머니께서 극성스러운 딸을 낳아 놓으셨으니
딸이 하는 일이 뭔지 가서 한번쯤은 보세요." 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마지못해 다녀오셨는데, 다녀오셔서는
“지팡이를 짚고 온 사람은 나 밖에 없더라, 그래도 구경은 좋더라.”라며 흐뭇해하십니다.
전에는 어머니께선 한번 안한다고 하시면 끝이었는데 요즘엔 의견이 절충이 되고
어머니께서 많이 양보를 해 주십니다.
오라버니는 어머니께서 너무 유순해 지시고 자녀에게 많이 양보 하는 것이마음에 걸리나 봅니다.
어머니랑 통화를 끝내고 점방으로 전화해서 저에게 하는 말이
"어머니가 전 같지 않고 목소리에 힘이 없는 것 같다, 어머니께서 어디 아프신가?" 묻습니다.
별로 아프시지는 않고 컨디션이 좋으셔서 아기를 기르고 싶어 하신다고 했더니
지금 아기를 키울 연세는 아니지만 어머니의 소일거리가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만 간단한 일이 아니라서…라며 걱정을 합니다.
오라버니나 저는 어머니의 엄한 성품에 젖어 살다가 너무 유순해 지신 것이 오히려 걱정이됩니다.
동생들은 어머니를 편하게 대하고 말대꾸도 잘 하곤 하지만
오라버니나 저나 큰 동생은 어머니를 어려워하거든요.
아무리 엄한 어머니라도 연세가 드시고 우리도 나이 먹어 가니까
많이 봐 주셔서 어머니께서 그러시는 것도 마음 편하진 않더군요.
엄하던 분은 늘 엄해야 안심이 되나봅니다.
"수니야 어머니께 참지 말고 어머니 하시고 싶은 대로 하시라고 말씀드려라
맘 변하시면 돌아가실까봐 겁난다."이러는 군요.
우리 어머니께서 딸 없는 춤바람 동생을 걱정하는 것도 일리는 있습니다.
울 원장샘께 이번 벨리 초대권을 드렸더니 장인 장모 처남 처남댁을 모시고 왔더군요.
원장샘 모친이 지방에 계시긴 하지만 항상 보면 처갓집 식구들을 대동해서 다니지
친가 사람들과 함께 다니는 모습이 없습니다.
우리 어머니께 큰아들인 저의 오라버니가 거의 신앙처럼 좋아하는 아들이고
어머니의 자랑이고 긍지이고 삶의 버팀목이지만 실제적으로는 딸들과 사시는 것이
편하고 재미있으신 겁니다.
그래서 딸이 없는 막내딸을 그렇게 걱정하십니다.
저는 아들을 못 낳아서 은근한 구박을 받은 것 같은데
우리어머니 딸 없는 딸걱정하시는 것을 보면 대세가 역전이 되었습니다.
딸도 있고 아들도 있는 집은 빼고
저처럼 딸만 둘인 집은 아들만 둘인 집보다 노후에 나을까요?
하긴 뭐 앞으로 아들이건 딸이건부모 노후를 책임져 주겠어요?
기운 있을때 까지는 자력으로 살다가 기운 없으면 실버타운에 들어가야 할 것 같아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순이
광혀니꺼
2007-03-25 at 14:14
어떻게 공연 사진을 찍으셨어요?
대단하시네여~
전 지금은 딸이 하나지만
올 6월에 둘이 되지 싶습니다.
그래서 오늘 잠실 나가
배불러도 입을수잇는 옷을 샀습니다.
광혀니랑
앙마랑 같이 나가서~
저녁도 해결햇고
이제 자야하는데
잠은 쉬이 올것 같지 않습니다.
편안히 주무시길_()_
윤분선
2007-11-15 at 05:28
오늘 처음으로 이블로거에 들어왔습니다. 잔잔하게 가슴을 울리는 내용들이 많네요. 전 딸 둘에 아들 하나 있는데 딸은 딸대로 아들은 아들대로 좋은 것같애요. 다 키우는 재미 아닐까요 나중은 지들 인생은 지들거고 결국은 부부만 남을테니 부부 관계가 제일 중요할겁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항상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