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처럼 소중하다.

올 해 들어

눈이 아파서 쉬느라고 2월 내내 돌체 연주회에 참석하지 못하고

지인이 중환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어서 멀리 강남까지 병문안 가느라고 결석하고

3월 하순엔 우리협회에서 kbs 홀에서 공연이 있어 돌체를 못가고……

토요일 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돌체를 자주 건너 띄었습니다.


돌체에선

매주 토요일에 정기적으로 연주회가 열리고 가끔은 일요일에 있기는 하지만

어제는 금요일인데 연주회가 있고 더하여 바이올린 연주회가 열리기에 얼마나 반가운지

일을 하다 정리도 다 못 마치고 돌체를 가게 되었습니다.

뭐라도 일정한 일에서 벗어나려면 도망치듯 움직여야지

이것저것 생각을 하다보면 일터에 매여 떠나지 못합니다.


"애인처럼 소중하다." 이건 제 말이 아닙니다.


기존에 가족

그러니까 어머니 남편 자녀 모두 소중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열열하고 애틋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애인!

그 얼마나 마음 졸이고 보고 싶고 애틋한 관계이겠습니까?

연주자께서 바이올린을 어릴 때부터 해 왔기에 가족처럼 일상적이고

당연하고 의무적으로 연주를 해 왔는데 아이를 둘 낳고 난 후에

바이올린을 대하는 마음이 꼭 애인을 만나는 것처럼 기대가 되고 소중하다는 얘깁니다.

원래부터 이런 마음이 있었으면 바이올린의 대가가 되어 있을 거라며 웃습니다.


30대 중반의 바이올리스트 윤성원씨는

아이가 둘인데 작은 아이는 이제 겨우 10개월이 랍니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음악을 계속하기엔 얼마나 어려운 투쟁일 지는 상상이 가는 일입니다.

집에서 바이올린 연습이라도 하려면 목에 와서 감기는 아이에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아기에 정신이 하나도 없답니다.

그 얘길 들으니 나도 아이들이 어릴 때 잠 못 자는 밤이 많았던 생각이 나더군요.

작은 도치가 기관지가 약해서 한밤중에 고열이 나면서 기침을 심하게하면

업고 책상에 앉아서 밤을 새기도 해야 했습니다.

눕히면 기침을 더 심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면 다음날에는 거의 그로기 상태에서 일을 해야 했습니다.

나는 아이를 키울 때 주위에 조력자가 있었는데도 어미 몫의 고생은 고스란히 어미 몫으로 돌아옵니다.

일과 자녀 양육을 병행하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예민하고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연주자는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하겠지요.


엄마가 되면 음악에 바치는 시간보다 가족에게 시간을 더 많이 써야하고

연습양은 줄어들지 않는 연주자의 입장이 얼마나 고단하겠습니까?

어제도 돌체 연주를 하러 오려고 나오다 보니 휴대폰이 없어서 한참을 찾다보니

엉뚱하게 양말 통에서 나오더랍니다.

그렇게 몸과 마음을 여러 곳으로 분산을 하고 정신없이 살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음악은 전에 보다 더 애틋하고 애인처럼 소중해졌다는 이야깁니다.

음악이 주는 기쁨이 더 커졌고

어려움 속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행복이 더 크다고 하면서 미소를 짓습니다.

바이올린과 비슷한 색감의 드레스를 입었는데

통일된 칼라가 세련되고 온몸으로 연주 하는 듯 음악이 더 멋져 보입니다.


나는 무식한 사람답게

고전 중에서도 고전인 베에토벤 브람스 차이코프스키 파가니니등

익숙한 작곡가의 곡이라야 듣기가 좋지 현대음악이라고 하는 1900년대 이후의

작곡가의 곡은 난해하고 별로 즐기지를 않습니다.

그런데 워낙 테크닉이 뛰어난 분이 쇼스타코비치(1906 ~1975)곡을 연주하는데 정말 들을 만하더군요.

원곡을 해석하고 연주하는 연주자의 기술이 절대 필요한 난해한 곡을 익숙하게 처리하니까 듣기 좋았습니다.

작곡가가 출생한 국가의 민족성과 역사 사람의 성품과 날씨까지도 연구해서

음으로 재현하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연주자였습니다.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2번은 물론이고 비니아브스키의 곡도

음색의 화려함과 거침없슴 그리고 세련된 연주 매너에젖어 들게 되더군요.


음악을 오래 굶은 탓인지

음악이 애인처럼 소중하다는 분이 연주를 해서 그런지

목련이 흐드러진 봄밤에 만난 바이올린 연주는 흡족한 기분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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