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늘 선택의 문제에 부딪칩니다.

두어달 전 부터

울 원장샘이 해외에 나가서 공부를 더 하고 오겠다며

사임의사를 밝혀오자 근심이 많았습니다.

요즘엔 병원과 약국이 서로 협력관계에 있기 때문에

병원 처방이 없으면 우리 같은 점방은 개점휴업을 해야 합니다.

다행히 내과 선생님이 오시기로 결정이 났고

일주일 정도 리모델링을 한 후에 진료를 시작한다고 해서

저에게도 마음 고생한 만큼 보너스 휴가가 생겼습니다.


병원수리를 위해 진료를 쉬게 되어 처방전이 없는 동안엔

대타를 두지 않고도 점방을 비울 수 있는 시간이 생겼습니다.

마음 무겁지 않게 어디를 간다는 것이 7년 만입니다.

귀하게 주어진 시간에 여행다운 여행을 하면 좋겠어서 인터넷을 뒤졌습니다.

여행이란 혼자나 둘이서 어디에 억매임 없이 다니는 건데

혼자서는 엄두가 안 나는 일이고 마침 회사일로 귀국한

작은 도치가 동행이 가능해서 함께 떠나자고 했습니다.

도치는 어떤 방법이고 어느 곳을 가던지 엄마 맘대로 결정하라고

전적으로 나에게 여행에 관해서 일임을 하겠답니다.

요는 모처럼 엄마랑 함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만으로 만족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아이가 결정하면 못 이기는 척 따라 가는 것이 편한데…..


일단은 상해를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목적지는 결정이 되었는데

어떤 방법으로 여행을 하느냐 하는 것은 또 선택의 문제입니다.

자유여행인가 단체관광인가를 놓고 고민을 합니다.


에어텔 (항공+ 호텔) 상품을 구입해서 상해 공항에 내리게 되면

그때부터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해야 합니다.

공항에 내려서 시내로 이동을 하려면 우선 세 가지 중에서 택일을 해야 합니다.

에어텔 상품에 소개한 자세한 안내서를 출력해 읽어봤습니다.

자기부상열차(모노레일) 이용하려면 입국심사를 마치고 8번 출구에서 에스컬레이터로

2층으로 올라가 오른쪽 통로를 따라 가다가 룽양루 역에서 2호선지하철로

시내이동을 해야 하고 금액은 편도 50위안(항공권보여주면 10위안 할인)이고

공항버스를 이용할 경우 푸동 공항 10번 출구에서 5번 공항버스 탑승 후

인민광장하차(人民廣場)에서 하차하고

택시 이용 시 공항 1층 3번,14번 출구에서 택시이용 약1시간소요 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자세하게 써 놓은 안내장을 들고 자기부상 열차냐 공항버스냐 택시냐?

매순간 선택을 해야 하는데 낯선 곳에서 가방을 들고 우왕좌왕 할 내 모습을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무리가 될 것 같습니다.


우리 도치가 초 중 고생이라면

우리나라 원화와 중국 위안화의 환율은 어떻게 되는지

타국에서 이동수단은 어떤 것을 이용하고 어떤 방법으로 이동하는 것이 좋은지

밥은 어떻게 사 먹는지?

이런 교육을 위해 자유여행을 떠나는 것이 맞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굳이 무리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 납니다.

내가 개척정신이 강하고 모험심이 강한 사람이라면 호기심 충족을 위해서

또 자신의 적응력을 시험에 보기도 하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보통일은 아닙니다.


한 끼 외식을 결정하는 것도 나에겐 난해한 일이라

내 입에 들어가는 밥을 먹는 것도 스스로 결정하지 않고

타인의 결정에 편승하는 사람인데 낯선 곳에서 매순간 선택의 고통(?)

앞에 놓이게 되면 여행은 즐거움이 아니라 고행길이 될 것 같습니다.

하루세끼를 다 사먹어야 하고 이동수단도 매번 결정해야 하고

봐야할 관광지등을 매 순간 선택해야 하는 일은 나에게 정말 어울리지 않습니다.


혹시 호텔에서 주는 밥 먹고 책이나 보고 잠만 자다 온다면 모르지만요.


고민 고민하다가

공항에 내리면 가이드가 기다려주고 버스가 대기하고 있고

가방 같은 것은 들고 다닐 필요도 없이 소지품만 챙겨 들고 다니는

단체 여행을 선택했습니다.

내가 걱정할 필요도 없이 알아서 이동해 주고 입장료도 가이드가 알아서 내고

식사 때가 되면 밥 줄 것이고

저녁이 되면 호텔에 대려다 주고 모닝콜이 울리면 일어나면 되고

유치원 어린이처럼 따라 다니기만 하면 되니까 얼마나 편합니까?

이런 여행이라고 해서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선택의 순간은 매번 사람의 기운을 빼기 때문입니다.

실크를 파는 곳이나 한약 진주 찻집 같은 곳에 대려다 놓고

자꾸 사라고 할 터인데 사는 것도, 사지 않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에어텔 상품보다 단체관광이 훨씬 싼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이거든요.


우리는 매번 선택의 순간에 자신의 습관이나 성격 그리고 목적의식 등이

작용을 하는데 진취적이고 액티브한 사람들은 조금 더 새롭고

조금 더 신기하고 멋진 쪽으로 선택하지만

나는 남이 한 일을 따라가며 답습하는 일도 어려워하는 것을 보면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멋진 사람은 자유를 찾아 떠나는 일을

나는 매이기 위해 떠나는 것 같다는 인상이 드는군요.

이런 인생을 선택하는 것도 나의 타고난 성품과 습관의 문제겠지요?


순이

2 Comments

  1. Lisa♡

    2007-08-23 at 13:43

    순이님.

    잘 다녀 오세요.
    동방명주빌딩이랑 수많은 인파보고
    놀래지 말구요.
    ㅎㅎㅎ..항주랑 소주도 가시는 거지요?   

  2. 천왕

    2007-08-25 at 01:39

    즐거운 여행의 시간을 가지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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