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그곳은 나의 생각 속에 유비와 관우와 장비가 살고 진시황이 있고
유방과 항우 한신 장량 서태후 같은 인물들이 시대를 초월해서 혼재해 있습니다.
나의 이번 여행은 그 이야기 속에 나오는 것들의 흔적을 꿰어 맞추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만화 같은 생각이 조금은 있었습니다.
소주에 있는 호구탑 오르는 길에
지름이 2미터쯤 되는 바위가 두부모 자르듯이 반으로 잘라져 있기에
관우가 청룡언월도로 잘랐을까? 억지로 꿰어 맞춰보면서 혼자 웃었습니다.
관우의 청룡언월도는 50킬로그램이나 되었답니다.
이문열 평역의 삼국지에 보면 관우는 성질이 몹시 급해서
화가 나면 앞뒤 젤 것 없이 청룡언월도를 빼어 들고 적토마 위에서 무차별
휘두르면 적장의 목은 추풍의 낙엽이 되어 뒹굴었다고 합니다.
50Kg이면 사람 몸무게만 한 것을 그렇게 가볍게 다룰 수 있었을까
혹 뻥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삼국지는 물론 수호지나 춘추전국시대 초한지 그 외에도 많은 무협지에 푹 빠졌던 시기가 있기에
여러 장면들이 영화의 잔상처럼 머릿속에서 굴러다닙니다.
내가 관우의 청룡언월도로 잘랐을까 상상했던 곳은 시검석이 있는 곳입니다.
소주 호구산 입구 오른쪽에 있는 시검석(試劍石)은
오왕 합려(闔閭)가 천하의 명검을 시험해 보기 위해 시험 삼아 잘랐다는 전설이 있는 돌로,
실제로 가운데가 둘로 쪼개져 있습니다.
그곳에서 좀 더 올라가면 넓게 펼쳐진 돌이 있는데,
이곳이 1,000명이 앉아서 승려의 설법을 들었다고 하는 천인석(千人石)이고
그 외에도 소동파가 즐겼다는 샘물인 제삼천(第三泉) 이나
오왕 합려의 유체와 함께 3,000여 개의 검이 묻혔다고 하는 검지(劍池) 등이 있습니다.
검지에서는 진시황이나 손권(孫權)도 명검을 발굴하려고 노력했지만 단 1개의 검도 구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칼과 창을 휘두르고 축지법을 쓰고 하늘에 비와 구름을 부르던 그 후예들이
지금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항주에서 본 송성가무쇼와 상해서커스에서 엇습니다.
송성가무는 이제까지 내가 본 어떤 쇼보다 멋지고 경이롭고 훌륭했습니다.
그 쇼를 하기 위해서는 항주 미인들을 선발해서 우리의 예술학교처럼 송성예술학교가 있어서
그곳에서 기술을 닦고 연마하여 세계로 중국 전역으로 진출을 한다고 하는군요.
왕의 즉위장면 축하연회 그리고 전쟁 그 후에 평화 대략 이런 스토리로 진행되는데
레이저로 쏘아대는 현란한 광선과 키가 170은 다 넘는 늘씬한 미인 출연진과
호화로운 의상 멋진 춤사위, 역사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는 스토리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진 종합예술이어서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았습니다.
3000석 정도 되는 좌석이 매일 꽉 찬다고 합니다.
우리 같은 여행객도 많지만 현지 중국인들도 평생에 송성가무를 한번 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할 정도로 인기가 좋은 볼거리입니다.
극중에 벨리댄스를 하는 장면이 있기에 유심히 봤는데 정말 잘 하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그래도 명색이 벨리댄스협회 이사가 아니겠습니까?^^
저들의 춤사위를 춤바람 동생에게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하고
가이드에게 부탁해서 DVD를 13000원을 주고 구입해서 왔습니다.
춤바람 동생에게 선물이라고 생색을 내며 DVD를 주지 않았겠습니까?
벨리댄스가 나오는데 잘 추더라! 볼 것이 있을 꺼다….한껏 뻐근하게 건넸더니
동생도 반가워하면서 받는 즉시 DVD를 넣어서 보니
세상에~~~ 그건 공연을 녹화한 것이 아니라
송성가무에 대한 안내와 목차와 맛 뵈기만 들어 있었습니다.
13,000원을 들여서 산 DVD가 빈탕이나 마찬가지라서 허무하더군요.
어찌 되었든
소주 항주에는 미인이 많다고 했지만 요즘엔 도시로 다 돈벌러 나가고 없다고 합니다.
항주에는 미인이 많다는 말은 송성가무에 대해 맛뵈기만 있는 DVD처럼
조금 남아 있을 뿐입니다.
상해 서커스도 볼만했는데 지난번 잠실에서 봤던 태양의 서커스에서 본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상해 서커스가 오리지널인 것 같았습니다.
상해 서커스에서 조련된 사람들을 태양의 서커스에서 뽑아 가는가 봅니다.
서커스를 보면 심장이 툭 떨어지는 듯 한 순간을 많이 보게 되고
그래야 서커스를 본 재미가 있지 않겠어요?
그런데 상해 서커스는 이래도 놀라지 않을래? 고문하듯이 기예가 발달되어 있더군요.
훌라후프를 온 몸으로 5~60개를 동시에 돌리는 소녀도 있고
남자가 줄에 매달려서 입에 어떤 기구를 물고 장비의 청룡언월도 무게만한 여인을
공중에서 돌려 대는 것입니다.
땅에 발을 대고 여자를 안아 들기도 어려운 일인데
공중에 매달려 입으로 여자의 몸 무게를 감당하고 돌리기까지 하다니
이빨인들 성할까 걱정이 될 정도 입니다.
하이라이트는 지름이 10m정도 되는 둥근 공처럼 생긴 철망 안에 들어가 오토바이를 타는 모습입니다.
처음에 오토바이를 타고 무대에 나와서 인사를 하고 철망 속으로 들어가
옆으로 위로 아래도 뱅글뱅글 돌면서 정신을 쏙 빼어 놓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다람쥐 돌듯 하는 모습에 넋을 놓고 있자니
한명이 더 오토바이를 타고 들어갑니다.
두 명이서 뱅글거리고 도는데 아찔합니다.
모든 사람이 신기해서 박수를 쳐 댑니다.
3번째로 오토바이 선수가 또 나옵니다.
이번엔 3사람이 구호에 맞추어 위로 아래로 뱅글뱅글 도는 모습들이
부딪칠 것 같고 떨어질 것 같아서 마음이 조마조마 하면서 편치 않습니다.
그러나 4번째 선수가 또 들어갑니다.
그 순간부터는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로 긴장이 됩니다.
금방 눈앞에서 사고가 날 것 같은 불길하기까지 하고 불편한 심정입니다.
그 순간에 5번째 선수가 나오는데 반가운 것이 아니라
이제 그만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고문을 넘어서 지겹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5명이서 무사히 곡예를 마치고 나오자 긴 한숨과 함께 마음의 평정을 되찾았습니다.
실제로 7명의 오토바이 선수들이 그 안에 들어가서 곡예를 했는데 사고가 있은 후로
5명으로 제한이 되었답니다.
내 맘 같아서는 두 사람이라도 충분이 아슬아슬 했습니다.
중국여행이 처음이라
뭔가 신비한 것을 발견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머릿속에 그려보던 그 모든 것은 별로 만날 수 없었고 몇 천 년을 건너 띈 신천지가 있었습니다.
대륙을 달리며 장팔사모를 휘두르던 그들의 후손은
좁은 철망속에 같혀서도 신기한 모습을 연출해 내었습니다,
추억 속에 사랑은 만나지 말아야 하는 지도 모릅니다. ^^
그래도 언젠가는 적벽대전이 벌어졌던
양자강 기슭의 낭떠러지에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여전히 합니다.
순이
Lisa♡
2007-08-30 at 13: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