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로 장식한 서태후를 만나다

단체 투어를 가면 쇼핑코스가 필수입니다.

제가 간 곳은 실크공장과 찻집, 동인당 한약방, 진주가게 입니다.
중국의 실크와 차와 동인당은 우리나라에도너무나 유명해서 다 아십니다.
역으로 생각하면 유명한 만큼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그다지 신비할 것도 없이 식상해 있는 상황이라 사고 싶은 것이 없습니다.
싸이 아저씨는 구매를 독려해 보지만
“지난번 왔을 때 샀다”고 하는 분도 있고
물건의 질을 타박하는 분도 있고 무엇보다 “한국에 다 있기” 때문에
새로운 구매를 일으킬 조건이 아무것도 없는 것입니다.

실크공장에서는 실크이불과 옷 스카프 등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사도록 권하는데 사는 사람이 없어서 가이드와 서먹해 졌습니다.
우리 팀에서 많이 사야 가이드에게 유익이 있기 때문에 매장에서 자꾸 시간을 끌고 가려고 하지 않습니다.
할일 없이 도치랑 매장을 몇 바퀴 돌아다니다 보니 스카프 예쁜 것이 눈에 띕니다.
도치가 "엄마 이거 살까?" 묻습니다.
"예쁘면 사라. 네가 하게?"
"아니 환이 엄마 하나 사드릴까하고."
"환이 엄마?"
"왜?"
기분이 갑자기 나빠집니다.
환이 엄마라면 도치 남자친구의 어머니를 말하는 겁니다.
도치에게 엄마가 나 말고 또 있다는 것과 내 앞에서 환이 엄마를 챙기는 것에
부아 같은 것과 배신감 같은 묘한 느낌이 듭니다.
치사하지만 도치에게 따집니다.
"넌 엄마 사 준다는 소리는 안하고 어떻게 환이 엄마 걸 챙기니?"
"엄마는 스카프 많이 있잖아?"
"있는 것은 있는 것이고, 딸이 사주는 것은 다르지."
" 환이 엄마를 질투하는 거네요?"
"당연하지! 엄마부터 챙겨야지 앞으로도 환이 엄마부터 챙기면 화 낼 거야."
“하여간 우리 엄마는 귀여우셔.” 도치가 나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애교를 부리는데 기분이 좋아지지 않습니다.
내 앞에서 내 딸이 자기 남자친구 엄마를 챙기니까 진짜로 질투가 나더라니 까요.
이해하실 수 있나요? 제가 이러고 삽니다. ^^

동인당 한약방에 들렸습니다.
조선족 한의사 한분이 건강에 관해서 강의를 합니다.
요즘엔 암이 많은데 癌을 파자해 보면 口 + 口 + 口 + 山 그러니까
입으로 먹고 먹고 먹고 산처럼 먹어서 병이 되는 것이 암이랍니다.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환경이나 스트레스에서 오는 병도 많지만 먹는 것에서 암이 오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처방으로는 해독이 되는 마늘이랑 녹차를 많이 마시라고 하고
예방을 위해서 한약을 먹으라고 합니다.
강의 후에 중국인 한의사와 간호사가 커플로 네 팀이 들어와 앉습니다.
즉석에서 진맥을 해 주겠답니다.
저도 호기심이 발동을 해서 어느 한의사에게 손목을 맡겼습니다.
몇 살이냐고 묻기에 53살이라고 대답했더니 더 이상의 문진은 없고 양쪽 손목에서 맥을 보더니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이야기를 하자 조선족 간호사가 우리말로 설명을 해 줍니다.
“어깨가 결리고 관절이 좋지 않고 신장이 좋지 않다”는 맥이 나왔답니다.
특별이 어디가 아프거나 어깨가 아픈 적은 없고 신장이 좋지 않다는 자각 증상도 모르겠고
관절은 요즘 들어 맘에 조금씩 안 들긴 합니다.
어쩐지 무릎이 뻐근한 것도 같고 기름이 좀 모자라는 기계를 움직이는
아니 워밍업이 안 된 기계를 다루는 것처럼 조금 그렇거든요.
그분들은 진찰 후에 치료가 되는 보약을 지어 주겠다고 하면서 한약 값이 50만원이라고 합니다.
아주 죄송하지만 약 지을 돈이 없다고 하자 카드도 된다고 합니다.
카드도 안 가져 왔다고 하자 실망하는 빛이 역력합니다.
진맥을 위해 뒤에 분이 대기하고 있기에 그 자리를 모면 할 수 있었습니다.

죄송한 김에 한의사 선생님을 내가 진맥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분의 나이는 쉰이 안 되어 보이는데 얼굴에 주름 골이 깊고 피부가 건조하고
눈빛이 맑지 못하고 담배를 많이 피우는 듯 숨결이 탁했습니다.
그런 것으로 봐서 기관지가 나쁘고 신경이 불안정하고 걱정 근심이 많은 분입니다.
우선 신경을 편하게 하고 기관지를 다스리는 한약을 처방해서 드시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우리 팀 중 아무도 한약을 사지 않고 나오는데 몹시 미안했습니다.

찻집에 들린 것은 생략하고 진주가게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진주만 파는 곳인데 여기도 역시 조선족 남자분이 강의실로 안내를 합니다.
그곳에서 인공으로 만든 진주와 자연산 진주에 대한 비교 설명과 좋은 진주 고르는 법에 대해서 설명을 했습니다.
보석에 관심이 없는 나는 그 설명을 귀담아 듣지 않았는지? 무슨 얘기를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휘황한 불빛아래 진주가 가득한 가게로 들어가기 전
눈에 띄는 사진이 있기에 물어봤더니 서태후 70살 때 사진이랍니다.
온통 진주로 치장을 하고 착한 할머니의 모습으로 앉아 있는 흑백사진입니다.
옆으로는 영국여왕을 비롯한 세계 유명 인사들이 진주를 목에 걸고 있거나 들여다보는모습을

칼라로 찍어서 액자에 걸어 놓았는데 유독 진주를 감고 있는 흑백의 서태후에게 눈길이 가서

천장 가까이에 매달려 있는 사진을 찍고 한참을 들여다봤습니다.

서태후는 보석광 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보석가게에서 모델로(?) 쓰는 가 봅니다.
서태후가 버라이어티 하고 대단한 삶을 살았던 사람이라 소설의 재료로는
그만이라 서태후의 삶에 대한 책이 많습니다.
나도 서태후에 관한 책은 서너 권 읽었습니다.
17살에 궁녀로 황궁에 들어가 청나라 제7대 함풍황제의 황귀비로 되었고 제8대 동치황제의 생모로 되었고

제9대 광서황제의 이모로 되었던 유명한 여인입니다.
함풍황제가 죽은후 서태후가 낳은 6살 난 아들이 황제로 되면서 서태후는 황비에서 황태후로 되었습니다.
28세부터 수렴청정하기 시작해서 중국을 통치한 시간이 거의 48년이나 됩니다.
황후가 동쪽채에 살았기에 동태후, 황비로 서쪽채에 살았기에 서태후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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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에 여자의 몸으로 수렴청정을 했다고는 하지만 사실은 통치를 한 사람입니다.
악독하기도 하고 끈질기고 술수와 담력이 대단한 여걸입니다.

서태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말들이 많이 있지만
세계 역사상에서 두 번 다시없을 여걸, 혹은 악녀로 군림을 했습니다.
혀를 내두를 만큼 만행을 한 그녀가 보석으로 외모를 치장하는 일은
게을리 하지 않아서 70세의 나이에 보석가게의 모델을 하고 있었습니다.

서태후의 흔적을 이화원에서 만난 것 보다
진주가게 천장에서 만난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저에게 쇼핑은 재미없는 일 중에도 으뜸 재미 없는 일인데

그중에 보석을 휘감은 70세의 서태후를 보석가게에서 만나 이야깃 거리를 건진 것이 쇼핑입니다.

저는 단체관광 가이드에게는 최악의 손님일 겁니다.

순이

1 Comment

  1. 광혀니꺼

    2007-08-31 at 09:32

    제가 유일하게 해외라고 가본곳이
    회사에서 포상받아 상해 3박4일 다녀왔습니다…
    상해와 항주, 소주, 포동과 포서라는 도시…

    몇시간을 달려도 지평선이 끝나지 않는 나라
    중구~욱~
    그넘의 나라 진주이야기와
    실크이야기
    약이야기
    그리고 茶 까지…

    물론 저두 하나두 안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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