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트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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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가게를 들린 후에 식사를 하러 식당엘 갔습니다.

어디나 똑 같은 원탁에 가운데가 회전되는 식탁입니다.

그곳엔 늘 그렇고 그런 식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이유로 ^^

무었을 먹었는지 식사의 내용은 어땠는지 특이한 것은 없는지

이런것도 사진으로 남겨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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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으려고

가방에 손을 넣어서 카메라를 찾으니 잡히지 않습니다.

어라~~~ 왜 카메라가 없지?

"혹시 네 가방 속에 엄마 카메라 들었니?"

"아닌데요? 제 카메라 밖에 없어요. 잘 찾아보세요."

그때부터 카메라 때문에 난리가 났습니다.

공항에 도착해서 차에 타자 소지품 잘 지키라고 싸이 아저씨가 열 번도 넘게 이야기했습니다.

상해에서는 백팩에 지갑을 넣어가지고 다니면 가져가라는 것이나 마찬가지고

가방을 옆으로 메고 다니면 반은 내 것이고 반은 다른 사람 것이라고 하면서

가방을 꼭 앞으로 들라고 합니다.

여권과 비행기 표를 잃어버리면 일주일은 집엘 못 가게 되고

일주일 동안 체재비는 본인 부담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여권과 비행기 표와 지갑이 든 가방을 열심히 챙겨야만 했습니다.

카메라는 손에 들고 다니다 찍기도 하고 가방에 넣어 가지고 다니기도 했는데

다른 것은 다 있는데 카메라만 감쪽같이 없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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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가 참 잘나왔지?

만약 이게 필름카메라였다면 사진 찍는데 인색 할 수밖에 없을 텐데

아무렇게나 (!) 막 찍어서 잘못된 건 버리고 잘된 것만 건지니 얼마나 좋니

네가 만약에 필름카메라를 가지고 한곳에서 수 십장을 찍는다면 엄마가 잔소리깨나 했겠지?

"필름 아깝다, 그만 좀 찍어라."이랬을 거야 그치?

네 삼촌은 결혼식 때 찍은 카메라 사진이 하나도 없데

친구 세 명이서 카메라를 가지고 와 결혼식 사진을 찍기는 했는데

사진 찍은 필름을 한사람이 모아가지고 현상해다 준다고 해 놓고는

그날 밤 친구들이랑 결혼식 뒤풀이 때에 술을 진탕 먹고는 몽땅 잃어버린 거야.

결혼식을 다시 할 수도 없고 …그래서 숙모가 결혼식에 사진도 한 장 없다고

지금껏도 생각 날 때 마다 삼촌에게 화를 낸다는 거야.

컴퓨터나 휴대폰 디카 등은 정말 경이로운 기계야…..


카메라를 잃어버리려고 그랬는지

조금 전까지 디지탈 카메라에 대한 찬사를 도치에게 한참 떠들고 난 후라

더욱 기가 막히고 별별 생각이 다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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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치야 조금 전에 네가 사진 찍지 않았니?"

"아닌데….엄마가 서태후 사진을 몇 장 찍고 그 후엔 사진 안 찍은 것 같은데요?"

"혹시 자동차 좌석 그물망에 넣어 놓았을까?"

"차에서 내린 후 조금 전에 진주가게에서 엄마가 찍으셨잖아요?"

"그러면 진주 파는 진열대 위에 어디 놓고 왔을까?"

"엄마는 진주 구경도 안하셨어요."

"서태후가 집어갔나?"

괜히 웃으려고 억지소리도 하고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카메라가 있을 만한 곳이 없습니다.


카메라는 비싼 것이 아니라서 잃어 버려도 그다지 애통할 것은 없는데

며칠 찍은 사진이 고스란히 날아가 버렸으니 처음부터 다시 가자고 할 수도 없고

다시 부스럭 거리며 가방을 뒤져 봤지만 있을 턱이 없습니다.

밥 먹을 기분이 나지 않아서 슬며시 일어서서 화장실을 갔습니다.

중국에는 휴지가 나쁘다고 해서 주머니에 휴지를 넣어 가지고 다녔기에

화장지를 꺼내려고 주머니에 손을 넣었더니 …..

뭐가 있었는지 제가 말하지 않아도 아시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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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치에게

"카메라가 엄마 주머니에서 나오더라." 조그만 소리로 얘기 했더니

도치가 뜨악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봅니다.

환이 엄마 스카프 사준다고 할 때 속을 보이기도 했고

내가 찍어 놓고 네가 마지막으로 찍지 않았니? 하고 억지소리도 한 터이고

한참을 카메라 때문에 가방을 둘러엎고 난리를 친 후라

우리 딸이 그런 시선으로 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겁니다.

도치와 내가 모녀간으로 더없이 가까운 사이라곤 하지만

떨어져 있는 기간이 많은 관계로 내가 알지 못하는 딸의 모습이 있을 수 있고

도치가 엄마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부분이 많은데

엄마의 실체를 리얼하게 실시간으로 보여 주게 되었습니다.


카메라가 주머니에서 나왔을 때

그 순간을 어떻게 말 할 수 있겠습니까?

잃어버린 줄 알았던 카메라를 찾아서 좋았을 것 같다 구요?

아니요!!!!

너무 비참했습니다.

카메라가 휴지대신 손에 잡혔을 때 너무도! 너무도!비참했습니다.

소형 카메라 정말미워요.

제목이 왜 상하이 트위스트냐구요?

카메라 잃어버리고 찾는 수니 모습 상상해 보세요. ^^

순이

5 Comments

  1. 윤 환

    2007-09-01 at 07:49

    다행입니다, 다시 찾으셨으니 !
    닭 드시고 오리발 내미시는 경우와는 사뭇 다른 경우이지요,
    도치씨도 그리 이해하였을 것입니다.
    – 누구나 그런 착각을 할 수 있다고…-
    따님과의 즐거우신 시간이 손에 잡히는 듯 합니다.
       

  2. 봉천댁

    2007-09-02 at 04:45

    도치님..

    진짜 이쁘네요.. ^^*

       

  3. Lisa♡

    2007-09-02 at 13:47

    순이님.

    엄청 저 그런 경우 엄청 많아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까
    부끄러워하지 마세요~~~알았죠?
       

  4. 광혀니꺼

    2007-09-02 at 17:42

    전 찾아 놓고도 끝까지 박박 우깁니다.
    당신이 여기다 넣어놓은것 ㅇㅏ니냐구~
    ㅋㅋ
    ㅎㅎ
    걍~끝가지 우기셔요~
    대한민구~욱~~

       

  5. 래퍼

    2007-09-03 at 13:49

    그래도 주머니 속에 얌전히 들어있었으니
    참 다행이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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