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 속에 피어나는 꽃

쇼핑을 위해 들린 네 곳 중에서
찻집은 건너 띄려고 했는데 어느 분이 차 이야기를 해 달라고 하셔서
순전히 그분 때문에 씁니다.
차 이야기를 왜 하지 않으려고 하느냐 하면요
그건 저의 무식이 아주 돋보이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한복을 곱게 입고 다소곳이 앉아서 고개를 약간 숙이고
도자기 잔을 한손에 살포시 잡고 나머지 한손으로는 찻잔을 떠 바치듯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같은 모습으로 차 맛을 음미하는 사진을 봐 왔고
차 맛에 대해 논하는 그룹에 끼어 앉아 있어 봤는데
나에겐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고 저는 아직 차 맛을 모릅니다.

커피도 차의 범위에 넣어 준다면
차라는 것 중에서 제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것은 믹스된 봉지커피와 자판기 커피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거나 마시지는 않습니다. ^^
맥심이니 초이스니 하는 고급커피는 말고 맥스웰 중에서 가장 싼 화인 믹스커피만 좋아합니다.
지난번 우리 집에 온 예비 사윗감 청년이 우리 큰 도치에게
"엄마가 뭐 좋아하냐?" 고 물어서 얻어낸 정보를 가지고 일본을 들려오면서
일제 믹스커피를 골고루 몇 통 사가지고 왔더군요.
호기심에 한 봉지 헐어서 타 봤는데 역시나 내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나에게 맞는 커피를 얻어 먹으려면
도치에게 믹스커피 중에서 맥스웰 화인이라고 정확하게 알려 주라고 얘기해야 하겠습니다. ㅎ

이번 상해에 갈 때도 봉지커피는 챙겨 가지고 갔습니다.
들고 다니는 백에 전천후로 필요한 튜브에든 고추장과 커피는 꼭 넣어가지고 다녔습니다.
식후에 커피는 꼭 마셔야 하겠기에 식당에서 핫 워터를 달라고 했더니
뭘 요구하는지 알아듣지를 못합니다.
보디랭귀지로 뜨거운 물을 청했지만 그것도 허사였고 한문으로 溫水라고 써 봐도 도저히
통하지가 않아서 커피를 탈 뜨거운 물을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궁하면 통한다던가? 어딜 가도 녹차는 따라 나오기에 녹차에다 커피를 타 마셨습니다.
이렇게 지조를 지키면 맥스웰에서 상 주려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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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하는 사람들은 좋은 차를 구하러 멀리까지 가기도 하더군요.
차에 대해 얻어 들은 이야기로는
이번에 다녀온 항주 근처의 용정에서 나오는 용정차(龍井茶)를 아주 고급으로 친다고 합니다.
좋은 차가 나오려면 물이 좋아야 하는데 호포천이라고 하는

서호 남쪽에서 솟아나는 이 샘이 천하 명천이라고 합니다.
물 분자의 밀도가 높고 광물질이 적은 이 물로 달인 용정차가 아주 그만이랍니다.

내가 차에 대해 흥미가 없다고 해서 우리 도치도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도치는 차에 대한 설명을 열심히 듣더니 "중국엔 농약 허용치가 지역마다 틀려서
어쩌면 농약탕을 마실지도 모른다. "고 나에게 얘기 하더니 국화차를 사더군요.
국화는 벌레에 강해서 약을 치지 않아도 잘 자라고 꽃망울을 하나씩 말리기만 하면 되니까

농약 먹을 걱정은 덜 해도 될 것 같다고 합니다.
국화차를 몇 통 사다가 회사 친구들에게 주겠다고 합니다.

집에 가져온 국화차 한통을 뜯어서 차를 타서 주는데
그럴싸해서 그런지 국화차가 꽤 괜찮은 것 같더군요.
커피 잔에 바짝 마른 국화를 하나 집어넣으니까 원래의 꽃모양 그대로
몽글 몽글 활짝 피어오릅니다.
함초롬히 비에 젖은 가을 국화의 모습으로 피어납니다.
맛은 뭐라고 표현하지 못하겠는데 우리 익히 아는 국화의 정결한 향기와
성숙한 여인의 보얀 살결 같기도 한 은은한 차 빛
조용한 우주의 회전 같은 고요함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국화차는 화를 다스리고 외로움과 고독을 견디게 해 준다는 설명을
차 파는 분들로부터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국화차와 새로운 사랑에 빠질 일은 없습니다.
조강지처와도 같이 한 가지 끈질긴 커피 맛에 이미 중독이 되어 있어서
쉽사리 변하지 못 할 것 같습니다.

차 마시는 일이 보편화 되다 보니
차 맛을 모르는 나에게도 차 선물이 가끔 들어옵니다.
여행을 다녀 오신분이 주기도 하고 맘먹고 좋은 것을 보내오기도 합니다.
얼마 전 지인이 지리산 피아골 석산차라는 것을 보내온 것이 있습니다.
지리산 피아골 석산차라고 쓴 은색 봉투를 열면 그 속에 봉투가 하나 더 있고
개봉을 하면 새의 혀보다 작고 검푸른 잎이 들어 있습니다.
세작이라고 해서 올해 새로 나온 차라고 합니다.
봉투를 열고 냄새를 맡으면 싱그러운 녹차향이 느껴집니다.
이제 차 맛에 조금씩 관심을 가져보려고 하는데 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주마간산 식으로 들려본 찻집이지만 차에 대한 관심은 조금씩 생깁니다.
지인이 보내온 지리산 석산차를 본 척도 안하고 두었다가 요즘에 개봉해서 냄새를 맡아 봤으니까요.

이렇게 차 맛에 무딘 것을 굳이 자랑하게 된 것도
차 맛을 아는 분들을 존경하기 때문입니다.
다도라고 하는 경지에 있는 분들을 존경합니다.
녹차를 잘 마시면 정신건강에도 좋고 암도 예방되고 여러모로 유익이 많습니다.

1 Comment

  1. 광혀니꺼

    2007-09-04 at 18:12

    ㅎㅎ
    저는 위경련이 있어서 커피 끊은지 좀 되었습니다.
    약 20년?
    ㅎㅎ
    그래서 커피맛 잊은지가 꽤 되네요.
    ㅎㅎ
    용정차 좋지요. 그리고
    국화차를 드셨다구요?
    화차는 위에 부담이 덜해서 훨씬 음미하기 좋지요~
    그런데 중국 국화차보다
    우리나라 금국맛이 훨씬 좋은데요~

    함~ 음미해 보세요^^*

    그리고 지리산에서 보내주신 석산차 빨리 드시옵길…
    우리 녹차는 묵히면 안된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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