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역 광장에서 만난 발레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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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역 광장에서 이어지는 이야깁니다.

구름이 낮게 깔리고 날씨는 온화하지만 바람은 약간 있습니다.

춥다고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쓸쓸함은 바람 따라 떠도는 것 같습니다.

넓은 부산역 광장 가운데쯤엔 중국에서 핍박받고 있다는 어떤 종교단체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고 벤치마다 노숙자 같은 분도 있고 여행객도 섞여 있습니다.

나도 광장 왼쪽에 있는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꼬마 숙녀가 눈에 들어옵니다.

걸음마를 배워서 부산역 광장을 이리저리 뛰어 다니는 모습이

발레리나의 춤 보다 보기 좋고 천사처럼 아름답습니다.

아기가 처음엔 모자까지 쓰고 있었는데 답답한지 벗어 버리고 종횡무진 춤을 춥니다.

발레니 한국무용이니 하는 아무 룰도 없고

어머니 뱃속에서 나와

누워서 버둥거리다

뒤집기를 하고

기어 다니다가

두발로 서고

방에서 걷다가

이제 광장으로 나와서

부모가 지켜보는 앞에서 이리저리 다녀보는 저기분이 얼마나 좋겠습니까?

넘어지는 모습도 예쁘고 달리는 모습도 낙엽을 줍는 것도 서있는 것도 뱅뱅 도는 것도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이 예뻐서 달려가 꼭 안아주고 싶었습니다.

아기의 엄마는 벤치에 앉아서 구경하고

아기의 아빠가 열심히 쫒아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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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걸음마가 춤의 원조구나!!!!!

나는 춤협회 이사답게 ^^ 춤에 대한 연구로 들어갑니다.

누구나 춤을 잘 추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내가 몸치만 아니면, 아니 우리부모님이 춤에 대한 재능을 춤바람 동생에게 몰아주지만

않았어도, 나에게 흥이라는 물질이 결핍되어 있지만 않았다면

나도 춤 한 자락은 추고 싶은 사람입니다.

동물들도 구애를 할 때 몸짓이 춤을 추듯이 간절하고 아름답다고 합니다.

그것이 춤일 수도 있고 구애의 몸짓일 수도 있고 사랑의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감정이나 느낌을 몸으로 표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입니까?

나는 자판기를 두드려서 글자로 감정을 표현하는데 아니 표현 한다는 현재적인 것보다

과거를 정리한다거나 기록하는 일이 많은데 이건 정말 소극적인 일이라 여겨집니다.

대게는 춤을 좋아하면서도 막상 들어내어 놓고 춤을 좋아한다고 말하기는 꺼려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춤을 추게 하는 문화는 있지만 춤추는 사람이 적은 것은

춤이 전문 무용수들의 전유물로 여겨져 거리감을 느끼고 있거나

유흥문화와 얽혀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어서 일겁니다.

어쩔 수 없이 춤이 가진 이중적 코드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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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거리낌 없이

광장을 무대삼아 뛰어 다니는 아기의 천사 같은 몸짓!

어떤 춤이 있어 이보다 아름답겠습니까?

나는 그 춤에 한참을 빠져있었습니다.

가락에 맞추지 않아도 절로 흥겨워 팔다리나 몸을 율동적으로 뛰어다니는

맑은 아기의 기운이 내게도 전해져 오는 것 같았습니다.

순이

2 Comments

  1. 김진아

    2007-10-16 at 03:59

    안아주고 싶은..고운 아기..
    아장아장 춤을추듯 걸음마를 떼는 요맘때가,
    제일로 이뻐요..

    떼를 쓰고 울때도 이뿌구요..

    ^^   

  2. Lisa♡

    2007-10-19 at 09:50

    사진이 너무 예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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