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인생에서 크게 바라는 것이 무엇일가? (일본여행 2)

일본에 가면 빠질 수 없는 것이 온천욕입니다.

우리의 투어 스케줄 중에도 아리마 온천이 있었습니다.

아리마 온천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다녀간 온천이라고 해서 더욱 유명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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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마는 조그만 소읍인데 온천으로 유명하다 보니까

관광객이 많이 오게 되어 도로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탄 대형버스가 주차장을 찾아서 머뭇거리는 동안

조그만 동상 하나가 내 눈에 띄었습니다.

히데요시가 자주 찾던 온천이었다니 그 남자인가 보다 속으로 짐작을 합니다.

온천장으로 걸어가면서 가이드에게 물었습니다.

"저쪽 담장 밑에 조그만 동상이 하나 보이는데 누군가요?"

"아마 풍신수길 일겁니다. 저쪽에는 풍신수길 애첩 네네 동상도 있어요."

나는 구미가 바짝 동하는데 가이드는 별 관심이 없다는 듯 시큰둥한 어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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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름한 담장 밑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동상이 히데요시라….

온천욕보다 히데요시 부터 보고 싶었으나 금탕 이라는 온천탕으로 먼저 가야했습니다.

일본은 화산지대 이다보니 이런 온천이 많이 있나 봅니다.

탕 이름은 금탕인데 물은 벌건 녹물 같았습니다. (은탕도 있답니다.)

광물질이 많이 들어있어서 피부에 좋다고 하지만

나는 이미 담장 밑에 있는 어떤 남자에게 정신이 팔려 있어서 ^^

온천욕에는 흥미를 잃고 온천욕은 하는 둥 마는 둥하고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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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탕 가까운 곳에 네네의 동상이 있었습니다.

노부나가의 딸인 산노마루토노는(네네) 히데요시의 첩입니다.

히데요시(豊臣秀吉)에게는 많은 처첩이 있었는데 아무도 자녀를 낳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늦게 네네 에게 얻은 아들을 애지중지 했지만

사견으로는 네네가 낳은 아들이 히데요시의 아들이 아니고 사생아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정석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많은 처첩에게서 얻지 못했던 아들을 늦게 얻을 수 있었겠느냐는 겁니다.


우리에겐 임진왜란의 원흉으로,

일본인들에겐 난세의 영웅으로 평가받고 있는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근세 일본 통일과 봉건사회의 토대를 마련한 인물로 1537년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통일의 대업을 이루기까지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다 1598년 조선전쟁의 혼란 속에서 병사한

사람입니다. 히데요시의 사후 17년이 지난 1615년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의해

애첩 네네와 애지중지하던 늦둥이 외아들 히데요리가 할복을 명받아 도요토미 일족은

멸문의 화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2대에서 끊기고 말았습니다.


네네는 히데요시를 사랑했을까?

히데요시는 160cm가 안 되는 작은 키에 못생긴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그런 사람이 늙어서 망령까지 났을 때는 외모가 원숭이 같았다고 합니다.

히데요시가 네네를 아무리 좋아한들 네네의 마음은 히데요시에게 머문것 같지 않습니다.

죽음을 앞에 두고 네네와 아들을 걱정하는 히데요시에게

네네는 "걱정 말고 가라. 이 원숭이야."이랬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야마오카 소하치(山岡莊八)의 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1980년대 한국에서

"대망 (大望)"이란 이름으로 출간돼 큰 인기를 끈 적이 있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보셨을 겁니다. 저도 많은 시간을 들여 대망을 읽었는데

읽을 때는 재미있었지만 읽고 나자 이름이 너무 복잡해서 머릿속에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풍신수길의 동상을 보자 예전에 입력되었던 이야기들이 살아나서 흥미로웠습니다.

대망은 일본 전국시대의 세 주인공인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그리고 도쿠가와 이에야스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춘 소설입니다.

전국시대를 통일하고 대륙을 침범하는 큰 야망을 그린 작품이라 많은 사람들이 봤고

특히 남자 분들이 좋아했습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삶은 지금도 기업의 경영철학서로 읽히기도 합니다.


대망!

히데요시가 죽기 전에 크게 바란 것이 세계통일 이었을까요?

애첩의 사랑을 얻지 못해서 눈가가 짓무르고

남들이 다 사생아라고 하는 아들을 혼자만 내 아들이라고 믿는 일과

병들어 죽어가면서 빨리 죽지 않는다고 구박하는 네네를 보며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우리가 인생에서 크게 바라는 것이 꼭 세계 통일이나 국가 통일

이런 것이 아닐 거란 생각이 듭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

죽음을 행복하게 받아 드릴 수 있고 주위사람들에게 아쉬움과 사랑을 남기고

갈 수 있으면 행복한 삶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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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옆 허름한 담장아래 찬 돌멩이 위에 동상으로 앉아서

큰길을 건너고 도랑을 건넌 언덕쯤에 네네의 동상이 서 있어서

늘 그곳을 바라보고 있는 히데요시!

앵토라진 네네는 맵시 있고 도도하게 언덕위에 서있고

우리가 원수로 여기는 히데요시는 관광객이 던져준 일엔 백동전 몇 잎을 끌어안고

네네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앉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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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

1 Comment

  1. 봉천댁

    2007-12-03 at 06:26

    나도 어떤 남자 이야기에 온통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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