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키티 같은 글이 뭔 여행기냐?"
"일본에 7년 살았던 사람보다 할 말이 더 많은 것 같다."
"아직 일본 여행 중이냐?
"도대체 일본을 얼마간 다녀온 거야? 한 달? 두 달?"
이런 의문을 가지고 저에게 질문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
일본을 11월 12월 두 달에 걸쳐서 다녀오긴 했지만
실제로 월말 월초가 껴서 여행은 딱 삼일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이박삼일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일본에 머문 시간은 60시간입니다.
그래서 그만 쓸까 했는데 뭔가 아쉬워서 생각을 해 보니 먹는 얘기를 못했습니다.
여행 중에 먹는 얘기를 빼면 앙고 없는 찐빵 아니겠어요?
그 외에도 오사카의 가장 번화가인 신사이바시와 도톰보리에 대한 재미있는 얘기가 있어서
염치가 없어도 조금 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수다가 많은 것은 병이 분명한데 이름도 모르는 병입니다.
대게 무식한 사람이 그렇듯 제가 in put 보다 out put 이 많아서 그런 것 아닐까 미루어 생각을 해 봅니다.
왜~~ 서울 사는 사람보다 시골 사는 분이 서울 구경 다녀오면 할 말이 더 많은 법이잖아요? ㅎ
호텔에서 조식 부페를 먹을 땝니다.
오렌지주스 토마토주스 우유 커피 토스트 모닝빵 소시지 야채샐러드 연어구이 커피
과일 약간 ….. 이정도 차려져 있으면 나에게는 과분할 정도로 진수성찬입니다.
그런데 같은 식탁에 앉은 아주머니는 먹을 게 없다고 투덜거리면서
포크를 들고 이것저것 깨작거리며 인상을 씁니다.
이야기는 비약이 되어 여행사 상품이 나빠서 그렇다느니
여행사가 나쁘다느니 불평이 여간 많은 게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먹고 나의 1.5배 정도의 몸매를 유지하는 것이 놀라워서 쳐다보게 되었습니다.
기왕 먹는 음식 맛있게 먹으면 좋으련만 뭘 어떻하라고 투덜대는지 모르겠습니다.
불만을 가지고 식사를 하면 더 살이 찌는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뚱뚱한 아주머니의 불평은 계속 되어 함께 식사하는사람들을 많이 불편하게 했습니다.
나는 무슨 음식이든 맛이 있어서 불평하는 분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일단 토스터기에 직접 넣어서 노랗고 파삭하게구은 토스트 두 쪽에
계란말이와 소시지 야채샐러드를 넣어서 우유와 함께 먹었습니다.
우유 한 컵을 다 마시고 나서 오렌지주스를 가져와 한 컵을 더 마셨습니다.
우유는 뼈를 튼튼하게 하고…..
오렌지주스는 피부를 좋게 하고…..
토마토주스는 혈액을 좋게 하니까 한 끼에 주스 세잔은 무리가 있지만
그래도 있을 때 마셔두자 하고 토마토주스까지 가져와 열심히 마십니다.
음식을 다 먹고 나자 도치가 커피를 한잔 가져다주었습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쌀이 같은지 우리 밥맛과 똑같아서 먹을 만하고
커피도 마실 만 해서 봉지커피를 가져갔는데 따로 타 먹을 일이 없었습니다.
외국에 나가서 봉지커피에 대한 지조를 지키지 못한 것은 일본이 처음입니다.
내가 가져온 음식은 다 먹고 마지막으로 커피를 홀짝거리고 있다가 보니 도치가 연어구이를 남긴 것이 보입니다.
"다 먹었어? 그만 먹게?" 물었더니
연어가 별로 맛이 없다며 밀어 놓습니다.
"이리 줘 봐." 도치가 남겨놓은 음식 접시를 내 쪽으로 당겨서 아까운 생각에
연어 살을 한쪽 집어먹고 커피를 다시 한 모금을 마시자 도치가 엄마를 부릅니다.
엄마~~~ 하는 억양이 이상해서 쳐다봤더니
커피하고 생선을 함께 먹으면 맛이 이상하지 않는가 묻습니다.
도치가 "엄마는 너무 엽기적이야. 생선을 커피와 함께 먹다니…."이럽니다.
그런가? 이상한가? 생각해 봤지만
커피하고 생선하고 먹으면 안 된다는 법은 없으니까 !^^
드셔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모닝빵의 동그란 뚜껑을 손을 뜯어서 커피에 찍어 먹어도 맛있습니다.
아쉬울 때는 토스트에 고추장을 발라 먹어도 맛이 그만입니다.
모든 음식을 맛있어 하는나는 먹는 것을 어지간히 밝히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음식을 감사한 마음으로 먹어서 더욱 맛있는지도 모릅니다.
저의 음식에 대한 태도는 이렇습니다.
있을 때 먹는다….눈앞에 음식이 있을 때 사양하지 않고 먹습니다.
즐겁게 먹는다. ….먹는 일이 행복하다 보니 즐겁게 먹습니다.
감사하며 먹는다….농사도 짓지 않고 내 손으로 수고하지도 않았는데 나 같은 사람에게도
이렇게 먹을 것이 주어지니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음식을 앞에 놓고 맛이 있느니 없느니 격에 맞지 않느니 뭐가 빠졌느니 이런 것은
수니 사전엔 없습니다.
귀국하는 비행기 속에서 내 옆에 앉은 아주머니는 또 불평을 합니다.
아침식사에 내 앞에 앉아서 불평하던 그분인데 연어 샌드위치가 마땅치 않나봅니다.
인천공항에서 간사이공항 간은 비행시간이 두 시간이 안 걸리는 짧은 거리라 식사 대신 토스트 도시락을 줍니다.
보리빵 속에 연어 살을 넣은 샌드위치가 조금 딱딱하긴 했지만 불평을 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보다 기내서비스가 나쁘다느니 언제 어디를 갈 때는
이번보다 더 나빴느니 하면서 맛없는 이야기만 했습니다.
음식에 대한 불평이 많은 것도 병이구나 싶었습니다.
불평을 하면서 밥을 먹으면 더욱 살이 찌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밥은 감사하며 먹는 것이 건강에 좋을 것 같다는 당연한 얘기를 뚱뚱한 아주머니에게 끝내 하지는 못했습니다.
봉천댁
2007-12-19 at 01:30
순이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