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다 둘러보는 관광지를 가는 것도 좋지만
현지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를 찾아 그 도시에서 분주히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
잠깐 스며들어 그들을 관찰하면서 색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노라면 겉에서 보는 것과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사카의 최대 번화가인 신사이바시와 도톰보리.
이곳은 오사카를 방문한 여행객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거닐게 되는 거리입니다.
신사이바시가 오사카 쇼핑의 일번지라면
도톰보리는 오사카 최대의 유흥가이자 먹자골목입니다.
그곳은 일본의 새로운 트렌드를 피부로 실감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서일본 제일의 쇼핑가라 불리는 신사이바시는 그 명성이 결코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최고의 명품에서부터 다양한 잡화를 촘촘히 양쪽 건물에 진열하고 있었습니다.
많은 간판 가운데 10개의 다리와 눈이 끊임없이 움직이는 초대형 게를 내건
게요리 전문점 가니도라꾸가 재미있어 보여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가이드가 두 시간 정도 자유 시간을 주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가전제품이나 옷 등을 사겠다며 많은 사람들 속으로 사라지고
쇼핑에 취미가 없는 도치와 난 도톰보리와 신사이바시가 교차되는 지점에 있는
스타벅스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넘치는 사람으로 걷기도 힘들지만 차분히 구경하기도 힘들 만치 사람들로 붐비고
활기가 넘쳐나는 저녁시간이었습니다.
정면으로 보이는 남자가 앉았던 자리에 한시간 그곳이 바라 보이는 길에있는 벤치에서
나머지 시간을 앉아 있었습니다.
스타벅스는 명성 그대로 일본 오사카의 가장 핵심부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앉은 자리에서
창밖으로 흐르는 인파의 옷차림이나 머리모양을 구경하는 것도 눈이 핑핑 돌 정도였습니다.
신사이바시 쇼핑 거리의 가운데에서 만나는 일본의 20대 전후의 젊은이들의 옷차림은
기상천외 했고 기기묘묘했습니다.
물들인 머리카락은 상투를 틀듯이 틀어 올린 사람에 묶어서 늘어트린 사람,
단정한 길이의 머리는 볼 수가 없고 지저분한 쒜기 커트에
두건을 쓴 사람 무스를 발라 반짝이게 눕히기도 하고 세우기고 했습니다.
왜 머리카락을 가지고 그렇듯 변덕을 부리는지
요즘에 젊은이들의 머리카락으로 태어난 것은 아주 불행해 보였습니다. ^^
일본 젊은이들이 대체로 키가 작아서 그런지 높은 굽의 부츠를 많이 신었고
그렇지 않으면 무릎아래까지 오는 스타킹을 신은 모습들이 많았습니다.
더 특이한 모습은 젊은이들의 눈이 지독히 강조되어
떨어져서 보면 흰 얼굴에 시커먼 눈만 보입니다.
우리도치에게 물어봤습니다.
"재들 화장이 다들 좀 이상하지 않니? 어쩌면 재들이 다 만화 캐릭터로 보인다야."
"저건 스모키 화장법이라고 해서 눈만 강조하는 화장법 이예요.
요즘 저 정도는 그려줘야 화장을 했구나, 한다는 군요."
"저런 화장이 보기 좋니?"
"저도 뭐 보기 좋지는 않지만 재들만 할 때는 저렇게 하는 것이 유행이니까요."
(저는 무척 어른이라도 되는 양 어린 애들 하는 것이 귀엽다는 뉘앙스를 풍깁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 딸이 젤 얌전하고 예뻐 보이네."
(도치에게하는 엄마의 아부성 발언입니다.)
"그거야 엄마가 보는 관점이지요." (아부가 별로 먹히지 않습니다.)
"그럼 저런 옷차림에 눈만 시커먼 화장에 머리는 쥐어뜯다가 만 것 같은
저런 것이 예뻐 보이냐? " (말이 원색적으로 나갑니다.)
"스무 살 시절엔 유행이라는 것은 꼭 건너야할 강이거든요."
"내가 남자라면 저런 여자애들 보다 너처럼 얌전한 차림의 여자를 더 좋아하겠다."
(막 그런 시대를 지나온 도치에게 끝까지 아부성 발언을 해 봅니다.)
"엄마 내가 지금 이 자리에 데이트를 하러 나왔다면 환영 받지 못 할거예요.
저 애들이 우리가 보기에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일지 몰라도
저 정도 치장을 하고 나오려면 두 세 시간은 거울 앞에서 꾸몄을 거라 구요.
내가 이렇게 쌩얼로 나오면 ‘너 자다 나왔니? 성의가 너무 없는 것 아니야?’
이러며 퇴짜 맞을지도 몰라요.ㅎㅎㅎ"
도치가 "너 자다 나왔니?" 이렇게 말하면서 남자아이가 손가락질 하는 흉내를 내는 모습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녀가 둘이서 한참을 웃었습니다.
하긴 모두가 요란한 것이 트렌드라면 심플한 모습은 상대에게 성의 없어 보이기도 할 것 같습니다.
스모키화장은
어두운 아이섀도우로 눈을 전체적으로 어둡고 강렬하게 화장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스타벅스 안에서 거리를 바라보며 한 시간
스타벅스를 나와서 사거리 벤치에서 한 시간
자유 시간으로 주어진 두 시간을 일본 젊은이들을 구경하느라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느낀 것은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훨씬 더 희망적으로 생각되었습니다.
조금은 맛이 간 듯 하고 조금은 나사가 풀려 보이기도 하고
유행을 따라 주관 없이 흘러 다니는 개성 없는, 아니 개성이 튀는 기묘한 그들 보다는
우리 젊은이들이 훨씬 건전하다는 결론을 혼자서 냅니다.
우리나라보다 담배와 술에 관해서 훨씬 관대한 사회분위기 탓인지
쥐방울만한 어린 여자 애들도 담배를 예사로 피워 물고 다녔습니다.
물론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가서 그런 것만 보려고 작정한 탓도 있지만
우리가 알았던 단정하고 예의 바르고 정직하고 검소한 그들 부모 세대와는
이미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외모가 그렇다고 해서 건전하지 못하다는 것은 어느 법에도 없고
그들의 앞날도 험난할 거란 예측은 많이 잘못 되었는지도 모르지만
우리나라의 앞날이 훨씬 희망적이지 않을까 그런 위로도 받았고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이 나의 솔직한 심정일 것 같습니다.
순이
Lisa♡
2007-12-15 at 10:17
참 이상한 머리가 많더라구요.
남자 애들도…안 감은 거 같은..
ㅋㅋ….순이님.
결코 우리가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지요?
요즘 우리나라에도 고교생들이 심해지고 있어요.
퓰리처
2007-12-16 at 07:27
한국의 앞날이 훨씬 희망적이라는 기대는 객관적인 외국인들의 기대와는 많이 다릅니다. 제가 미국에서만나본 많은 외국인들은 오히려 그 반대이던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