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에서 가장 기쁠 때 듣던 곡

정명훈씨가 지휘하는 서울시향의 신년연주회를 다녀왔습니다.

정명훈씨의 명성은 모든 분들이 익히 아십니다.

우리나라 클래식인구가, 아니 공연문화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는데

일조를 하는 분이 정명훈씨라고 보여 집니다.

3000여석이나 되는 세종문화회관 대 강당이 빈자리가 없이 꽉 차기란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닌데 서울시향 연주이고 정명훈씨 지휘라고 하면

나 같은 사람도 슬며시 가고 싶어지고 가게 되는 것을 보면

다른 사람들도 그러한가 봅니다.

그분의 명성이나 실력을 떠나 사람을 끄는 마력이 있나 봅니다.

어제 신년 음악회의 협연자는 손열음이라는 나이어린 숙녀였습니다.

천재로 각광받던 장영주 장한나 등은 이미 기성 연주자의 반열에 들어섰고

세계에서 새로운 천재로 떠오르는 연주자로 김선욱 손열음 등이 있습니다.

장영주 장한나가 어릴 때 음악을 위해 외국으로 가서 공부한 사람들이라면

김선욱 손열음의 성공은 한국종합예술학교 출신의 세계적인 연주가가 되는

순수 국내파의 자부심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한국종합예술학교"가 그 유명한 줄리어드 음악대학보다

앞으로는 더욱 각광받는 세계적인 음악학교가 될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손 열 음…..이름이 너무 멋있지 않습니까?

이름에서 이미 천재의 느낌과 음악으로 대성 할 것 같은

"손으로 여는 음악" 이런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손열음은 나이어린 숙녀임에도 연주가 원숙하고 자신감에 차있고

무대매너가 세련되고 연주가 대단히 화려했습니다.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자주 듣는 곡이고 나에게도 익숙한 곡이지만

신년음악회에서 듣게 된 곡은 전혀 새로웠습니다.

젊은 기운이 넘치는 당당하고 혈기 넘치는 연주였고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대화가 조화롭고 균형 있게 이어졌습니다.

손열음양의 앞으로의 행보에 많은 기대가 됩니다.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4번!

나는 돌체에서 거의 주말마다 작은 음악회에 참석하기에 라이브 음악에 대해

그다지 갈증을 느끼지 않지만 교향곡이나 협주곡 등은 사정이 좀 다릅니다.

돌체는 장소가 좁기 때문에 대편성 오케스트라가 필요한 음악 연주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관현악곡을 들으려면 큰 공연장을 가야합니다.

피아노나 바이올린 연주는 돌체에서 듣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그래도 가끔은 대 편성 오케스트라에 대한 갈증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신년을 여는 음악회에서 금관을 비롯한 모든 파트가 온몸을 불살라가며 전력질주해서

연주하는 음악을 듣는 것은 큰 기쁨이었습니다.

정명훈과 시향 단원들이 폭포수처럼 쏟아내는 숙련된 저마다의 기량은

오감이 다 만족할 정도로 훌륭하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유려하고도 감각적인 사운드는

연주에 대한 흡족함을 배가시켜 주었습니다.

금관파트, 특히나 트럼본 파트의 놀라운 폭발력은

마치 음악을 통한 쾌락이 무엇인지 왜 음악에 빠지는지를 대변합니다.

그들이 보여주는 불꽃 튀는 연주는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했습니다.

딴~딴~따~따~~

결혼식장에서 신부가 입장할 때 가장 많이 연주되는 곡이

바그너의 로엔그린에 나오는 혼례의 합창을 편곡한 결혼행진곡입니다.

그리고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에 나오는 결혼행진곡이 많이 연주 됩니다.

일 년에 몇 번씩은 듣게 되는 결혼행진곡은 당연히 결혼식장에서 입니다.

솔로 피아노로 연주되던지 조금 거한 결혼식에서 현악사중주 정도로 듣던

결혼행진곡을 대편성 관현악단의 연주로 들었습니다.

전 후반 모든 연주가 끝나고 객석에서 커튼콜 박수가 끊이지 않자 앵콜곡으로

멘델스존의 결혼행진곡을 연주해 주었습니다.

본 연주에서도 그렇고 앵콜곡으로는 더욱 결혼행진곡이 연주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정명훈씨가 육성으로 무슨 멘트를 했는데 저는 이층이라 들리지 않았지만

결혼행진곡처럼 흥겹고 즐거운 한해를 살아가자 뭐 그런 뜻으로 알아들었습니다.

특히 올해 큰도치 결혼식을 계획하고 있는 저에게는 아주 적절한 축하 곡이었습니다.

심벌즈와 큰북이 마음껏 소리 내는 음악을 들으며 마음이 후련해 졌습니다.

올해는 즐겁고 좋은 일이 많이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저는 이층이라 멀어서 못 들었는데 R석에서 들으신분 말씀이

"앵콜곡으로 뭘 할지 며칠동안 고민했었는데 오늘 아침에 이 곡이 생각났다
일생에서 가장 기쁠 때 듣던 곡이다" 정명훈씨가 이런말을 한 후에

결혼행진곡을 지휘했다는 군요.

신년 음악회를 통해 얻은 기쁨으로

가벼운 마음이 되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순이

2 Comments

  1. 봉천댁

    2008-01-04 at 02:41

    순이님..

    새해 복 많이 받으소서.. ^^*

       

  2. 광혀니꺼

    2008-01-05 at 08:43

    무자년 새해!

    오래오래
    건안하시고
    건필하시길…

    새해 인사가 좀 늦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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