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의 빨간 드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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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타 스피커가 있는 전면)

지난 토요일 돌체에 가야하는 시간인데
지인의 딸이 카메라타에서 피아노 공연이 있어서 가봐 달라는
부탁을 받아서 헤이리에 가게 되었습니다.
헤이리에 있는 카메라타는 왕년의 아나운서 황인용씨가 심혈을 기울여
자연 채광이 되게 설계하고 오디오 설치를 한 전문 음악 감상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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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는 석양의 시간이 아름답습니다.
아산포 IC에 들어가기 전 까지는 해가 지평선에 걸려 있었는데
자유로에 들어서자 해는 마지막으로 꼴깍 넘어가고 말아서
아쉬운 마음에 사진을 찍어 봤지만 조금 늦었습니다.
어스름해 지는 시간엔 마음이 이유 없이 조금은 숙연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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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백명진씨

성공하는 연주자들의 공통점은 부모님의 남다른 수고와
본인이 지독하게 노력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피아니스트 백명진씨는 예원학교와 한국예종을 졸업한 재원이지만
부모님의 경제적인 도움을 최소한 받고 거의 독학으로 미국유학을 했고
박사학위까지 딴 야무진 숙녀였습니다.
한사람의 연주자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얼마나 수고를
많이 하는지 알기에 이분의 노력은 남달랐을 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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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료가 비싼 대신에 약간의 빵이 준비되어 있어서
그것으로 저녁식사를 대신할 수 있었습니다.
따끈한 유자차와 오렌지 주스 그리고 비스킷 등을 가져다가 먹었습니다.
책상위에는 메모지와 연필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연필 깎기도 있어서 뭔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낮 시간에 그곳에 가면 희망음악을 신청할 수 있답니다.
테이블 놓인 연필은 그럴 때 쓰는 것인가 봅니다.
돌멩이에 실을 감아 연필 한 자루가 묶여 있고
작은 돌멩이 밑엔 메모지를 눌러 놓았습니다.
쓰다가 행여 연필이 부러지면 깎으라고 미니 연필 깎기가 예쁜 마스코트처럼
얌전히 자리하고 있는 모양이 귀엽고 정서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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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하는 황인용 아나운서)

카메라타는 이탈리아어로 작은 방 혹은 동호인의 모임이라는 의미랍니다.

LP와 턴테이블, 진공관 앰프, 오래된 스피커들 개인 소장품인 많은 음반
조금은 정돈이 덜 된 것 같은 산만함도 보이는 카메라타의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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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든의 피아노 소나타나 스크리아빈의 피아노 소나타는 처음 듣는 곡이었습니다.
익숙하기는 쇼팽의 즉흥환상곡이 역시 환상이었습니다. ^^

연주자의 빨간 드레스는 음악과 조화롭지 못했고
프로답게 당당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아마추어 같은 수줍음이 보여서
앞으로 무대 경험을 더 많이 쌓아야 하겠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관객의 앵콜에 인색한 것도 팬을 만드는 일에 방해가 될 것 같았습니다.
사소한 것에 조금만 더 신경을 쓴다면 훌륭한 연주자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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