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 가득한 우리나라 가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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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체에서
가곡사랑 음악회가 있었습니다.
우리도치가 시간이 되어서 함께 갈 수가 있어서 기뻤습니다.
특히 외국에서 오래 생활하고 있어서 한국 가곡이 얼마나 아름답고 심금을 울리는 음악인지
접할 기회가 없었던 도치에게 더없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예상대로 도치에게도 저에게도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더욱 좋았던 것은
1981년 mbc 창작가곡 대상을 받은 "눈"을 작곡한 김효근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 대학교 일학년 학생이었고 음대생이 아닌 경영학과 학생이었답니다.
음악이 너무 좋아서 매일 음악을 들으며 살다보니 자기 이름으로 된
음악이 한곡 쯤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작곡을 하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음대를 드나들면서 교수님들께 사정을 해서 강의를 듣고
쫓아다니며 배우고 해서 작곡을 한 곡이 눈인데 그 곡이 대상의 영광을 차지하여
유명해지긴 했지만 진로를 바꾸지는 않고 경영학과를 졸업하여
이대교수님이 되어 있었습니다.
여전한 가곡사랑으로 자기 노래가 연주되는 돌체를 찾아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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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명한 분이 싸인 해준다고 해도 그런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그 시간을 피하는데 무슨 이유인지 모르게 김효근씨는 반갑더군요.
그래서 남들이 싸인을 받기에 저도 받았습니다.
“행복하세요.“ 라고 쓰신 것 같은데 ”행복하제요.” 라고 하신 것도 같습니다.
“눈”은 곡도 좋고 아주 서정적이면서 마음에 포근히 들어오는 노랫말이 정말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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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산길에 흰 눈이 곱게 쌓이면
내 작은 발자욱을 영원히 남기고 싶소
내 작은 마음이 하얗게 물들 때까지
새하얀 산길을 헤매이고 싶소
외로운 겨울새 소리 멀리서 들려오면
내 공상에 파문이 일어 갈 길을 잊어버리오
가슴에 새겨보리라 순결한 님의 목소리
바람결에 실려 오는가 흰눈 되어 온다오
저 멀리 숲사이로 내마음을 달려가나
아 겨울새 보이지 않고 흰여운만 남아있다오
눈 감고 들어보리라 끝없는 님의 노래여
나 어느새 흰 눈 되어 산길을 걸어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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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치에겐 작곡가 이안삼 선생님이 특별히 싸인을 한 CD를 하나 주었습니다.

연세도 많고 무뚝뚝하게 생기신 할아버지께서 어쩌면 그렇게 힘이 있고

감미로운 음악을 작곡할 수 있는지 놀라웠습니다.

가수에게는 고난도 기술이 필요한 곡이라고 하였습니다.

듣기에도 가슴을 쓸어 내리게 할 정도로 감정을 쏟아내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가사가 전혀 들리지 않는 외국 가곡만 듣다가

우리 정서로 된 감정이 실리는 가곡을 듣자 눈물샘이 자극이 되었습니다.

노래를 들으면서 생각한 것은 우리가곡이 대체로 단조이고 슬프다는 것입니다.
오지 않을 님을 기다리고
떠나간 님을 그리고
추억의 언덕길을 진종일 헤매이고
잊어버리려고 몸부림치고
무심히 흐르는 세월이 한스럽고….이런 가사들이 많았습니다.
나는 그런 가사들이 절절하게 가슴으로 느껴지는데
도치는 가사가 슬픈 것이 조금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습니다.
아직 이별이나 못 이룰 사랑 기다림 같은 감정이 낯설기 때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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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 전달력이 좋은 리릭 소프라노의 고음을 가까이에서 듣는 맛이 짜릿했습니다.

서양음악은 자연을 소재로 하는 객관적인 음악인 반면

우리음악은 흥과 개인의 한이 많아 감정표현이 강합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판소리는 1964년에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고

2003년에 유네스코 "인류구전 세계무형유산걸작"으로 선정되어

셰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이런 음악은 우리 민족 고유의 문화유산이므로 잘 유지 되어야 하겠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가곡은 1919년 홍난파님의 "봉선화" 입니다.

그 이후 우리나라 서정가곡기인 1930년대

1940년대 예술가곡기 1950년대 과도기를 거처 1960년대부터 현대 가곡기로 분류를 한답니다.

우리가 알고있은 가곡 현제명님의 고향생각, 김동진님의 가고파, 조두남님의 선구자, 이흥열님의 꽃구름속에

김성대님의 동심초, 윤용하님의 보리밭, 최영섭님의 그리운 금강산 등은 1930~1950년대에 작곡된 곡입니다.

예술가곡을 창작하여 청중들에게 상당한 반응을 일으킴으로써

창작자와 청중의 관계를 성립시킨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가곡음악 시장이 열악한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작곡가 이안삼 선생님을 저도 처음 뵈었는데 이분이 작곡하여 발표한 음반이 10개도

넘는 다고 하는데 음악을 좋아한다고 하는 저도 이안삼선생님 성함조차 듣는이 처음이었습니다.

대중가요인 광화문연가를 작곡한 사람은 알고 있으면서요.

"가곡사랑"이라는 모임이 있어서 우리나라 가곡만으로 음악회를 열고 열심으로

활동하는 분들이 있어서 존경스러운 마음이 생기는 날이었습니다.

이수인곡 내마음의 강물이나 김효근님의 눈 같은 곡이 많이 생겨나고 듣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순이

1 Comment

  1. 퓰리처

    2008-03-01 at 03:29

    유태인인 말러의 가곡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 같은 것이 세계적인데 비해 한국 가곡이 그렇지 못한것은 뭔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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