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지치 연주로 들은 “우리 집에 왜 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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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지치 실내악단 내한공연이 있다고
내 친구 골드미스가 연락이 왔기에 좋다고 했더니
함께 가자고해서 약속이 이루어졌습니다.
이무지치 실내악단은 "세계 최고의 실내 합주단"이라는 격찬을 받았고
"세계가 지금까지 들어온 중에서 가장 최고의 실내악단이며
그 연주야 말로 ‘완벽’ "이라는 극찬을 받기도 하는 실내악단입니다.
또한 나의 경우 클래식에 처음 입문을(?) 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음악이
비발디의 "사계" 와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입니다.
특히 이무지치 실내악단의 녹음된 연주를 수없이 들었기 때문에 그분들이 직접
연주하는 것을 현장에서 들을 수 있다니 당연히 반가울 수밖에 없습니다.

프로그램도
모찰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하트무지크"
롯시니의 "현악 사중주 1번 G장조"
파가니니의 "베네치아의 축제 작품10 바이올린과 현을 위한 주제와 변주"
비발디의 "사계" 입니다.
파가니니 바이올린 음악은 내가 워낙즐겨 듣는 음악이기도 합니다.
이런 선곡은 저뿐 아니라 우리나라 관객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곡이라
쉽고도부담이 되는 연주가 될 것 같았습니다만
이무지치의 명성에 걸맞게 훌륭한 연주를 해 주었습니다.

이무지치 실내악단은
바이올리니스트 6명 비올리스트2명 첼리스트2명 더블베이스 1명 쳄발로 주자 1명 등
12명의 연주자가 호흡을 맞추었습니다.

특히 일산에 있는 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열린 음악회라
연주회장이 집에서 가까워 더욱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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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가니니 곡을 연주할 때 바이올린 솔로를 한 사람은 안토니오 안셀미라는 분인데
키도 크고 몸은 가늘고, 긴 머리카락을 한 모습이 어쩌면 사진에서 본
파가니니를 꼭 닮아 있었습니다.
파가니니 바이올린 곡은 특히 고난도 테크닉이 필요한 곡인데
연주하는 폼이나 기교 그리고 음이 어찌나 화려한지 너무 멋있게 보였습니다.

유명한 연주단의 교만함도 보이지 않았고
겸손한 모습으로 앙콜을 세곡이나 서비스 해 주었습니다.
특히 두 번째 앙콜 곡은 어릴 때 누구나 한 번쯤은 불러봤을 법한 놀이동요
"우리 집에 왜 왔니?" 라는 곡을 연주해서 파격을 겸한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왜 왔니?"
“꽃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 왔단다.”
"무슨 꽃을 찾으러 왔느냐, 왔느냐?"
"○○꽃을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

처음에 "우리 집에 왜 왔니?"라는 음악이 스타카토로 연주되자 관객들의 폭소가 터졌고
나 또한 웃었는데 조금 더 듣다보니 “이것도 명곡이었나 보다!”
이런 느낌이 들 정도로 음악이 우아했습니다.
아름답고 음이 깊고 풍부해서 우리 동요라는 느낌 보다는 클래식 명곡 같습니다.
그런 착각이 들었던 이유를 생각해 보니 본 프로그램 연주에서 들었던
파가니니의 베네치아의 축제 작품10에 나오는 주제는
우리가 잘 아는 "내 모자 세모났네 " 라는 음의 변주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내 모자 세모났네 라는 음이 주제로 쓰인 곡이 파가니니 곡이 라면
우리 집에 왜 왔니 는 누가 쓴 명곡일까 라는 착각을 하게 했던 겁니다.
그러나 그 곡은 이무지치 단원들이 한국의 팬들을 위해 연주해 준 것이었습니다.
그분들이 가지고 있는 바이올린은 과다니니 아니면 체루티, 죠반니 프레쎈다 등이고
비올라는 과르네리 첼로는 로렌조, 스토리오니 등이라 그것으로 연주하는 동요는
듣기에 아주 훌륭한 명곡이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일산에 아람누리가 개관 된지 돌이 되어 오는데
아직도 미숙한 것이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인터넷으로 입장권을 구입한 사람들이 한꺼번에 데스크에 몰리자
컴이 다운되기도 하여 오후 8시에 시작하기로 한 연주를
8시 30분이 되어서야 시작 했습니다.
세계정상의 음악가들을 불러놓고 운영의 미숙으로 공연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앞으로 시정되어야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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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지치 악장 안토니오 살바토레)

늦은 시간 연주를 마치고도 앵콜을 세곡이나 연주해 주고
그리고도 팬들을 위해 사인을 해 주는 성의를 보이는
그분들은 칭송받아 마땅한 훌륭한 매너를 갖춘 멋진 분들이었습니다.
다들 연세가 있는 듯 무대를 내려다보는 위치에 앉아 있다 보니
그분들의 은발이 더욱 도드라져 보였지만 젊은 사람들 못지않게
힘 있고 노련하고 그러면서도 열정적인 모습이 멋있었습니다.
내 옆에 앉았던 어떤 분도 “연주자가 왜 이렇게 멋진 거야?”라며
기립박수를 열심히 보내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내 모자 세모났네," "우리 집에 왜 왔니, "
아주 익숙하고 간단한 음을 이무지치 실내악단 연주로 들은 기분은
상쾌하기 그지없습니다.
또한 비발디의 사계를 녹음으로만 듣다가 현장에서 듣는 맛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순이

2 Comments

  1. Lisa♡

    2008-03-15 at 09:33

    와우…

    그 동네에서도 했군요.
    우리동네 명성교회에서도 하더만..

    사계에 관한 한 이무지치라던데 정말 느끼셨으니

    좋은 시간 축하합니다.

    근데 아직도 순이님 주변에 골드미스가 계신가요?

       

  2. 소리울

    2008-03-16 at 13:25

    순이꽃을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ㅎㅎㅎ
    요즈음은 순회공연을 하는 사람들이 서비스로 그런 이벤트 곡을 준비하나 봅니다.
    여행지에서 한국사람 우리가 왔다고 아리랑을 연주하기도 해서
    감격 먹은 적도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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