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편해야…..

우리 어머니께서 올해 들어 자주 소화가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속이 더부룩하고 쓰린 것도 같고 둔하게 통증이 있다고 하셔서
그때마다 소화제나 위장약을 드시곤 했습니다.
나이 드셔서 소화력이 떨어져서 그런가보다 하고 배를 주물러 드리거나
등을 두드려 드리면 기분이 좀 나아지시기도 했는데
너무 오래 또 자주 아프시다 하시니 내가 마음이 편치 않고
큰일이라도 만날 듯 불안했습니다.
요즘 들어 부쩍 소화가 안 되어 식사를 거르기도 하셔서 병원을 모시고 갔습니다.

병원에 가는 일을 워낙 질색을 하는 분이라 겨우 모시고 가긴했지만
내시경 검사를 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냥 괜찮아 지겠지, 검사는 무슨?" 하시면서 완강히 거절을 하시는데
"너무 오래 아프면 이상한 것 아닌가요. 난 어머니를 닮아서
위는 튼튼한 줄 아는데 어머니께서 아프다고 하시니 저도 걱정이 됩니다.
어머니부터 검사를 받아 보십시다.속이 편해야 만사가 편하지요."
겨우 겨우 설득을 해서 수면내시경으로 위 검사를 받았습니다.

위내시경 상으로 위벽이 많이 부어있고
위문을 지나 십이지장에 약1cm 정도의 혹이 보인다고 하는군요.
혹 부위를 조금 때어내어 조직검사를 했는데 일주일 후에 나온 결과는
다행히 악성종양은 아니고 피부에 나는 뾰루지 정도의 세포 뭉침이라고 하면서
큰 말썽은 피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래도 지름이 1cm 정도 되는 크기이다 보니 누우면 위문을 막아서인지
불편이 지속되고 있어서 수술을 받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어머니께는 위가 부운 것으로만 알고 계시고 종양 부분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전에 같지 않게 어머니께서 마음이 많이 약해져 계시거든요.
괜히 혹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 지레 암인 것으로 생각해서
더욱 힘드실 것 같아서 우리 의사샘께도 말씀 드리지 말아 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종양이라는 것이 악성이 아닌 것은 원래의 체세포로부터 발달한 덩어리로 이루어져 있어서
크게 걱정은 하지 않지만 팔십 노인이다 보니 세포도 어떤 파행을 할지
알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종양은 원래의 체세포에서 아무런 목적 없이 저절로 무제한적으로 성장하는 경향이 있는데
조직의 비정상적 증식으로 가성종양과 진성종양 2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종양이란 멍울을 뜻하는 말입니다. 멍울이 천천히 자라며 일정한 크기까지 자라고는
더 크지 않으면 양성종양이라고 하고 이 양성종양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생명을
위협하는 일은 없습니다.
다만 어머니의 심리적인 문제가 있어서 정확하게 설명을 드리지 못하고
어머니께 종양문제는 숨길 따름입니다.
그런데 막내 남동생 댁이 남동생과 내가 전화 통화하는 것을 듣고는
어머니께 위로 전화를 드린다는 것이 "어머니 위에 혹이 있으시다면서요?"
이래 가지고 잠시 혼선을 겪기도 했습니다.
어머니께서 막내며느리와 전화를 끊고 점방에 오셔서
"내가 뭐 위에 혹이 있다고 그러더구나." 이러셔서
위가 부었다고 했지 혹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씀드렸더니
"사실대로 말해라 내가 지금 죽으면 뭐가 걱정이냐? 알고 죽는 게 났다."하시니
"저도 어머니 속일 생각은 안 해요. 그리고 어머니를 속일 수 있나요?
만약에 암이면 암이라고 말씀 드리고 어머니 판단을 기다리는 것이 났지요."
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긴가민가하시더니 어머니와 나 사이엔 믿음이 있으니까 내 말을 믿는 눈치셨습니다.

80평생 건강하게 사셨으니까 앞으로 사시는 동안 건강하시리라고 믿어 보지만
자녀 된 입장에선 고민이 많습니다.
위에서 십이장으로 내려가는 음식물의 흐름을 조그만 종양이 방해 할 경우
소화불량은 지속 될 것이고 그러면 다시 내시경을 통해 수술을 해야 하는데
뭐라고 말씀 드리고 내시경을 다시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건강에 무리가 없이 살아오셨다고 해도
팔십년을 사용한 몸에 아무 이상이 없으리라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겠지요.

그러다 보니 어머니 안색을 살피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어머니께 이번 여름엔 우리도 휴가를 한번 가보자고 말씀드리면서
어디가 가장 가고 싶으신가 여쭈었더니
“죽기 전에 백두산이나 한번 가보면 좋겠다.”하십니다.
백두산이 결코 만만한 여행지가 아니긴 하지만
어머니께선 평생에 한번 가보고 싶어 하는 산이라
계획을 세워서 모시고 다녀와야 하겠습니다.
노인 건강은 밤새 안녕이라고 하는데 내가 바쁘다고 미루다가 보면
어머니 모시고 백두산 구경도 한번 못 다녀오고 건강이 힘들어지면
나에겐 커다란 마음의 짐이 될 것 같기 때문입니다.
백두산 관련 공부를 좀 해야 하겠습니다.

2 Comments

  1. 소리울

    2008-07-02 at 10:05

    어머니가 계시니 부럽습니다. 백두산 편히 가는코스 많아요.

    모든 건 정신력의 문제라 봅니다만…

    임의 잔잔한 마음의 행로를 따라가면 따스해집니다.    

  2. 광혀니꺼

    2008-07-02 at 12:07

    어머님과 백두산 가실수 있으시길 바랍니다.

    연세가 있으시니
    쉬이 치료가 어려운것도 그렇지요.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지만
    그래도 쉬운일은 아니지요.

    별탈 없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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