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을 나서려고 보니
어머니께서 게으르고 움직이기 싫어하는 딸이 걱정 되시나 봅니다.
파스를 챙기시면서
"파스를 넉넉히 가지고 가서 너도 붙이고 나도 붙이자."
그러시기에 슬그머니 장난이 하고 싶어서
"어머닌 무릎이 새 것이라서 괜찮으시겠지만 전 오래 써서 관절이 낡아서
백두산이나 올라 갈려나 모르겠어요. "
"젊은 사람이 거길 못 올라가면 뭣에 쓰겠냐?"
"만약 무릎이 아파서 못 올라가면 어머니가 절 업고 가실거지요?"
"업고가긴 어딜 업고 가냐? 백두산 밑에다 두고 오지."
"거기다 두고 오면 어머니께서 큰딸이 아쉬울 건데요?"
"백두산을 못 걸어 올라가면 아쉬워도 소용이 없다. 버려두고 와야지."
우리 어머니는 한술 더 뜨십니다.
"그러지 말고 저 업고 가세요. 무릎수술까지 하신 팔십 노인이 쉰 넘은 딸을 업고
백두산을 올랐다면 뉴스에 나올걸요?"
"뉴스에 안 나와도 좋으니 그럴 거라면 집에 있어라 혼자 갔다 올란다."
우리어머니께 응석이 통하지 않는 것은 어릴 때부터 익히 아는 바이지만
역시나 어머니께 통 하는 일이 아닙니다.
노인이 되어서도 누구에게 의존 한다던가 덕을 보는 일을 싫어하셔서
무릎 관절 수술을 하시고도 더 부지런히 움직이는 모습입니다.
난 어쩌다 어머니를 안 닮았는지 아니면 어머니께서 워낙 알아서
모든 것을 해 주시니까 상대적으로 나의 기능이 떨어진 건지 알 수는 없습니다.
우리 어머니는 유난히 깔끔한 편입니다.
노인이라도 개인위생에 철저한 분이시라 노인티를 내지 않습니다.
결벽증이 있는 분들이 남에게 불편을 주기도 하지만
우리 어머니는 자신에게만 엄격할 뿐 다른 사람에게 스트레스가 될 정도는 아닙니다.
그런데 침구에 대해서는 결벽증을 보입니다.
작년에 제주도 가실 때도 침대위에 깔고 주무실 얇은 매트와 홑이불을 싸가지고 가셨는데
이번에도 침대위에 깔고 덮을 침구를 챙기셨습니다.
남이 쓰던 시트나 이불을 덮고는 잠을 못 주무시겠다고 하셔서
매일 빨아서 새로 시트를 깔아 주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고 해도
어찌 되었든 싫으시다는 군요.
홑이불이나 매트가 아무리 얇은 것이라고 해도 옷 10 벌보다도 부피가 더 나가는데
당신이 쓰실 수건과 침구를 챙기시니 어떡합니까.
어머니는 평생 저를 돌봐 주시는데 5일 정도 여왕마마 모시듯 못할 것도 없습니다.
솜이불 보퉁이를 이고 가자고 해도 한 짐 이고 가야지요.
다행히 여름이니까 얇은 이불로 해결이 되어 다행이지요.
아버지가 살아 계셨으면 함께 모시고 가면 얼마나 좋을 가요?
어머니 모시고 백두산 간다고 하니 부러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연세 드신 고아 분들이 그러시는데 동정이 안 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저 역시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편모슬하에서 사는 사람입니다.
(말 되네요 ^^ 쉰 넘은 고아 분들이나 일찍 아버지를 여윈 편모슬하나…. )
여행저널리스트의 여행기를 복사해서 들고 갑니다.
여정이 좀 틀리기는 하지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캄보디아 갔을 때도 그분의 여행기는 많은 도움이 되었거든요.
아슬아슬한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숙제도 있는데
과연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올지 저 역시 기대가 됩니다. ^^
백두산 여행에서 백두산 정상에 오르는 것은 단 하루뿐이라더군요.
더군다나 1년 중 천지를 잘 볼 수 있는 피크 타임은 7월 하순부터
20일 정도라서 사람들이 엄청 붐빈다고 합니다.
어머니 모시고 잠시 백두산을 다녀오겠습니다.
오후에 출발해서 금요일날 돌아옵니다.
다녀와서 뵙겠습니다.
순이
봉천댁
2008-07-20 at 23:30
즐겁고 편안한 여행 되시길 기원드립니다.. ^^
Lisa♡
2008-07-22 at 11:45
순이님.
어머님 침구 잘 들고 다니세요..ㅎㅎ
좀 무겁겠지만 ..엄마가 귀여우세요..
더운데 수고하시고 잘 다녀오시길~~
단군
2008-07-26 at 03:46
오늘오셨겠네요? 그거 좀(무슨 여행기라는거) 올려놓으시믄 아될까요?
그리고 여행후기도 사진하고 좀 버무려서 맛만 보게해 주시믄 감사하겠
습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