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들이 아슬아슬한 이유 ^^ (백두산 여행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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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괜찮아 보이나요?

백두산 천지에서 약속도 없이 만났다는 것은 대단한 인연에 속할 것 같습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선유님과 나는 같은 날 백두산을 향해 떠났습니다.
선유님은 초등학교 동창 분들과 함께 오전 비행기를 탔고
나는 어머니를 모시고 같은 날 오후 비행기를 탔습니다.
같은 4박5일 상품이라 거의 같은 코스를 돌게 되었습니다
.

어머니를 모시고 가니까 걱정이 되었던 오라버니께서
전화를 로밍 해 가지고 가라고 하셨습니다.
그러겠다고 하고 공항에서 로밍을 하려고 보니 내가 사용하고 있는 이 전화기로는
로밍이 안 되고 전화기를 임대해서 임시 번호를 만들어서 가라고 합니다.
쓰던 번호를 그대로 가지고 가도 된다고 합니다.
생각해 보니 비용도 아깝고 전화 없이 며칠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로밍을 포기했습니다.

전화기를 끄기 전에 오라버니께 전화해서 로밍을 못했으니
연락을 안 하더라도 걱정하지 말라고 전화를 했습니다.
울 앤에게도 역시 로밍을 못 해가 지고 간다고 얘기했더니
중국에서는 로밍을 해 가지고 가도 전화가 안 되는 곳이 많으니까
복잡한 것 하지 말고 그냥 다녀오라고 합니다.

그래서 전화 연결도 되지 않았고
하루에 5~8시간을 이동하는 여정이라 누굴 약속 없이 중국에서 만난다는 것은
정말 기적에 가깝습니다.
어머니 뒤를 따라서 사람들이 많이 서 있는 천지 못가를 따라 걷다가
한사람 건너에 있는 선유님을 내가 먼저 발견했습니다.
세상에~~~ 천지에서 딱 마주친 겁니다.
얼마나 반가운지 악수를 하면서 크게 흔들었습니다.
어머니가 옆에 계시니까 선유님께서 얼른 인사를 드렸습니다.
저는 얼떨결에 "오라버니 대학 동창 분이세요."이랬습니다.
어머니께는 눈앞에 보이는 것으로 아날로그적인 설명을 해야 하는데
사랑방에서 만나는 사랑방 식구라고 소개하기는 뭔가 석연치 않습니다.
그렇다고 남자 친구라고 하기도 마땅치 않고 고민이 됩니다.
아날로그적인 사고를 하는 분에게 디지털 세계를 설명하기란 요원한 일입니다.
그리고 어머니께선 컴퓨터를 가지고는 조카애들이 게임을 하는 것과
점방에서는 돈벌이 하는데 쓰는 도구라고 생각하지 오빠 동창을 만나서 ㅎ
이런 이야기를 하고 노는지는 모르시는 겁니다.

그러나 나의 고민에 비해 어머니는 아무 생각이 없으셨습니다.
죄지은 것도 없이 괜히 변명 비슷한 것을 어머니께 드려야 할 의무를 느끼는
내가 이상한 건가요?
혹시 어머니께서 오해하시면 어떡하나 그런 생각이 왜 들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다 보니 어머니 인생의 가장 큰 보람이고 보증수표이고 신뢰의 상징인
오라버니를 파는 것이 어머니를 납득시키기 가장 수월하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선유님이 실제로 오라버니와 대학 동문이기는 합니다. ^^
그러나 어머니께서 "네가 오라비 친구를 어떻게 아는 사이냐?" 물으실 만도 한데

전혀 관심이 없으셔서 썰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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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한강 유람선에서 한 누구 결혼식에서 어머니 뵈었습니다.
저의 식구랑 갔었습니다."
나는 그 생각은 미처 하지 못하고 있다가 춤바람 동생 친구 미숙이 결혼식에
내외분이 참석한 것이 생각나서 어머니께 설명을 드립니다.
"미숙이 결혼식 때 어머니도 가셨고 이분도 내외분이 다 오셨었습니다."
"응~~~ 그랬구나!" 그 정도입니다.

자신의 발로 걸어서 백두산을 오른 일과 아들의 사진을 들고 천지를 만난 것으로

충분히 감격스러운 어머니는 내가 낯선 남자와 만나는 일에는 관심이 없으십니다.

팬더님과 전화 통화 했느냐?
나는 식당 전화를 빌려서 했는데 안 되더라.
통화되면 우리 만났다는 얘기 전해 달라……둘이서 하도 친하게 얘기하니까
사진을 전문으로 찍는 다는 선유님 친구 분이 삼각대 위에 카메라 앵글을 맞추다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누구야? 어떤 관계야? 애인이야?" 속사포 처럼 질문을 던지는데
선유님은 긍정의 뜻으로 ㅎㅎ 웃으시고
난 믿어 달라는 뜻으로 웃었습니다. ^^
한껏 친한 척한 모습으로 사진을 찍어서 근거까지를 남겼습니다.

스캔들이 왜 아슬아슬 한지 아직 말씀을 안 드렸네요.
우리는 극적인 상봉을 하여 이야기를 나누느라 어머니가 어디를 가셨는지
잠시 잊고 있는 사이에 호기심이 왕성한 어머니는 둘이 이야기가 길어 질 것 같으니까
혼자서 천지에 내려가시려고 시도를 하셨나 봅니다.
“천지에 내려가 손을 좀 씻으려고 했는데 누가 자꾸 붙잡아서 못 갔다,
내가 천지 물을 다 마시는 것도 아니고 왜 못 가게 하는지 모르겠다.“이러십니다.
어떤 아줌마가 “할머니 저기 내려가면 큰일 나요. 여기선 할머니 고집대로 하시면 안 돼요.

저기가 북한 땅 이거든요." 이러더랍니다.
그러니까 어머니께서 잠깐 사이에 국경을 넘어 갔다 오신 겁니다.
스캔들을 만들다가 어머니께서 국경을 넘어 가는 아슬아슬한 순간이 있었던 겁니다.
누군가 간절히 말리지 않았으면 우리 어머니 천지까지 내려가 손을 씻었을 지도 모릅니다.
큰 일 날 번한 거지요.

만약 국경을 넘어서 한참을 가셨으면 무슨 사고를 만났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랬으면 정말 큰 일 아니겠습니까?

둘이 아주 친하게 찍은 사진까지 올립니다.
이러면 미션 수행이 완벽한 겁니다.공감하시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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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이 올라오기까지 선유님 걱정이 되어서 잠이나 주무셨을 가요?
수니는 조그만 펙트만 있으면 사연을 만들어 가는 것이 주특기인데 이 정도면 양호하지요?

순이

1 Comment

  1. Lisa♡

    2008-07-29 at 14:33

    깜찍한 스캔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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