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버티기를 금지해야 한다.(백두산 여행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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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조직과 개인은 국경 지역에서 제사, 례배, 앉아 버티기를 금지해야 한다.)

백두산 천지에 오르는 마지막 계단 오른쪽에 이런 안내문이 세워져 있습니다.
운동 종목 중에 오래 달리기 라든가 오래 매달리기 이런 말은 들어 본 것 같은데
"앉아 버티기"를 금해야 한다니 머릿속에 어떤 그림이 떠오르면서 혼자 웃었습니다.

누구라도 천지를 만나면
감격에 겨워 만세라도 부르고 싶은 충동이 있을 만한 장소입니다.

북한으로 해서 가면 한나절이면 갈 수 있는 길을 남의 나라를 통해 비행기를 타고 버스를 타고

이틀이나 걸려서 어렵게 도착하여 천지와 감격의 해후를 하니 천지가 보이는 그 순간 저절로

와~~~~ 하는 소리가 속에서 부터 올라옵니다.
그러니 종교를 가지고 있는 분들은찬양이 터져 나올 것이고
만세 삼창이라도 하던지 다믄 주먹이라도 불끈 쥐어 보게 됩니다.
유교적인 풍속에 오래 젖어 있던 분은 천지를 향해 넙죽 절이라도 하고 싶을 정도로

저마다 감격에 젖기에 알맞고 감정이 저절로 고조 되는장소입니다.
그런데 그걸 금해야 한다는 경고문이 떡 하니 붙어 있습니다.
제사나 예배를 금한다는 것은 백번 양보해서 어느 정도 이해를 해 보지만

오래 버티기를 하지 말라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천지를 봤으면 빨리빨리 내려가고 오랜 시간 있지 말라는 뜻 같지요?

“앉아 버티다”를 네이버 사전에서 찾아보니
"뜻을 굽히거나 남의 요구에 응하지 아니하다." 로 나와 있습니다.
어떤사람이 내려가라고 하는 데도 불응하고
거기서 살겠다는 사람이 있을까 하여 써 놓은 문구 같지요?
누가 거기서 움막이라도 짓고 “여기가 좋사오니” 하고 살까봐 그럴까요?
요즘 같은 때는 하루에도 수 천 명의 한국인이 다녀가는 곳에
저런 안내문이 낡을대로 낡아 오래 버티고 있다니……

조악한 안내문은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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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드는 족부 씻는 영업집) 이건 또 무슨 말일까요?

들어가 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발마사지 집인 것 같습니다.
한문을 번역해 놓은 한글들이 이상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기분이 나빠지는 곳이 곳곳에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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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태주유소에 오신짓을 환영합니다.) 뜻은 통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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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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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퍼옴.우리 말이 이렇게 외국에 나가 고생 합니다)

그런데 한자 중에서 가장 복 받은 글자는 역시 福자 였습니다.
허름하게 다 쓰러져 가는 집 벽에도 선명한 빨강 바탕에
금색으로 된 福자를 현란하게 한 두 개가 아니라 여러 개를 벽마다 붙여 놓았습니다.
福자를 붙인 만큼 복이 들어온다면 복을 쌓을 곳이 없을 것 같습니다.
福자가 유난히 반짝이는 집은 상대적으로 허름한 집이 더 했습니다.
가도 가도 옥수수 밭이 펼쳐지는 아주 깊은 산골 외딴집에서

福자는 더욱 핏빛으로 절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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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은 하늘로 부터 오기 때문에 하늘에서 볼 수 있게 복자를 거꾸로 붙여 놓은 집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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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은 무슨 의미인지 복자를 반쪽만 붙여 놓았습니다.

반이 가려서 안보이는 것은 아니고 절반만 붙인 의미를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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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포 창문에도 복자는 어여쁘게 장식되어 있습니다.

복 받기를 간절히 원하는 것은 그 나라 사람들이나 우리들이나 똑같은 심정인가 봅니다.
우리도 한 때는 “부자 되세요.”라는 덕담을 유행처럼 한 적이 있는데
간혹富자도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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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에서 가장 많이 읽은 한자는 복자 입니다.

자를 읽은 만큼 을 받는다면 저는 무지 많이 받았을 것 같습니다.

그 복을 나누어 드리겠습니다.

복 많이 받으세요.~~~

부~자 되세요.~~~

순이

4 Comments

  1. 윤종수

    2008-07-29 at 05:03

    같이여행갔던 일행부부여요. 다시 되돌아 보면서 보는 재미가 참 좋네요.색다르구요. 좋은 글들 공짜로 읽어서 죄송한 마음도 드네요. 어쨌든 공감하면서 앞으로 백두산 후기 기대할께요….더위에 건강하세요. 어머님두요…   

  2. 순이

    2008-07-29 at 05:53

    부산에 사시는 분?
    사진 찍어 주시던 그 잘생긴분?
    짝퉁의 달인이라고 하시던 그분 맞지요? ^^

    윤종수씨 이름도 모르고 헤어졌는데 반갑습니다.
    어머님께 말씀 전해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같이 갔던 일행 흉도 좀 봐야 하는데 곤란하게 생겼습니다. ^^
       

  3. Lisa♡

    2008-07-29 at 14:41

    순이님.

    흉 좀 보세요–

    그리고 복을 저리 많이 찍어오셨으니
    저도 좀 가질께요~~ㅎㅎ   

  4. 윤종수

    2008-07-29 at 14:41

    맞고요. 윤종수는 남편이고요, 전 와이프 예요. 흉 좀 보면 어때요..그래야 잼있지요. 우리흉 봐도 모르는척 눈감고 있을 테니 신경쓰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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