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 저편에 사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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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은 북한과 중국과의 국경을 이루면서 황해로 흘러듭니다.

철교가 두개인데 하나는 끊어진 채로 있고

연결된 하나는 열차도 다니고 차도 다니는 것 같았습니다.

중국 쪽 단동은 화려하고 번화한 반면 강 건너 북녘 땅 신의주는

대비가 되어 그런지 더욱 초라해 보였습니다.

눈에 보이는 풍경이랑은 상관없이 체재에 대한 선전 문구는 화려 합니다.

위대한 지도자. 장군만세, 21세기의 태양 이런 글귀를 실제로 보니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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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 강변에서 수영하는 어린이,

모래 채취에 여념이 없는 노동자 등 초라한 북한인의 모습이 그대로 눈에 들어옵니다.

소설가 박범신씨는 오래전 압록강에서 뜨겁게 운 적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강 건너에 나와 똑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생각,

그런데도 오랫동안 그들을 잊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찢어졌다.

손을 내밀면 언제라도 다정하게 맞잡으면서 ‘반갑수다’

할 것만 같은 사람들 이었다”고 당시의 감상을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일행 중에는 아무도 이 소설가처럼 감상에 젖는 사람은 없어 보였습니다.

투어로 돌아보는 관광지의 한 장면으로 별 감흥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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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 중간쯤

뱃머리에 앉아서 이쪽과 저쪽을 살펴봅니다.

저 건너편에 고기 잡는 어부도 있고 군인도 있고

물놀이를 하는 어린이도 보이고선전문구도 벌건 바탕에 쓰여 있고,

갈대숲과 모래사장도 보입니다.

시골 풍경 입니다.

그곳은 나와 같은 민족이 살고 있지만 내가 갈 수 없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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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은 타국이지만 비자를 받아서 체류를 허락받은 곳이라

안심하고 다닐 수 있습니다.

번화하고 활기찬 모습만 보면 자유로운 우리나라와 달라 보이는 것이 없습니다.

더운 날씨 때문에 웃옷을 벗어서 목덜미에 걸치고

퉁퉁한 뱃살을 자랑하며 걷는 남자들 모습에서 여기가 중국이 구나

하는 것을 구분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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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동에 있는 북한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파란색 원피스를 입고 있고 명찰을 가슴에 달았습니다.

스무 살 전후의 오동통하고 자그마한 키에 복스러운 모습의

우리나라 60년대 멋쟁이 같습니다.

화장도 제법 짖게 하고 매너도 세련되었습니다.

그곳에선 어김없이 "반갑습니다."가 흘러 나왔습니다.

반가운건지 입으로만 그런 건지

그녀들에게 애틋한 마음이 드는 것은 내 사정이고

그들은 손님으로 깍듯이 대할 뿐입니다.

음식도 대체로 맛있었습니다.

밥보다 반찬이 먼저 차려져 있어서 나중엔 반찬이 모자랐는데

더 달라고 하자 값을 따로 치러야 한다고 했습니다.

내 딸아이 보다 어린 처녀들이 그곳 식당에서 일 하는 것도

출신 성분이 좋아야 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속된 말로 “출세한 사람”들입니다.

낭랑한 목소리로 “반갑습니다.”를 노래하는데 익숙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편한 심정이 드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반갑다고 노래 부르는데 불편한 마음이 드는 건 나의 문제이겠지요?

흐르는 압록강 저편에 사는 이 나와 같은 민족형제 자매 인데요!

(강건너 북한 사진과 북한 식당 사진은 윤종수씨께서 보내주셨습니다.)

순이

2 Comments

  1. 지니

    2008-08-06 at 02:32

    북한…
    가깝지만 한편으론 먼~ 이웃 같아요…   

  2. 포사

    2008-08-09 at 13:22

    먼 이웃이아니라 우리가 생각도 못할 지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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