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짜투리 이야기

1)

이번에 어머니랑 함께 백두산을 갔을 때

같이 간 일행 중에 정말 특이한 커플이 있었습니다.

남의 사생활에 너무 호기심을 가지고 보는 것

그거 민망한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짚어보고 가겠습니다.


여행사에서 중국 단체비자를 받을 때 7명을 묶어서 함께 받았더군요.

내가 일번이고 우리 어머니가 2번 그리고 7학년 4반 어른들 세분이

3번 4번 5번 그리고 s커플이 6번 7번 그렇습니다.

제가 s커플이라고 하는 것은 특별히 뭐라고 부르기 곤란하기도 하고

special 커플이기도 하니까요.

단체비자이다 보니 1번이 공항 immigration 드나들 때 한 줄로 서서 차례로 심사를

받아야하고 맨 앞에 서서 그분들을 리드해야 합니다.

내가 맨 앞에 서서 어머니를 포함 6명을 챙겨야 합니다.

74 세 된 친구 3분은 저에게 반장님 조장님 하시면서 협조를 잘 하셨는데

s커플은 조금 경우가 다릅니다.

부부는 분명 아니고 연인이라고 하기엔 두 분의 나이차이가 많고

남매도 아닌 것이(두 분 성이 다릅니다.)

그렇다고 친구라고 보기엔 정말 안 친한 서로 서먹한 관계였습니다.

남자 분은 저보다 두 살이나 젊은 50대 초반이고 여자 분은 60대 중반이셨습니다.

(단체비자에 생년월일이 나와 있어서 유심히 봤습니다.)

두 분이 서로에게 대하는 것으로 봐서는 애틋한 관계도 아닙니다.

여자 분은 남들이 버스에서 내릴 때도 혼자 버스에 있으려고 하고

조용한 모습이라 눈에 띄지를 않는 소극적인 분이고

남자 분은 아주 부지런하고 매사에 적극성을 띄었습니다.

지도를 펼쳐 놓고 손으로 짚어 가면서 다니는 코스를 점검하고

가이드에게 의사표현도 적극적으로 했습니다.

내가 앉은 좌석 바로 앞에 앉았기에 의도하지 않아도 관심이 쏠렸습니다.


두 분이 어떤 관계 일까가 지금도 궁금합니다.

인터넷에서 일회용 여행파트너를 구한다고 하는데 그런 걸까?

아무리 유추를 해봐도 답이 안 나옵니다.

혹시 묻지마 여행 파트너가 아니었을가?

그냥 나 혼자 호기심 천국입니다. ^^


2)

저는 경상남도 진주 사람입니다.

저는 아주 곤란합니다.

도와주세요.

같은 민족끼리 도와야 하지 안갔시요?

옥수수 세 개 천원입니다.

사장님 사모님 도와주세요.

저는 경상남도 진주 사람입니다.

거짓말 아닙니다.

도와주세요.

여기 도민증 있습니다.

저도 대한민국에서 왔습니다.


찐 옥수수를 팔러 차에 올라온 아저씨의 멘트입니다.

옥수수가 먹고 싶어서라기보다 그 분의 멘트 때문에

분위기에 끌려서 다들 옥수수를 샀습니다.

옥수수에 동포애를 가미 시키니 다들 팔아드리지 않으면

민족을 배반하는 반역의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들고 올라온 옥수수를 다 팔고 내려가서 다시 가지고 올라와서

같은 동폰데 도와야 하지 안갔시오?

나는 아주 곤란 합니다. 를 반복합니다.

우리는 광개토대왕비를 보고 온 후라 더욱 마음이 그랬는지

너도나도 동포애에 홀려서 옥수수를 사서 먹었습니다.

3)

(압록강변에서 누군가 노래를 부르라고 했더니 두만강 노래를 부르는 장면입니다.)

스무 살이 갓 넘었을 현지 가이드가 아주 귀염성 있게 생겼습니다.

나이가 어린만큼 여행 진행에 대해 운용의 묘가 보이지 않고

일행에게 끌려 다니는 듯한 모습이고 매사가 서툴렀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이드에게 얻어지는 수입도 없어 보이고 고생만 하는 것 같습니다.

생글거리고 예쁘게 생기고 귀엽기도 하고 우리 어머니껜 연세가 있으시니까

특별히 신경을 쓰는 모습입니다.

그걸 귀하게 생각해서 그런지 어머니는 가지고 가셨던 얼마간의 돈을

가이드에게 주면서 "돈 벌어서 젊을 때 공부를 좀 더하라."고 격려를 하시더군요.

중국인 운전기사에게도 공항에 내리면서 마지막으로 헤어질 때

얼마간드리면서 수고 했다고, 고맙다고 하자 일행 중에 다른 분도 조금씩 팁을 드렸습니다.

연변 총각인 가이드가 너무 어린 나이에 고생을 하는 것이 안 되어 보였고

어머니 말씀처럼 공부를 좀 더 하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4)

여행이 무리가 되었는지 날이 더워서 그런지

어머니께서 잇몸이 솟고 기운이 없고 조금 편찮으신데

오라버니께는 아주 건강한척 하기로 했습니다.

어머니와 내년엔 성지순례를 가자고 계획을 세웠는데

여행이 무리가 되어 아프신 것을 알면 오라버니가 안 보내 줄지 모르니까

오라버니 전화 오면 아프시단 말씀은 하지 말자고 모녀가 작당을 했습니다.

백두산 여행기 때문에 요즘에 오라버니가 들어와 보시는 것 같은데

난 이렇게 비밀을 잘 털어 놓습니다. ^^


금강대협곡도 볼만했고

주몽이 건국한 고구려의 두 번째 수도 국내성

호산장성 한 발자국만 가면 북한 방산마을인 일보과 등도 있는데

이제 백두산 여행기를 마치려고 합니다.

여름나기는 물론 가을걷이 까지 하려면 너무 울궈먹는 것 같고

지루하실 것 같아서 이만 하겠습니다.

백두산 여행 함께 하시느라 수고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순이

4 Comments

  1. Lisa♡

    2008-08-09 at 01:35

    항개도 안지루한데…
    순이님.
    그 S커플요.
    별 커플 아닐 것 같아요.
    우선 나이로 보나 행동으로 보나 연인은 절대 아니고
    ‘아주 특이한 관계의 커플로 가족적인 관계의 복잡함에
    놓인 묘한 커플로 사료됩니다.
    예전, 아주 예전에 제가 여행을 혼자갔더니 어느 아주머니와
    할머니가 지대한 관심을 보이면서 절더러 이혼했냐?
    노처녀냐? 하시더니 나중에는 일본인 현지처까지 나오더라구요.
    저는 무척 재미있었답니다.
    제가 관심의 대상으로 묘하게 거론되는 것이 말입니다.   

  2. 포사

    2008-08-09 at 13:18

    왜 관심가는걸까요? 순이가 몰라서그렇지 아주많아요. 백두산 들먹이지 않드라도 등산객들 대부분이 부부 아닌걸 우린 다 알고있지 않아요. 그러나 좋게보면 불륜이 아니고 로맨스가되는데 , 암튼 순이님 젬있었겠다   

  3. 윤종수

    2008-08-10 at 14:57

    우리도 그 s커풀에 대해서 남편은 부부다, 나는 아니다. 만난지 얼마 안됐다.왜냐하면 사진찍을때 남자가 먼저 꼭 독사진을 찍고 여자분은 안찍을라하고 ..남지는 아~이리오세요하고..왠지 어색했고 항상 여자는 모자를 우아하게 꼭 쓰고 썬글래스를 잘 안벗고 옷두 나름대로 우아하게 연출을 했어요.안어울리는듯 하면서 도 어울리더라구요.
    평양식당에서 밥을 먹을때 맥주잔을 들고 건배! 하니까, s여인이 "진.달.래." 하길래 …여기가 평양식당이니까 진달래 하시나보다 생각하다가 ,궁금증이 발동해서 왜? 진달래 하세요? 하니까 " 진지하고 달콤한 래일을 위하여" 요즘 유행하는 구호래요.배시시 웃으면서 설명을 해서 아~ 말되네요. 다시한번 진달래!!!!!했어요…암튼 여행다니다 보면 낯선 사람들 만나는게 재미있어요..
    남편은 이번 여행때 생년월일이 똑같은 사람을 만났어요. 아들하고 여행오신 분하고 민증번호 앞자리가 같았어요. 그러기도 쉽지 않은데 …그래서 둘이 증명사진 찍었잖아요.   

  4. 심뱅이

    2008-08-10 at 15:48

    저도 이번 갔었던 해외여행에서 아버지와 딸같은 커플을 봤어요 면세점앞에서 명품을 골라들고 자기야~~카드내라 하면 군말없이 카드를 내고 몇백만원어치를 결제해주는…..밤 비행시 좁은 뱅기좌석에서 젊은뇬이 드러누워 편히 가도록 본인은 복도에 서서가는……. 물주에다 마당쇠 노릇을 완벽하게 할려는 그 논네가 왠지 안타까워보이더라구요
    사랑은 그런것일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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