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저에게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우물쭈물 그냥 “잠자는 것” 아니면 “맛있는 것 먹는 일” 이라고 말합니다.
그게 무슨 취미냐고 장난하지 말고 얘기해 보라고 하면
"잠순이 먹순이가 저의 취미 맞아요." 라고 우깁니다.
대게는 묻기를 포기 하지만 순이의 취미가 뭔지 모르면 지구에 멸망이라도 오는지
집요하게 묻는 상대를 만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음악 감상"이라고 폼 나게 얘기해 주고 싶지만
어쩐지 자신도 없고 잘난척하는 것 같아서 그 말은 못하고
“잠자고 먹고 그러고도 시간이 남으면 책 좀 봐요.” 이러고 넘어갑니다.
독서를 취미라고 얘기하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는 얘기를 어디서 읽었습니다. ^^
음악 감상 = 잘난척한다는 이면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음악 감상"은 무엇보다 시간이 많이 들고, 돈이 들고,
품이 많이 드는 일이라는 선입견 때문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는데도 무리가 없는 것이 해외 악단 내한 공연 티켓 값을 보면 터무니없이 비싸고
그런 공연은 일찌감치 매진이 되기 때문에 비싸서 망설이다 보면 자리도 없습니다.
그런 것만 보면 본래의 의미인 음악은 없어지고 값비싼 티켓 가격 때문에
사회 일부 계층만 누릴 수 있는 호사가 되어가고 있다는 비난을 받게 됩니다.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의 공연만 "고가 명품 음악 " 처럼 인식하거나
티켓 값으로 음악의 질을 평가하는 인식도 문제가 됩니다.
세계에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가장 비싸게 보는 도시가 서울입니다.
베를린 필의 공연이 뉴욕의 2배, 베를린 현지의 4배가 된다고 합니다.
제가 스무 살 시절
마리아칼라스 내한 공연 때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으로 티켓을 겨우 샀는데
학생석이라고 해서 이대강당의 가장 어두운 3층 꼭대기 뒷좌석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세기의 소프라노라는 마리아칼라스 목소리는 기억에 없고 애기손가락만 하게 보이던
그녀의 보라색 드레스만 생각납니다.
그때 원한이 져서 내가 50대가 되면 음악회는 VIP석으로만 다니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나 그게 50대 중반으로 접어드는 나이에도 쉽지가 않습니다.
무엇보다 저 같은 경우는 여유로운 시간을 얻기가 어렵습니다.
저가 60 대 쯤 되면 취미가 "음악 감상" 이라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클래식 음악에 대해 대다수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는
많이 배우고 더 갖추고 더 여유 있는 사람들에게나 어울리는
취미생활이라는 생각에는 이의가 있습니다.
음악회가 있으면 하시라도 시간을 마련할 수 있고
비싼 티켓도 고민 없이 살 수 있을 정도로 경제적인 여유가 있고
음악에만 마음을 두고 살 수 있다면 아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겠지만
어디 사는 일이 그렇게 만만하던가요?
정말 셋 중 하나라도 넉넉하게 갖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은 이제 아주 가까운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라디오!
이 얼마나 좋은 도구인지 모릅니다.
더하여 컴퓨터로 재생해 듣는 음악도 너무도 생생해서
옛날처럼 품질(?)이 떨어지는 음이 없습니다.
저처럼 시간도 없고 이동수단이 되는 차도 없고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사람에게는
이보다 더 다정한 친구가 없습니다.
몇 년 전 울 앤에게서 선물 받은 라디오는 지금도 내가 앉아있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음악을 흘려내고 있습니다.
이번 중국 올림픽 개막식에서
들리지도 않는 피아노를 연주하던 피아니스트 기억나십니까?
그가 랑랑입니다.
그들의 오래된 선조들의 찬란한 문화를 소개하면서
과거에만 매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세계에서 각광받는 랑랑을 중심에 올려놓고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하는 치밀함이 있었습니다.
인해전술과도 같은 소란의 절정에서 한대의 피아노가 무슨 소리를 내서
관중의 이목을 받겠습니까만 그들은 자신들의 새로운 문화의 상징으로
랑랑을 가운데에 놓더군요.
음악은 가깝게 하고 즐기는 사람의 몫입니다.
흔하게 들리는 음악을 소음으로 흘려버리든 음악으로 듣든
그건 각자의 몫이지만 형편껏 즐길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보너스로마음에 드실만한 무료 음악회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저랑 상관없이 참석하시면 됩니다.
세종문화회관은 우리 국민 모두의 자산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세금을 내는 국민인 이상 누릴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것입니다.
음악회에 참석하셔서 시원하다 못해 춥기까지 한 쾌적하고 좋은 시설에서
고급한 음악을 무료로 즐기시기는 것도 무더운 여름을 보내면서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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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
세종예술아카데미에서 마련해 드린 프리뷰 특강으로 시원하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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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상 : 18세 이상 성인 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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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13일(수) 19:00~21:00 : 피아니스트 엄의경의 "피아노 이야기"
– 8월 20일(수) 19:00~21:00 : 클래식칼럼니스트 진회숙의 “영화 속 클래식 이야기”
– 8월 27일(수) 19:00~21:00 : 오페라 칼럼니스트 유형종의 “오페라 이야기”
○ 모집인원 : 회당 80명(참가비 무료)
○ 신청방법
– 참가를 원하시는 분은 전화로 미리 신청, 접수하시기 바랍니다.
– 신청 및 문의 : 02- 399- 1606 (세종예술아카데미)
순이
라정임
2008-08-12 at 05:15
물흐르듯 사시는 모습으로 뵙습니다.
취미를 묻는 사람들은
순이님과 대화를 좀 더하고 싶으신가 봅니다.
아니면 옆에 좀 더 있고 싶다든지요.
제 취미는 유행가 부르기입니다^^
지금도 사무실에 앉아서
유행가 7080시대 가요 듣고 있습니다.
알려주신 공개특강
소중한 정보 감사드립니다.
래퍼 金愛敬
2008-08-12 at 09:25
좋은 정보를 주셨네요..
마침 내일 서울가는 날이어서 접수했어요..
20일과 27일은 대기자명단에도 못들어간다네요..ㅎ
포사
2008-08-12 at 20:41
강의 듣고 감상문 부탁드려요. 래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