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문편지 쓰던 때로 돌아가

국군 아저씨께!

이렇게 시작하는 위문편지를 학교 다니시면서 많이 써보셨을 겁니다.


저 역시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 위문편지 많이 썼습니다.

그때도 글 쓰는 것을 좋아했는지 친구들 편지까지 대신 써 주곤 했습니다.

나에게 대필을 부탁하는 이유는 친구들이 글쓰기를 싫어하기도 하지만

답장을 받을 확률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중학교 2학년 때는 “백마부대 아저씨께” 라는 편지를 써서

학교로 온 답장을 받았는데 그 속에 군인들이 먹는 씨레이션에 들어있는

쵸코렛과 비스킷 그리고 야자수 잎을 넣어 보냈습니다.

아저씨 이름은 잊었지만 전라도 어디가 고향이라고 하셨고

집안의 장남인데 제대가 얼마 남지 않아서 텔레비전을 사가지고 귀국을

할 꿈에 부풀어 있는 마음을 적어 보내셨습니다.

귀국하면 강릉을 한번 오겠다고 했습니다.

군사우편으로 편지가 오가는 데는 보름 이상이 걸렸습니다.

몇 번 편지가 오고 갔는데 한동안 편지가 오지 않더니

그분의 동료라고 하는 분이 답장을 보내 왔습니다.

그분은 먼 길을 떠났고 학생이 답장을 기다릴 것 같아서 대신 소식을 전한다는 얘기였습니다.

어릴 때라 그분의 신변에 이상이 왔다는 생각은 못하고 귀국을 하셨나 보다하고 잊었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분이 돌아가시고 나자 동료분이 편지를 보내신 것이었습니다.

조그만 중학생이던 저에게 편지를 쓰던 그분이 지금도 가끔 생각납니다.


월남전이 한창일 때

집안에 아저씨나 삼촌 또는 친척오빠가 월남에 갔다는 얘기를 하는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나는 삼촌도 아저씨도 먼 친척도 월남에 간 분이 없어서 부럽기도 했는데

월남에 가족이 간 분들은 너나없이 가난하던 살림이 조금씩 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귀국하면서 가지고온 금성 텔레비전은 온 동네 영화관이 되었고

텔레비전이 있는 집은 자랑거리가 되었습니다.


월남전의 시작은 통킹만 사건으로 시작되었다고 배웠습니다.

통킹만 사건은 북베트남 밖 공해를 순찰하던 미국의 구축함이

북베트남 어뢰정의 공격을 받은 사건을 말합니다.

그것을 계기로 미국이 북베트남 (우리가 베트콩이라고 부르던)의 공산주의자들의

척결에 나섰지만 많은 소모전을 한 끝에 남베트남이 무조건 항복하여

1976년 북베트남과 남베트남이 통일에 합의하여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이

세워졌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미국의 요청에 의해 1964년부터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여 파병했습니다.

전쟁에 참석한 많은 분들이 다치거나 돌아가셨는데 지금도 고엽제 등으로 인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 참전용사가 많습니다.

하지만 베트남 전쟁 파병으로 우리나라 경제는 크게 발전하였습니다.

종전 후에 월남에서 철수한 국내의 건설업체들은 베트남에서의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석유파동으로 급격히 성장하는 중동시장에서 건설 붐을 일으키며,

또 한 차례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을 하게 됩니다.

월남전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저도 80년대 중동의 건설현장에 있었습니다. ^^


맹호부대 용사, 청룡부대, 귀신 잡는 해병, 이런 군가를 부르며

놀았던 기억도 선명합니다.

칠판에 선생님이 분필로 가사를 적어놓고 노래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맹호 들은 간다.

자유통일 위해서 조국을 지키시다

조국의 이름으로 님 들은 뽑혔으니

그 이름 맹호 부대 맹호 부대 용사들아

가시는 곳 월남 땅 하늘은 멀더라도

한결같은 겨레마음 님의 뒤를 따르리다!

한결같은 겨레마음 님의 뒤를 따르리다!

가시는 곳 월남 땅 하늘은 멀더라도…..

제법 결기를 가지고 팔을 흔들어 대며 부르던 노래입니다.


며칠 월남 땅을 갑니다.

파병을 받아 가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여행을 가는 일이지만 기대가 많이 됩니다.

말로만 듣던 월남! 지금의 지명으로 베트남! 아름답다는 하롱베이

지옥의 묵시록에서 봤던 베트콩, 그리고 위문편지 이런 추억들이 있는 곳이라

꼭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마침 친구들과 가게 되었습니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무슨 여행이냐고 하실지 모르는데

친구들과 오래전부터 여행을 위해 모아놓은 기금에서 충당을 하고

저는 유류할증료만 내고 갑니다.

전에는 친구들이 가는 여행에 바쁘다는 이유로 자주 빠지곤 했는데 이젠 기를 쓰고 갑니다.ㅎ

위문편지 쓰던 때로 돌아가

베트남에서 재미난 이야기 거리를 많이 얻어오겠습니다.

그래서 올겨울 글 농사의 거름으로 삼겠습니다. ^^


순이

8 Comments

  1. 김진아

    2008-11-07 at 08:01

    순이님의 베트남..아름다운 하롱베이..
    벌써부터..설레입니다.

    *^^*   

  2. 은하수

    2008-11-07 at 09:26

    아~ 저와 거의 같은 시대에 사셨군요.
    여학교 때 파병되는 군인들의 시가 행진에
    동원되어 태극기를 흔들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군가를 부르며…

    우리 옆옆집 제 친구 오빠도 월남 파병에서
    돌아올 때 TV를 사온 기억이 납니다.
    뭔가를 바리바리 가져왔습니다.
    잠시 옛추억에 잠기게 하신 님에게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3. Lisa♡

    2008-11-07 at 14:20

    말했지요–

    다금바리 꼭 잡숫고 오시라구요.
    쇼핑은 할 거 별로 없고요..ㅎㅎ
    워낙 그런데는 신경 안쓰시지만.
    사진 많이 찍어오시구요.   

  4. 데레사

    2008-11-07 at 22:23

    베트남 가시는군요.
    작년 1월에 하롱베이를 갔는데 그때 마침 몇년만의 한파라고 해서
    세상에 한국의 1월에 입고 간 옷을 베트남에서 그대로 입고 다녔어요.
    베트남에서 내복입었다? 를 누가 믿겠어요. ㅋㅋ

    하롱베이의 다금바리를 주문하니까 삶은 게 도 나오던데 많이 잡수시고
    라텍스 물건같은 것은 사지 마세요. 제친구는 그곳에서 샀는데 배달을
    받으니까 한국 어디서 부친 중국산….

    잘 다녀 오세요.   

  5. 벤조

    2008-11-08 at 06:32

    제 남편은 선풍기만 가져왔다는데…쫄병이라서 그랬나?
    다금바리가 뭔데요?   

  6. 광혀니꺼

    2008-11-09 at 13:13

    월남에서 돌아온
    새까만 김상사…
    [ 님은 먼곳에 ] 영화 생각나네요.
    수애(거미)의 음색이 김추자보다 어울리다고 생각했던영화.

    잘 다녀오셔요.

       

  7. 소리울

    2008-11-13 at 06:55

    벤죠님, 다금바리는 능성어라는 이름의, 살이 조금 쫄깃거리는 고기인데, 말로는 전복만 먹고 산다나요? 그래서 값이 비싸다는데 월남에서는 그리 비싸지가 않아서
    다들 옵션으로 먹으라고 가이드들이 권하던데요.
    순이님의 여행이 아주 훌륭한 글농사가 되기를 빌게요   

  8. 낙타

    2008-11-17 at 13:46

    자라 요리도 유명하던데요. 찜을 해서 먹는다고 하는데
    저는 안 먹었지요. 잘 댕겨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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