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용을 타고 대관령을 넘어 친정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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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임당이

강릉에 있는친정을 다녀오면서 대관령에서 쓴 "사친"

이라는 시조가 떠오르는 얘기를 친구로 부터 들었습니다.


백발의 어머님

강릉에 두고

홀로 서울 가는 이 마음

고개 돌려 고향 마을 바라다보니

떠가는 흰 구름 아래 푸른 산만 어둑어둑


내 친구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가기위해 버스를 타고

대관령을 넘어 오면서 "나중에 결혼해서 남편과 함께 자가용을

타고 친정을 가고 싶다." 는 생각을 간절하게 했답니다.


다른 친구는 속초에서 더 북쪽에 위치해 있는 작은 어촌에 살았는데

초등학교 다니던 때 서울이나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여름휴가를

자기네 동네로 오더랍니다.

친구는 매일 보이는 바다가 지겹기만 한데 그걸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이

신기해서 바라다보곤 하면서 “서울에 가서 살고 싶다.”는 꿈을 가졌답니다.

도시에서 온 휴가객에게서는 어린아이의 눈에도 아주 고급스러운 모습이 풍겨서

밤낮 수건을 머리에 쓰고 일하던 자기 어머니가 불쌍해서

돈을 많이 벌어서 어머니를 호강시켜주고 싶더랍니다.


그랬던 것이 이제는 자가용을 타고 대관령을 넘는 일이나

서울에서 사는 일은 이미 오래되어

그게 꿈이었다는 생각조차도 잊었는데 친구들과 여행을 나와 보니 생각이 난다면서

20대 이전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기분으로 즐거운 여행을 했습니다.

월남전때 많은 분들이 돌아가시고 지금은 전후 세대인 20~30대가 인구의 80%인데

농촌에 사는 젊은이들은 수도인 하노이에 가서 직장을 가지고 사는 것이

우리가 40년 전에 그랬듯이 가장 큰 꿈이라고 합니다.

그들도 하노이에 대학을 가는 일이나 좋은 배우자를 만나 결혼해서 자가용을 타고

고향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지 않겠습니까?

공산화된 베트남이지만 그곳의 젊은이들도 오토바이를 타고 데이트를 하고

돈을 벌어야 하겠다는 꿈을 꾸고 사랑을 하는 모습들이

우리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상경을 하던 그때와 아주 비슷하였습니다.

이미 자가용을 타고 대관령을 넘는 일은 자랑이 아니게 되었고

서울에 와서 산 지도 40년이 되었다며 우리가 해외여행을 함께 올 정도로

비탈 사람들이 많이 출세했다면마주보고 깔깔 거리고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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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임에 열심히 나오는 15명 되는 친구 중

처음엔 열 명이 가기로 했는데 막상 출발하려고 보니

6명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시아버지 제사가 있었는데 깜빡하고 날짜를 잊었다가 생각났다며

못 가겠다는 친구에 (사전에 날짜 조율을 했기 때문에 피할 수 있었거든요,)

아들이 군대 갔는데 하필이면 그때 휴가를 나온다고 연락이 와서 남편이 못 가게 한다기도 하고

결혼기념일이라 남편과 여행스케줄이 잡혔다고도 하고

공무원인 친구는 휴가를 이미 다써버려서 날짜를 못 얻겠다고 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되어 6명이 오붓하게 떠난 여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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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살 중학교 일학년에 시작한 만남이니 도대체 얼마나 긴 세월입니까?

늦어야 고등학생이던 17살에 만나도 54 살까지 이어오는 만남이라

40년 인생과 서로의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서로가 서로의 삶에 대해 깊이 알고 격려하고 위로하며 살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부모가 내 부모이기도 하고 우리 어머니가 그들의 어머니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가장 주목해야 하는 것은 그러기 때문에 우리의 수다로 말할 것 같으면

수다의 기본기가 충실하고 베이직이 탄탄하다는 겁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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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충분한 기본기를 가지고 수다를 겸함 여행을4박5일을 했으니

그 내용이 얼마나 방대할 지는 상상이 가시지요?

어려운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다녀온 일인데 몇 번은 울궈 먹어야 하겠습니다.

저도 본전은 (?) 뽑아야 하니까요.? ^^

잘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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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

5 Comments

  1. 김진아

    2008-11-12 at 07:00

    행복한 여행..보내셨군요..

    기쁜시간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2. 데레사

    2008-11-12 at 09:06

    순이님.
    하롱베이 잘 다녀오셨군요. 사진 보니까 지난 1월에 여고친구들과
    같이 갔던 생각이 납니다.

    맛사지 하는곳에 가서
    팁을 좀 후하게 주자고 약속하고 들어갔는데
    이 아이들 누가 가르쳐 주었는지 한국말 할줄 안다는게
    "엄마 뚱뚱해"
    "엄마 살쪘어"
    뿐이 었어요. 그래서 화가 난 친구들이 팁을 좀 적게 주고는
    기분 나빠서 씩씩거렸던 일. ㅎㅎㅎ

    우습지요? 뚱뚱해서 뚱뚱하다고 하는데 듣기 싫어 가지고는.

    행복하세요. 추천하고 갑니다.
       

  3. Lisa♡

    2008-11-12 at 14:09

    산 위에 오르셨군요.

    좋아보입니다.

    잘 다녀오셨지요?   

  4. 소리울

    2008-11-13 at 07:00

    하롱베이의 라인이 중국 계림과 이어진 거라는 게 사진으로 보니 확실하네요.
    멋진 여행, 상상이 갑니다.
    충전이 넘치시겠습니다. 역시 친구라야 여행의 재미가 더했겠습니다.
    여행의 진수는 혼자 만의 여행이지만요.   

  5. 광혀니꺼

    2008-11-15 at 15:33

    친구들과의 여행이
    가장 편안할때…
    마음 편한이들과의 대화가
    가장 부러울때…

    가끔은 속이 보이는 이야길 해도
    말이 날가 두렵지 않은 이들과의
    수다가 부러울때…

    제게도 생겻습니다.

    편안한 저녁 되시길요~순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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