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록 미운 남편에게 유도화 젓가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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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 거리를 버스에 타서 지나가다 보니까

유도화 나무가 많이 보였습니다.

우리나라 제주도에도 공항에서부터 이국적 식물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중에 야자수가 보이고 화려한 유도화 거리를 보게 됩니다.
오래전 여름에 제주도를 갔을 때 화려하게 핀 유도화가
도로를 따라 길게 늘어선 모습이 떠오르면서
타국에서 안면이 있는^^ 유도화를 만나니 반가웠습니다.

"하노이에도 유도화가 많네요!"
내가 감탄을 했더니 그 소리를 들은 젊은 가이드가
"유도화가 반가우세요? 혹시 유도화 젓가락이 필요하신 건 아니 구요?"
라고 이야기 하며 재미있다는 듯 혼자 웃습니다.
"여기 특산물이 유도화 젓가락인가요?" 내가 물었더니
"유도화 이야기 모르세요?" 라고 하면서 유도화에 대한 설명을 합니다.

유도화는 독성이 강해서 유도화 그늘에서 낮잠을 자면 죽는답니다.
우리나라에선 제주도에 수학여행을 갔던 학생이 젓가락이 없어서
유도화의 나뭇가지를 꺾어 젓가락 대용으로 썼다가 실신하여 입원했으나
끝내 사망한 적이 실제로 있었답니다.
외국에서도 유도화에 의한 피해의 이야기가 있는데 유도화의 가지에
고기를 꿰어 먹다가 독이 퍼져 사람이 죽은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옛날 죄를 지은 사람에게 내리는 사약의 재료를 대부분 식물에서 추출해 내었는데,
사약에 활용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독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유도화라고 하는군요.
주로 울타리용 정원수로 많이 활용되는데 독성으로 인하여
"죽음의 울타리"라고 불리기도 한답니다.


식물의 독을 사람들이 약으로 이용하기도 합니다.
치료가 어려운 난치성 질병일수록 강한 독이 유효하게 쓰입니다.
주변에 흔하게 많은 은행나무의 잎으로 혈액 순환제를 만들어
제약회사들이 많은 수익을 올리기도 합니다.
징코민이니 기넥신이니 하는 약들이 그렇습니다.
은행잎이 좋다는 얘기를 듣고 잎을 주어다가 삶아서 드시고
큰일을 당할 뻔 한 할머니 얘기도 있습니다.
독사의 독으로 치료제를 만들기도 하고
꿀벌의 독에서도 항생물질을 검출하기도 합니다.
중국에서는 봉침요법의 학교까지 있다고 합니다.
옻을 넣어서 닭과 함께 옻닭을 해서 먹으면 속병을 고친다고
먹는 분도 많은데 옻이 올라 고생을 하기도 합니다.

유도화 독성에 대해 한참 떠든 가이드가 자기 손을 들면서
"유도화 젓가락이 필요하신 분 있으세요!" 웃으면서 묻습니다.
요는 죽도록 미운 사람이 있느냐는 말입니다.
재미있는 이야기에 친구들이 깔깔 거리고 웃는데
한 친구가 큰소리로 “저요! ”라며 착한 학생이 선생님 질문에
정답을 안다는 듯 자신 있게 손을 드는 용감한 모습입니다.
"저요!"라고 손을 번쩍 든 친구는 유난히 부부금슬이 좋기로 소문난 사람입니다.
"우리 남편 밥상에 놔 줘야지 ㅎㅎㅎ"
너무 진진하게 얘기 하니까 분위기를 수습하느라 다른 친구가
"나라면 모를까 너는 유도화 젓가락이 안 필요할 것 같은데?"
말을 받으니까 "사람의 속사정은 모르는 거야 "라며 웃습니다.
갑자기 분위기가 썰렁해지는 것 같아서 내가
“만약에 네 남편에게 유도화 젓가락이 좋다고 밥상에 놔 주면
좋은 젓가락은 아내가 써야 한다고 너에게 양보할 걸? 그러면
너만 큰일 아니냐?“ 했더니
친구들이 덩달아 “맞아! 맞아!” 합니다.


설사 친구 부부의 관계가 잠시 좋지 않아서 죽도록 미워졌다고 해도
그걸 알고 싶거나 파 해치고 싶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일단은 모르는 척 덮고 지나가자는 분위깁니다.
어쩐지 친구의 얼굴이 불편해 보이긴 했지만 살다보면
다 그런 때도 있잖아요?
그래서 겨우 미운 남편에게 유도화 젓가락을 단체로 주문해서

선물하자고 결의 하려던 마음들이 가라앉았습니다.ㅎ

살면서 남편이 죽도록 미운 순간들이 누군들 없었을까요?
저도 지나간 일이라서 그렇지 남편이 미웠던 순간에
유도화 젓가락 이야기를 알았다면 나도 사고 싶었을 지도 모릅니다. ^^
그런 순간들은 세월이 지나면서 희석되고 잊어버리고
즐겁고 행복한 기억만 남아서 사는 것이지요.
그렇게 사이좋던 부부였는데 무엇 때문에 친구가 남편에게
서운한 마음이 드는지 친구들이 끝내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데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 되어 지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혹시 지금 이이야기를 읽고
유도화 젓가락 어디서 파나 알고 싶은 분은 없으시겠지요?^^

순이

4 Comments

  1. 데레사

    2008-11-19 at 19:59

    유도화에 그렇게 독성이 있군요. 지난번 샌프란시스코에서 보니
    그곳도 가로수가 모두 유도화던데….

    한편의 꽁트처럼 재미있는 글
    잘 보고 갑니다. 순이님.   

  2. 소리울

    2008-11-20 at 00:22

    사랑은 결심하는 것이지요.
    수시로 미워지지만 현실적으로 어떻게 할 수가 없는 나이에 특히
    대단한 결심이 필요하더이다.
    유도화 젓가락은 우스개로…
    여행의 재미가 느껴집니다. 친구들끼리라 더더욱..
    부럽습니다.   

  3. 보미

    2008-11-20 at 04:07

    터키 에서도 많은 유도화를 보았는데
    유도화의 독성으로
    벌레들이 집 가까이 오질 못한답니다
    집주위에 많이 심어 놓았던데요   

  4. 광혀니꺼

    2008-11-22 at 13:25

    어데서 파는데요?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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