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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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에 영원한 적은 없다"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최근에 이런 말을 했습니다.
북한이나 이라크를 향해 악의 축이라고 부를 땐 언제고
국제간 화해의 제스처를 하면서 던지는 말입니다.
이런 현상은 제1, 2차 세계대전을 비롯하여 베트남전 등
전쟁사를 통해서도 여실히 알 수 있습니다.
서로 총부리를 겨누어가며 죽이고 싸우다가도 우방으로 돌아서는 일입니다.
개인 간에는 한번 싸우면 원수가 되어 죽을 때 까지 보지 않은 일이 허다하지만
국제사회에서는 국익에 따라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기도 합니다.

특히 이번에 베트남을 다녀오면서 실감을 했습니다.
우리나라가 월남전에 참전했을 때 월남과 베트콩을 구분해 불렀습니다.
지금은 호치민시가 된 사이공이 있는 남부 쪽은 월남이라고 부르면서
우리의 우방으로 생각했었고
북부 하노이가 있는 곳은 적이라고 생각해서 적국의 국민은
모두 베트콩으로 불렀습니다.
알고 보니 베트콩은 아주 나쁜 말이었습니다.
베트남사람이라는 말에 콩이라는 베트남어를 넣어 만든 합성어로
Viet + Cong 은 베트남 공산주의자라는 뜻으로,
"남베트남 민족 해방 전선"을 일상적으로 이르는 말이지만
베트남어로 콩은 " 없다. 아니다, 무효다,"라는 부정의 뜻을 내포하고 있답니다.
그러니 베트남 사람은 없다, 베트남 사람이 아니다. 라는 나쁜 말이랍니다.
(참고로 가이드에게 들은 이야기라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월남전이 한창일 때만 해도
우리가 하노이로 여행을 간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겠지요.
그러던 것이 종전이 되고 세월이 흘러 그분들은 우리나라를 모델로 하여
경제성장을 벤치마킹하고 있었습니다.
새마을 운동도 하고 한강의 기적을 본뜬 홍강의 기적을 계획하고
서울의 발전상을 모델로 하노이시를 계발하고 있습니다.
하노이 시민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아주 우호적이고 친절했습니다.
언제 총부리를 겨누고 싸웠는지는 잊어버린 것 같습니다.
사실 월남 전 때 채명신 장군이 이끄는 우리나라 군대는 양민사업에
힘을 써서 그 나라 국민들의 마음을 얻었습니다.
한명의 베트콩을 무찌르는 것 보다 열 명의 양민을 구제하는 일을
월남에 파병된 장병들이 하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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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 기념관 입구에 서있는 표지입니다.
왼쪽은 베트남 사람들이 입장하는 통로고
오른쪽은 외국인이 입장하는 통로입니다.
맨 마지막이긴 하지만 한글 안내문이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외국에 나갔을 때 한글로 된 간판을 읽으면 기분이 참 좋습니다.
그건 내가 글을 좋아하는 문자족이기 때문일 겁니다.
굳이 외국인과 내국인의 통로를 구분해 놓은 것은
외국인을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반대로 내국인 우대를 위해섭니다.
베트남 사람들은 호치민 기념관이 무료관람이고
외국인은 유료입장을 하기 때문에 길이 달라서 저렇게 써 놓은 것입니다.

베트남 국가에서는 내국인 우대정책을 시행합니다.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외국인과 내국인이 있으면 차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내국인에게 먼저 서빙을 하고 나중에 외국인에게 차려 준답니다.
직접 당해본 이야기는 아니라서 이 부분도 자신은 없습니다만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이야깁니다.
왜냐하면 베트남 역사도 늘 외국의 지배를 받았던 약소국가의 설움이
올올이 맺힌 민족입니다.
그러니 호치민의 민족주의가 먹히는 것이고
내국인을 우대해서 그동안 서구열강의 세력에 지배당했던 설움을
보상하고자 하는 심리가 없지 않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베트남에서는 여자들이 생활력이 강해서 아내들이 돈 벌러 가고 난 후
남편들은 찻집이나 집에서 끊임없이 “사업구상”을 하고 지낸다고 합니다.
전쟁 통에 많은 사람들이 죽어서 노인인구는 없고
전후세대인 20~30대 가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주로 활동해서 그런지 생기 있고 활기차 보이기는 했지만
이분들의 직장과 주거를 해결하는 문제가 가장 큰 국가의 과제가 되었답니다.
그분들은 우리나라를 아주 부러워하며 배우고자 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여러모로 호의적이었습니다.

영원한 사랑이 없듯이 영원한 적은 없습니다.
오히려 싸우고 난 후에 정이 드는 것 같다고 할까요?^^

순이

2 Comments

  1. 데레사

    2008-11-25 at 05:38

    순이님.
    그렇지요?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특히 국가간에는 언제나 자국이익을 위한 외교정책을 펴니까
    그럴수밖에 없지만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저도 1월에 하노이를 가면서 많은 생각을 했답니다.
    저기 어디쯤 우리가 전쟁에 참가했던 지역이 아닐까 하는 어림짐작도
    해보고 나쁜 시각으로만 봤던 호치민에 대해서도 다른 생각으로
    보고…..

    세월따라 개인의 생각에도 많은 차이가 나는것 같지요?   

  2. 벤조

    2008-11-25 at 14:46

    아직 월남국수 안 잡수셨어요?

    제가 아는 월남은, 월남국수 집에 다 들어 있거등요 .
    빨빨한 젊은이들이 가져다주는 개운한 국수,

    한국식당은 그 반대예요.

    새마을 운동을 너무 쎄게 해서 지쳤나봐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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