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뭐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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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 쌀국수를 먹고 난 후
내가 빈 국수 그릇 사진을 찍으니까 한 친구가 의아한 눈초리로 쳐다보더니
"순이야~ 네가 사진 찍는 것 좋아하는 건 알지만 국수 그릇을 먹기 전에도
찍고, 먹고 나서도 찍고 그러네? 그런 거 왜 찍나?" 묻습니다.

친구들 중에는 진짜 컴맹도 있고
인터넷을 할 줄은 알지만 기계치라 컴퓨터가 겁난다는 사람도 있고
취미가 없어서 모니터 쳐다보는 게 싫어서 안 하는 사람도 있고
눈이 침침해서 모니터를 못 보겠다는 친구도 있고
그런 저런 이유로 친구들 중 반 이상은 인터넷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블로그 놀이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그 친구들은 모릅니다.
인터넷을 모르는 친구에게 빈 국수그릇 사진을 찍는 일에 대해
뭐라고 설명을 해야 좋을지 몰라 나는 그냥 웃고 말았더니
그나마 인터넷을 하는 친구가 설명을 합니다.

"순이가 자기 블로그에 사진을 올리려고 그래"
"빈 국수그릇 올려서 뭐하는데?"
"그걸 뭘 한다고 꼬집어 말해야 하냐? 일종에 놀이라고 할까?"
"순이가 할일이 없어서 노냐? 맨 날 바쁜 사람인데? 심심해서 그런다고?"
"바쁜 걸로 치면 우리중에 순이 보다 더 바쁜 사람이 어디 있냐?
글 쓰는 거 좋아하니 그렇지."
"글 써서 올리면 사람들이 많이 보냐? 보면 뭐하는데? 말썽 많은 채팅하는 거야?"
"야 그러지 말고 너도 인터넷 좀 해라. 내가 동기회 사이트에 모임을 공지해도
보는 사람이 없어 매번 전화로 연락을 다시 하잖니?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언제 아날로그를 벗어나겠니? 인터넷 한다고 하면 채팅이나 하는 줄 알고…"
"난 전화로 해도 아무 불편이 없어."
"넌 불편이 없지만 내가 불편하다야 인터넷 좀 배워라."
"그거 배워서 뭐하는데? 국수 먹은 빈 그릇 찍어 인터넷에 올리게?"
" ……"

설전을 주고받던 친구 두 명중 "그래서 뭐하는데?" 이 한마디로
인터넷을 모르는 친구의 완벽한 승리입니다. ^^

조금 쉬었다가 2차전을 합니다.
"너 요즘 인터넷 못 하는 거 자랑 아니야"
"자랑은 아니지만 괜히 시간 낭비 하는 거지, 쓸데없는 일에 왜 매달리나
그럴 시간 있으면 낮잠이나 한잠 더 자겠다."
"그러다가 나중에 너 손자 손녀에게 무식하단 소리 들어."
"지금도 우리 애들이 인터넷 못하는 엄마 답답하다고는 해."
"너 자녀니까 답답하다고 하는 정도지 네 손자 손녀는 무식하다고 상대도 안 할지 몰라."
"빈 국수그릇 찍어서 인터넷에 못 올리면 무식한 거냐?"
"아니 앞으로는 인터넷을 못하면 우리 할머니들께서 한글을 못 쓰시던 거랑 똑같아,
우리 할머니도 한글을 몰라서 나에게 뭐라도 읽어 달라고 하셨거든.
글을 모르셔서 얼마나 답답하셨겠어?
인터넷 못하면 장차 너도 어떤 면으로 문맹이나 마찬가지라는 걸 알아야지."
"문맹이라는 말이 적당한지는 모르지만 너희들이 이메일 어쩌고
블로그가 어쩌고 하면 소외감을 느끼긴 해"
"거 봐! 넌 학교 다닐 때 공부도 잘했는데 왜 뒤로 물러앉아서
미리 노인이 되려고 하니 컴퓨터 학원에라도 가서 배워."
"나는 컴퓨터 자판을 쓸 줄 몰라 ㄱ이 어딘지 ㄴ이 어딘지도 몰라"
"그것부터 배우면 되 우리 중 누구도 학교 다닐 때 타자를 배운 사람은 없어
필요에 의해서 나도 나이 들어 떠듬거리며 겨우 배웠어"
"나도 컴퓨터를 배우긴 해야겠어."
이번엔 컴퓨터를 아는 친구의 승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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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먹은 국수 그릇을 찍던 나는 설전에 동참 하기는 커녕
기분이 이상해 졌습니다.
나는 정말 할 일이 없는 사람이라서 블로그를 하는 것일까?
블로그를 하는 일이 낮잠 한숨 더 자는 일보다 가치 없는 일이라고
다른 사람들은 생각할까?
나는 컴퓨터에 매달려 있는 시간이 너무 많은 건 아닐까?
컴을 하다 보니 독서량은 형편없이 줄었는데 자꾸 떠들기만 하면
나의 무식만 자랑하는 꼴인데….마음이 복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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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문제의 국수그릇입니다.
베트남에 간다니까 월남 쌀국수를 꼭 먹고 오라는 분도 있었고
벤조님처럼 쌀국수 이야기 해 달라는 분도 계셔서 제가
월남 쌀국수 얘기를 안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밀가루 보다 나은 음식을 쌀로 만든 음식으로 생각하는데
베트남은 일 년에 삼모작을 하니까 당연히 밀가루 보다
쌀이 싸고 흔 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가난하기도 하고 쌀이 비싸서 정부에서 분식을 장려하니까
억지로 분식을 먹은 세대이기도 합니다.
어릴 때 매일 국수로 끼니를 이은 적이 있어서 오라버니나 동생들은
질려서 국수를 먹지 않지만 나는 지금도 국수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별미로 가끔 월남 쌀국수를 먹기도 했는데
담백하니 면발이 부드럽고 맛이 있었습니다.
베트남에 가서 원조 쌀국수를 먹게 되면 훨씬 맛이 좋지 않을까 했는데
그건 그렇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먹는 우리나라 재료로 만든 월남 쌀국수가 훨씬
맛있고 개운합니다.
뭔지는 모르겠는데 음식에서 나는 향이 비위에 거슬렸습니다.
친구들은 대게 몇 젓가락 먹다가 못 먹겠다고 마는데
나는 끝까지 다 건져먹고 국물까지 마시느라 시간이 걸렸는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사진까지 찍으니까 나를 기다리고 있던 친구들 사이에
설전이 벌어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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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국수와 인터넷!
아무 연관이 없는 이야긴데 빈 국수그릇 때문에
아니 국수그릇을 찍다가 이상한대로 이야기가 흘렀습니다.
블로그에 들어오는 몇 친구들은 재미있게 읽은 글이 있으면
잘 읽었다고 전화를 해 오는 친구가 있는 반면에
아무리 얘기를 해도 인터넷이나 블로그를 그냥 한꺼번에
“말썽 많은 채팅”으로 몰아버리는 친구도 있습니다.
블로그에 와 보면 불량채팅이 아니란 걸 알 탠데
그런 노력은 하지 않고 본인의 생각만 고집을 하니 어째 볼 수는 없습니다.
월남 쌀국수 얘기를 좀 이상하게 했지요?^^

순이


16 Comments

  1. 데레사

    2008-11-26 at 13:28

    ㅎㅎㅎ
    순이님.
    내 친구들이 늘 하는 얘기.
    " 너는 아까운 사진을 왜 사람도 없이 배경만 찍어대니?"
    " 돈 아깝지도 않니?"

    디카는 필름이 필요없다는것도 모르는 친구들도 많고
    가장 좋은 핸드폰을 갖고 있으면서도 문자멧세지도 모르는 친구들도
    많고 그래요. 교육의 혜택은 받을대로 다 받은 사람들이 말에요.

    그래서 나도 친구들 사이에서는 좀 돌은 사람, 좀 이상한 사람으로
    치부되고 있답니다.

    순이님.
    제가 이상합니까? 지극히 건전하고 정상적인 할머니지요. ㅎㅎㅎ   

  2. 김진아

    2008-11-27 at 04:39

    이야기의 주제는 다르겠지만,
    인터넷,블로그..카페,플래닛..등등
    사진을 찍어서 올리며,이야기 를 나누는것을
    다소..할일없고, 노는 사람들이 하는것으로..몰아버리는 경향이 사실 없지 않아 있어요..
    저희 친정아버지도..정말정말 이해안되는거라그러시더니..처음이 어렵지..시작하면 별것아님을 알아가시는것 같습니다.

    마우스 잡는것부터..힘들어 하셨는데요..
    이젠..마우스는 아주 편하게 손안으로 잡고..
    인터넷으로 신문보시는 방법을 배우신후..
    좋아하시는 분야를 아주 조금씩 천천히..알아가고 계신답니다. ㅎㅎ

    순이님..정말 오늘 이야기..공감합니다.
    ^^
       

  3. 미친공주

    2008-11-27 at 05:27

    전 그나마도 젊은 축이고, 주변 친구들이 인터넷은 신나게 합니다만, 블로그 하는 친구는 손에 꼽기 어렵습니다. 이 세계(?)의 참맛은 직접 들어와 보기 전까지는 모르지요. 그래도 블로그 덕분에 저 개인적으로는 스스로 발전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모르는 친구들 앞에서야 그저 웃고 말지요 ㅎㅎ   

  4. 광혀니꺼

    2008-11-27 at 07:00

    사진을 올리고
    사람들과 이웃을 맺고
    저두 가끔 한두가지 감정 정리를 하다보니
    거의 매일 글이 잇는걸 보면서
    아~
    나도 중독의 단계인가 돌아보았습니다.
    ^^;;

    스스로 정리하는 시간이 되네요.
    비가 잠시 뿌립니다.
    비 가치면
    추워지겟지요.
    흠~

       

  5. 김수영

    2008-11-27 at 07:01

    갑자기 제 어머니 생각이 나네요. 저희 어머니는 60대이시고, 평생 컴퓨터엔 별로 관심없이 사셨습니다. 얼마전 제가 신문 보는 법과 음악듣는 법 이런 걸 좀 가르쳐 드렸습니다. 원래 영문윈도우였던 것도 한글윈도우로 바꿔 드렸고…그랬더니.. 요새는 신문을 저보다 더 많이 종류별로 다 읽으시고 서브프라임모기지가 뭔뜻인지 이제야 제대로 알게되셨다고 하십니다. 하하… 음악도 들으시고, 드라마도 다운받아 보시고… 세상 참 많이 좋아졌다 하십니다.   

  6. 소리울

    2008-11-27 at 07:18

    조금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좋으니 시간을 버려가면서 하는 거지요.
    뭐든 많은 사람들이 하는 건 버리더라도 알아야 하지 않겠어요?
    사방을 두리번 거려야 통찰력을 배우게될 테니까요
    고집 센 사람은 끝까지 배우지 않을 걸요   

  7. 화창

    2008-11-27 at 12:49

    아내도 인터넷을 모릅니다!

    제가 컴앞에 있는 것을 디게 싫어합니다! 컴이 신랑을 뺏아간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카메라 들고 다니며 사진 찍는 것을 체신없다고 합니다!

    그래도 저는 이것 저것 찍어서 블러그에 올립니다!

    아내는 제 블로그에 들어오지 않으니까…… 가끔 아내 흉을 봐도 괜챦습니다~~~   

  8. 파이

    2008-11-27 at 22:29

    이 세계의 재미를 아는 사람들 중의 한 분이 순이님이셔서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너그럽고 내 생각이 모두 옳을까 물러서실 줄 아시고,
    게다가 쌀국수와 인터넷까지 연결시켜 주시구요!

    가끔은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나서지는 않지만 묵묵하게 자신을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그 수 많은 사람들의 존재감을 블록을 통해서 느끼고 있어요. ^^

    아, 블록의 좋은 점을 어떻게 다 일일이 열거하겠어요?
    음식이 더 맛있고, 친구들과의 만남이 더 소중해지고
    책 한 권을 읽어도 더 깊이 있게 읽게 되구요.
    나의 일상의 경험도 다시 되짚어 볼 수 있고, 반성도 하구요.
    혹은 이웃들에게 격려와 응원도 받구요.
    아마 이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한다면,
    엄청 날 걸요?

    순이님이 조블에 계셔서 참! 좋아요! ^^
       

  9. 베 잠뱅이

    2008-11-27 at 22:40

    내용 모두가 글도 쌀국수도 대화도
    맛갈납니다
    즐건일만 연일 이어가십시요- ^^   

  10. 벤조

    2008-12-02 at 08:26

    과연 순이님!
    원조 쌀국수 맛이 블로그 맛인가요?
    향이 독특해 못 먹는 사람들 많지요.    

  11. 심효섭

    2009-09-07 at 09:58

    땡큐 수니!
    덧 붙이지자면,
    호주엔 월남사람이 많이도 살고 있지요.
    시드니에 코리안 레스토랑 숫자가 2백개 정도 되니 비에트나미즈 레스토랑은 아마도 수 천개는 될 걸로 짐작합니다.
    교민들은 그냥 월남국수(Pho~)라고 하는데 이 Pho에도 종류가 많이 있지요.
    이미 고인이 되었지만 시드니서 살던 한국인 친구도 향이 싫다고 안 먹던 음식이지만…
    실로 안타까운 일이라 생각이 들곤 했지요.
    나는 일주일에 한번씩 가서 먹지 않으면 안 되거든요.
    I love Pho~. ^L^
    한국에 안 들어가 본지가 15년 가량 되는데, 서울에도 월남식당이 생겼나요?   

  12. 배철균

    2011-08-26 at 05:29

    오늘 처음 들어와 봤습니다.
    동갑 나이라서 그런지~어쩐지 공감이 가는 많은 얘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13. 배철균

    2011-08-26 at 05:30

    어 그런데 이름이 그대로 나오네요…
    깜짝 놀랐어요…   

  14. 과객1

    2011-10-05 at 05:37

    블로깅을 하는 그 자체에 대해 쓴 글은 없은 거 같은데
    솔직한 실상을 잘 얘기해 주셨네요.   

  15. 위정호

    2012-09-14 at 05:52

    월남국수 pho- 저는 미국서 처음 맛보고 그대로 매니아 되었지요. 국수국물 내는데 쓰는 팔각이란 향신료와 고수때문에 한국사람들은 싫어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고수는 우리나라에도 있지요. 실란트로 ,영국에선 코리안더라고도 부르는..근데 이게 중독성이 있어서 한번 좋아하게 되면 안먹고 못배길 정도입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에서 맛본 월남국수는 맛이 없습니다. 싱싱한 숙주와 고수 그리고 바질잎이 들어가야 제대로 된 월남국수라고 생각합니다. 거기다 짜장색갈의 달콤한 소스와 고추장색의 매운소스가 빠지면 안되죠.아~ 먹고싶다.   

  16. 아널드

    2012-10-01 at 05:15

    순이누나, 송대관님의 ‘우리순이’를 생각케하기에 충분합니다. 글 소재 소스가 매우 맛있으며 classic한 금감과 알맹이가 신소재임을 또 함 느끼며 누나의 진솔한 필치가 젤 맘에 이끌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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