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묘미 신기한 구경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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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롱베이가 그림처럼 아름답습니다.

3000여개의 섬이 바다 가운데 점점이 떠 있는데

어느 것은 제법 섬 모양을 갖춘 듯 크고 어느 섬은 정말 작습니다.

뾰족하기도 하고 둥글기도 하고 코끼리처럼 생긴 것도 있고

곰 두 마리가 뽀뽀를 하려고 벼르는 모습도 있습니다.

나처럼 사진을 잘 찍지 못하는 사람도 아무 곳에나 렌즈를 들이대도

전문가가 찍은 듯 사진의 구도가 저절로 잡힙니다.

근경 중경 원경…세심하게 따져볼 것도 없습니다.

그냥 그렇게 가까이 또 멀리 고요하게 섬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바다를 휘젓고 다니며 소란을 피우는 분들은 그곳을 찾은 관광객입니다.

예쁘다고 아름답다고 신기하다고 감탄을 지어내지만

신들의 섬이라고 하는 그곳에서 주무시는 신들이 있다면

관광객 때문에 번거로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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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이 있는 어느 섬에 배를 대고 올랐습니다.

베테랑 가이드가 "베트남에 많은 가이드가 있지만 이 섬을 안내할 만한

가이드는 다섯 명도 되지 않는 다"고 생색을 냅니다.

과연 그 섬에 오르니 기가 막힌 하롱베이 장관이 벌어집니다.

고개를 숙이고 동굴 속도 들어가 봤습니다.

종류석 같은 돌들이 천장에서 자라 내려와 있습니다.

오랜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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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는 특이한 관광객이 있었습니다.

그곳에 와서 풍경에 빠진 프랑스 여인이 몇 주째 머물러 있다고 합니다.

섬 관리인이 출근하는 배를 얻어 타고 섬에 도착해서 하루 종일 있다가

섬 관리인이 퇴근할 때 함께 퇴근한답니다.

배낭과 간편복에 샌들을 신고 같은 장소에 머물러 앉아서

망부석처럼 바다를 바라보면서 사유에 들었다가

오고가는 관광객이 말을 건네면 이야기를 나누고, 틈틈이 글을 쓰고

관리인이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아 그걸 구어서 식사를 해 주면 먹는 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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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상상할 수 없는 특이한 여행 스타일이었습니다.

그곳이 마음을 잡아 두기에 충분히 아름다운 곳이지만

관광객이 섬에 없는 시간이면 베트남 관리인과 프랑스 처녀 둘이서만 남게 되는데

자연에 마음을 두고 있다지만 가까이 있는 두 분이 정들지 않을까 하는

불순한 생각이 들어서 혼자 웃었습니다.

사랑의 감정이 되기에 충분한 여건이었습니다. ^^

그건 한가롭고 여행다운 여행을 즐기는 여행객에 대한

질투의 감정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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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엔 신기한 나무가 있었습니다.

땅위에서 오래 견딘 나무도 크고 우람하기는 하지만

그 근처에 위로 자라는 뿌리가 엄청났습니다.

뿌리가 땅 밑으로 뻗어 자라다가 바위 같은 딱딱한 지형을 만나면

방향을 틀어서 위로 자라나게 되는데 뿌리가 땅위 30cm 이상 자란 것도 있더군요.

징그럽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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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느낌은

캄보디아 타프롬 사원에 있던 나무뿌리를 봤을 때 느꼈던 감정입니다.

오랜 세월이 흐르면 베트남에 있는 저런 뿌리도 그렇게 될까 모르겠습니다.

근육질의 남성 팔뚝 같기도 하고 커다란 뱀 같기도 한 나무뿌리가

부서져 내리는 돌로 된 사원을 휘감고 있던 그런 모습이 연상되었습니다.

주마간산 식으로 다니는 여행도 있고

한곳에 오래 머물러 집중 바라보는 여인도 있고 ….

동굴의 종류석은 천정에서 자라 내려오고

나무뿌리는 거꾸로 자라 땅위로 솟아 올라오고

이런 색다른모습을 보는 것이 여행의 맛이겠지요.


순이

4 Comments

  1. 김진아

    2008-11-28 at 06:25

    여행이라곤..꿈만구는 저에겐..
    블로그이웃분들의 이야기가..반갑고, 감사합니다.

    같은 지역이라도..전혀 다르거나, 거의 일치하는듯한 여행의
    느낌을 만나면..그저 좋기만 하구요..ㅎㅎ

    리사님의 블로그에서 하롱베이의 여행이야기를 만났을때도..
    그랬거든요..^^

    나무뿌리의 느낌은..사진으로 보아도..저도 조금은..
    선뜻 손이 가거나..그렇게는 못할것 같아요..   

  2. 소리울

    2008-11-28 at 15:13

    한가롭게 석양을 바라보며 앙코르왓 높은 층층대 위에 앉아있던 유럽의 방랑객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일정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시간을 쓸 수 있는 여행이 더 오래 남고
    여행다운 여행을 하는 것 같습니다만, 쉽진 않지요. 누구에게나 참
    시간이 많이 널려 있진 않아서…   

  3. 데레사

    2008-11-28 at 23:56

    다녀온 곳이라 더 정겹게 봅니다.
    순이님.
    행복하세요.   

  4. 벤조

    2008-12-02 at 08:37

    그 프랑스 처녀가 앉았던 바위,
    100년 후에 또 다른 관광명소가 되진 않을까요?

    저는 다도해 구경도 제대로 못 했지만, 하룡베이와 비교하면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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